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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김세곤 칼럼>해방정국 3년 톺아보기(16) 미군정의 조선인민공화국 부인(否認)

<김세곤 칼럼>해방정국 3년 톺아보기(16) 미군정의 조선인민공화국 부인(否認)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대한제국 망국사저자 )

 

1945109일에 아놀드 미군정 장관은 조선인민공화국(인공)을 부인 하는 성명을 작성한 뒤, 성명서를 1010일 각 일간지 1면에 싣도록 했다.

 

조선이 일본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은 축하식과 시위행렬, 웅변대회 등을 개최하여 경축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조선인에게 언론 자유 · 출판 자유를 허한 이상 미숙한 신문 편집자로 인하여 우매 경솔한 기사도 있을 법한 일이다. (...)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에는 오직 하나의 정부가 있을 뿐이다. 이 정부는 맥아더 원수의 포고와 하지 중장의 일반 명령, 그리고 아놀드 소장의 행정명령에 의해 정당히 수립된 것이다. (...) 자천자임한 관리라든가 경찰이든가 국민 전체를 대표하였노라는 대소의 회합이라든가 자칭 조선인민공화국이든가 자칭 조선공화국 내각은 권위와 세력과 실재가 전혀 없는 것이다. (...) 만일 이러한 괴뢰극의 막후에 그 연극을 조종하는 사기한이 있어 어리석게도 조선 정부의 정당한 행정사무의 일부분일지라도 단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마땅히 맹연각성하여 현실을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 모신문에 조선 민중을 기만하는 기사가 있다. 19463

1일에 전국인민대표자회의를 소집하여 허위선거를 발표한 것이며 또 그 선거에 있어서 반역자를 제하고는 18세 이상의 모든 남자와 여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인공이 투표권을 18세 이상에게 부여한다는 선언은 매우 진보적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21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보장하였고, 1960년에 선거권 연령은 20, 2005년에 19, 2020년에 18세가 되었다.)

자유민에게는 투표권 이상 신성한 것이 없다. 이 사리는 거짓 희망을 주어가며 대중을 유도하는 자칭 정치가의 유희물이 되기에는 너무도 신성한 것이다. 이 선거권은 조선 정부가 지도한 방법과 시기에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비법적 선거를 제안한 개인이나 단체는 군정부와 또는 군정하 또는 조선정부의 합법적 권위에 대한 공연한 반항적 행동이나 만일 조선 민중이 새로 얻은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 및 다년간 받은 모든 구속에서 해방된 자유를 귀중히 여긴다면 민중의 도의적 지도력을 일층 분발하여 이러한 어리석고 악질의 인물들로 하여금 이상 자유를 유린치 못하게 할 때가 왔다. 조선 인민은 이런 무책임한 인물들로 하여금 국가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단연코 엄금해야 할 것이다.

(이완범, 한국해방 3년사, 태학사, 2007, p 87-88)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들은 아놀드의 성명을 비난했다. 특히 매일신보는 게재를 거부하고 1011일에 아놀드 장관에게 충고함이란 반박문과 함께 인공의 담화문을 게재했다. 인공의 담화문이다.

 

작일 아놀드 군정 장관의 발표는 우리에 대한 몰이해이며 조선 민족에 대한 모욕이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유감의 뜻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이 조선인 자신의 비열한 자기 모독과 왜곡된 보고에 기인한 것임을 생각할 때 민족적 치욕을 느끼며 통분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가 조선의 완전 독립을 위하여 활동하며 조선의 통일 정부를 수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국제조약에 근거를 둘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당한 권리이며 신성한 의무이다. 이것은 군정과 절대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며군행정을 방해하려는 의사는 우리에게 추호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 (...) 우리는 38도라는 부자연한 장벽으로 생긴 남북의 차별을 전연 무시한다. 38도 이남의 조선정부 운운하지만 조선의 정부는 전 조선의 정부이어야 하며 조선의 문제는 전체로서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하며 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오직 조선민족 자신의 손으로만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천이니 참칭이니 연극이니 하나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요, 조선인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적 능력을 표명함에 불과하다.

조선인민공화국의 탄생은 미군 상륙 이전의 기존 사실이며 제2차 인민대표회의가 194631일을 기하여 소집되는 것은 제1차 인민대표자회의의 결의에 의하는 것이다.

신국가가 건설되려 할 때 인민의 총의를 모아야 하는 것은 국제헌장의 정신이며 규정이다. 이를 위하여서는 전국인민대표회의의 소집이 당연한 것이며 또한 최선의 방도라고 확신한다. 자유는 인민의 신성한 권리의 주장이며 행사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기구를 그대로 남겨놓고 일본제국주의 주구배의 날뜀을 허용하면서 심지어는 일본제국주의 군경의 무장이 해제되지 못한 이 때에 조선인에게 직장으로 돌아가라든가 물가의 조절이 없이 직장에서 월동준비를 하라든가 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태도와 방법으로 조선문제에 임한다면 군정당국은 상당한 시련에 봉착할 것이다. 조선의 실정에 대한 좀 더 치밀한 조사와 정확한 보고를 기초로 한 공정한 판단이 있기를 충고하여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 인공 중앙인민 위원회, 아놀드의 발표에 대한 담화 발표

(김기협 지음, 해방일기 1, 너머북스, 2011, p 33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