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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김세곤 칼럼> 해방정국 3년 톺아보기(44) 미소공동위원회(美蘇共同委員會) (2)

<김세곤 칼럼> 해방정국 3년 톺아보기(44) 미소공동위원회

(美蘇共同委員會) (2)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대한제국 망국사저자 )

 

 

1946418일에 미소공동위원회는 공동성명 5호를 발표하였다. 골자는 협의대상이 될 정당과 단체는 모스크바 삼상회의 협정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는 선언서에 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반탁 투쟁을 해 왔어도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과에 지지를 표명하면, 과거의 반탁행위를 불문에 붙이고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데 협의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러자 공산당과 민전을 비롯한 좌익은 공동성명 5호를 즉각 지지하며 선언서에 서명하여 미소공동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우익에 대한 반응은 혼란스러웠다. 민주의원 의장대리 김규식과 한민당의 김병로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민주의원 공보부장

함상훈은 이들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이며, 민주의원의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한편 김구는 완강히 거부하였다. 김구는 미소공동위원회와 헙력하여 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신탁통치에 굴복하는 것이고 신탁통치에 굴복해 가면서라도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곧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418일에 한독당은 한민당을 제외한 국민당, 신한민족당, 급진 자유당, 대한독립협회, 자유동지회등을 통합하였다. 우익정당 통합운동이 마무리된 것이다. (강준만 저, 한국현대사 산책 1940년대 편 1, 인물과사상사, 2004, p 235-236)

 

 

 

한편 일부 민주의원은 이승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승만이 16일 이후 지방 순회로 서울에 없었기 때문에 이승만을 지지하는 민주의원들은 의사결정을 미루었다.

 

422일에 하지 사령관은 공동성명 5호 선언에 서명하기를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신탁통치는 4국이 동의하기만 하면 전혀 받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받는다고 해도 5년 이내로 한정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한편 421일에 하지 사령관의 정치 고문 굿펠로가 유성으로 이승만을 찾아갔다. 이승만은 22일 김천 강연에서 그리고 23일 대구의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 5호에 찬성하는 뜻을 표명했다.

 

() 미소공동위원회 제5호 공동 코뮈니케가 발표되었는데 박사님의 견해 여하?

() 지방 시찰 도중 유성온천에서 내용을 들었는데 첫째 반탁과 참탁을 막론하고 회의에 참가해야 할 것이며 다음으로는 미소공동위원회의 남북을 통일한 각 정당과의 협의가 일치되어야 할 것이고 끝으로 신탁통치 문제에 있어서는 임시정부 수립 후에 해결한다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했으니만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고 보며 어쨌든 우리가 회의에 참가해야만 제반 문제를 상의하고 토의하여 의견을 진언하게 될 것이 아닌가

 

() 정무다난한 시기에 돌연 남조선 각기 심방의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 과거 3개월간 신병으로 신음했는데 아직 몸이 완전치 못함으로 기온이 좋은 지방을 찾아온 것 뿐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

(조선일보 1946.4.26)

(김기협 지음, 해방일기 3, 너머북스, 2012, p 370-374)

 

그러나 이승만의 이 정도 메시지로 민주의원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427일에 하지는 특별성명을 발표하여 공동성명 5호에 대한 지지와 신탁통치에 대한 찬반 의견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는 소련 측과 상의하지 않는 일방적인 발표로 소련 측이 꼬투리를 잡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하지는 강경파를 설득하려는 노력 때문에 김구의 지지까지 얻어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미소공동위원회와 협의할 정당 · 사회 단체들을 선정하는 문제였다. 소련 측은 하지의 단독 특별성명을 문제 삼으면서 공동성명 5호에 서명하면 반탁 의사 표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러자 미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처럼 양쪽의 입장이 팽팽히 맞섬으로써 미소공동위원회는 결국 58일부터 무기 휴회에 들어갔다. (강준만 저, 위 책, p 236 ; 서중석 지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웅진지식하우스, 2020, p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