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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후손들

순례자의 노래 (12)- 남효온의 소릉 복위 상소 (3)

순례자의 노래 (12)

- 남효온의 소릉 복위 상소 (3)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147844일에 대사헌 유지 등이 차자(箚子)를 올렸다.

 

"삼가 듣건대, 후원(後苑)에서 활쏘는 것을 구경하실 때에 잔치를 베풀고 풍악을 썼다고 하니, 신 등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지진과 흙비의 재변(災變)이 잇달아 일어나므로 전하께서 바야흐로 허물을 이끌어 자책(自責)하며 구언(求言)의 명을 이제 내리셨는데, 다시 명하여 풍악을 벌이고 잔치를 베푸는 것은 재이를 두려워 하고 하늘을 삼가하는 뜻이 심히 아닙니다. 바라건대 빨리 이 명령을 거두어서 천재지변에 답하소서.”

 

이에 성종이 전교하였다.

 

내가 종친(宗親)과 더불어 활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종친과 친애를 돈독히 하고 무비(武備)를 닦으려는 것이다. 내가 종친을 사랑하고 무비를 닦는 것을 경 등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마땅히 정지할 것이니, 다시 의논하여 계달하라.”

 

이윽고 사헌부 지평 이세광이 와서 아뢰었다.

 

"신 등의 뜻은 종친을 사랑하고 무비를 닦는 것을 옳지 못하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겨우 전교를 내려, 구언(求言)을 하고서 또 이러한 일이 있으니, 일이 매우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풍악을 쓰지 말도록 청한 것입니다. "

(성종실록 1478442번째 기사)

 

 

47일에 성종은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하기를 마치자, 대사간 김자정이 아뢰었다.

 

"금년에 두 번 흙비의 변()이 있어 전하께서 바야흐로 몸을 닦고 마음을 반성하여 이를 삼가시면서 금주(禁酒)는 허락하지 않으시니, 천재지변에 공경히 답하는 바가 아닙니다."

 

사헌부 장령 박숙달도 아뢰었다.

 

"지금의 공경대부는 잔치하고 노는 것을 일삼아 강 위에 정자를 짓고 왕래하면서 즐기니, 만일 중국 사신이 와서 보면 필시 이르기를, ‘나라 사람들이 놀고 잔치하는 것으로써 일삼는다.’고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소조사(大小朝士)가 문밖에서 활쏘기를 하거나, 경저(京邸)에서 잔치를 베풀며 기생과 광대를 청하여 놀이하고 희롱하면서 방자하게 구니, 청컨대 강가의 정자를 헐게 하고 기생을 데리고 잔치하는 것을 금하게 하소서."

 

성종이 말하였다.

 

"술을 금하는 소이(所以)는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인데, 만약 술을 금하는 영()을 세우면 비록 한 병의 술을 가진 자라도 또한 구속을 당할 것이니, 원망하는 자가 반드시 많을 것이다. 또 당()나라 때에도 재상이 곡강(曲江)에 나가서 노는 일이 있었으니, 일 년 동안 근심하고 수고하였는데 하루도 즐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 비록 놀며 쉬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해롭겠는가?"

하고, 좌우에게 물었다.

 

영사 한명회 : “성상의 하교가 지당합니다.”

 

영사 노사신 : "신의 전장(田庄)도 강변에 있는데, 신의 조부가 정자를 지은 것으로 신도 때때로 왕래하고 있습니다. 강변에 인가가 있는 것을 중국 사람이 본다고 해서 무슨 좋지 못함이 있겠습니까?"

 

이극배 : "중국에도 누대(樓臺)가 있으며, 재상들이 비록 정자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임무가 중한 자라면 어느 여가에 가서 놀겠습니까?"

 

박숙달 : "역경(易經)에 이르기를, ‘신하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충성을 다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여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고,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한 사람을 섬긴다.’고 하였으니, 공경대부가 된 자는 마땅히 충성을 다하고 게으르지 아니하여야 할 것인데, 날마다 잔치하며 술 마시는 것을 일삼는 것이 옳겠습니까?"

 

대사간 김자정 : "금주령(禁酒令)은 마땅히 세워야 합니다. 술을 금하는 것이 작은 일인 것 같으나 허비를 절약하는 데에는 이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지금의 사람들이 사치를 서로 숭상하여 정자를 지극히 사치하고 아름답게 하니 철거하게 하소서."

 

성종 : "태평 시대에 공경대부가 어찌 항상 근심하고 걱정만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황음(荒淫)하지 아니함이 옳으며, 비록 놀고 휴식한들 무엇이 해롭겠는가?"

 

박숙달 : “태평 시대에 임금과 신하가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태평함을 길이 보전하는 길입니다. 만약 태평 시대라고 하면서 경계하고 두려워할 줄을 모르면, 어찌 태평함을 끝까지 보존하겠습니까?”

 

이극배 : "모여서 술을 마시는 법을 이미 세웠으니 사치를 금하는 법도 세워서 거듭 밝히는 것이 옳습니다."

 

성종 : "법을 이미 세웠으니 오직 사헌부의 검찰(檢察)만이 있을 뿐이며, 술을 금하는 것은 천천히 하라."

(성종실록 1478472번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