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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후손들

순례자의 노래 (11) 남효온의 소릉 복위 상소 (2)

순례자의 노래 (11)

- 남효온의 소릉 복위 상소 (2)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147843일에 성종은 성균관 명륜당에 나아가 양로연을 베플었다. 이 자리에서 성종이 말했다.

 

"오늘 양로연을 베풀고 바른 말을 청하니, 각각 좋은 말을 진술하라."

 

먼저 영의정 정찬손이 아뢰었다.

 

"군자를 가까이하고 소인(小人)을 멀리하며, 이단(異端)을 물리치고 정도(正道)를 숭상하면 됩니다. 신이 보건대,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날마다 하루같이 삼가하여 정사에 실수한 바가 없었으니, 원하건대 처음에서 끝까지 이 마음을 한결같이 하소서."

 

한명회 : 전하께서 요··우임금과 탕왕·문왕·무왕의 도(), 그리고 무릇 옛 치란흥망(治亂興亡)의 사적(事跡)이나 명신(名臣)의 격언을 모두 아시는 데, 어찌 신들의 말을 기다린 후에야 이를 알겠습니까? 원하건대 처음에서 끝까지 한결같이 하소서.

 

이예 : 임금이 재변을 만나면 마땅히 경계하고 근신하면서 그치게 할 바를 강구해야 하는데, 재변이 없는 시대가 없다고 말하면서 예사로이 보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강희맹 :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정성뿐입니다. 정성을 다하는 도(), 망령됨이 없는 것과 속이지 아니하는 것과 유구(悠久)해야 합니다. 망령됨이 없다는 것은 내게 진실함이고, 속이지 아니한다는 것은 사물(事物)에 대하여 거짓이 없는 것이며, 유구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지켜서 조금도 중단됨이 없는 것입니다.

원하건대 전하는 지성(至誠)의 도()를 본받아 시종여일(始終如一)하면 재이(災異)가 변하여 상서로움이 될 것입니다.

 

성종 : 여러 대신들이 어찌 임금을 잘못된 도()에 들어가게 하겠는가? 내가 깊이 믿고 의지한다.

 

양성지가 소매 안에서 소()를 내어 올리며 말하였다.

 

"신은 말을 더듬어서 말은 못하고 글로 대답하기를 청합니다."

 

성종이 읽어보고 말하였다.

 

"안으로 여색에 빠지거나 밖으로 사냥에 미치거나 술과 음악을 즐기거나 집과 담장을 사치하게 꾸미는 일이 하나라도 있으면 망하지 아니함이 없을 것이라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약석(藥石)이다. 내가 자리 곁에 써서 붙이고 항상 보고 반성하겠다."

 

한명회 : 이제 전하께서 간하는 말에 따르고 어긋남이 없으시며 구언(求言)하기를 목마른 것처럼 하시며, 마음에는 경계하고 삼가함이 있으시니, 진실로 만세에 무궁한 복입니다. 원하건대 이러한 마음을 끝까지 변하지 마소서.

 

허종 : 천심(天心)이 임금을 인애(仁愛)하므로 재이(災異)를 보여서 경계한 것이니, 오직 몸을 조심하고 덕을 닦으면 천심(天心)에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거정: 비록 성인(聖人)이라도 생각하지 아니하면 광인(狂人)이 되고, 아무리 광인이라도 잘 생각하면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임금으로서 끝까지 처음처럼 삼가는 이가 적은데, 이는 마음에 달렸습니다. ()임금의 그 중정(中正)을 잡으라.’는 것과 순()임금의 사욕을 버리고 오직 하나로 모아라.’는 것과 탕()임금의 중을 세우라.’는 것과, 무왕(武王)()을 세우라.’는 것은 모두 중()을 말한 것인데, 중이란 것은 마음입니다.

 

이극배 : 중용에 이르기를, ‘무릇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에는 구경(九徑)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애공(哀公)이 정사를 묻자 공자가 대답한 말인데, 정치하는 도()를 논한 것이 이보다 자세한 것은 없습니다.

 

그 구경의 조목은, ‘몸을 닦음[修身], 어진 이를 존경함, 친족과 친애함, 대신을 공경함, 여러 신하를 내 몸과 같이 함, 서민을 자식처럼 사랑함, 백공(百工)을 권장함, 먼 지방 사람을 관유(寬柔), 제후를 포용함이며,

 

수신(修身)은 재계하여 마음을 밝게 하고 의복을 갖추어 몸을 엄숙하게 가지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 대학에 이르기를 천자로부터 서인(庶人)까지 모두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다.’하였고, 맹자에는 천하의 근본은 나라에 있고 나라의 근본은 집에 있고, 집의 근본은 자기 몸에 있기 때문에 군자는 수신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성종 : 아름다운 말이 이보다 큰 것이 있겠는가? 내가 마땅히 체득(體得)하여 잊지 아니하겠다.

(성종실록 1478431번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