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34) 푸시킨 박물관
승인 2020-03-30 11: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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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은 1837년 1월 27일 오후에 단테스와 결투하여 하복부에 치명적 총상을 입고 이 집에 실려 와 이틀 뒤인 1월29일에 세상을 등졌다.
박물관에는 푸시킨이 생을 마감한 장면이 자세히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식당과 손님용 거실, 내실, 아이들 방, 서재, 대기실 혹은 현관으로 되어 있다.
식당은 푸시킨이 실려 온 당일부터 방문객을 맞이한 곳이다. 손님용 거실에는 소설 '첫사랑'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투르게네프(1818∼1883)의 일기 속 메모가 전시되어 있다. 그는 19세의 페테르부르크 대학생이었는데 이 메모에는 1월28일에 주치의 아른트가 분주히 오가는 정황과 푸시킨이 손을 내저으며 죽음이 오고 있다고 말했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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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은 바람기 많은 아내 나탈리야의 방이다. 여기엔 향수와 청동 꽃병이 놓인 화장대, 드레스 그리고 벽에 걸린 초상화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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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이들 방이다. 푸시킨과 나탈리야는 네 아이를 낳았다. 1832년에 딸 마리아, 1833년 7월에 아들 알렉산드르, 1835년 4월에 아들 그레고리, 1836년 5월에 딸 나타샤를 낳았다. 아이들 방바닥에는 동물 모습의 장난감들이 올망졸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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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인의 서재이다. 서재 가운데엔 큰 책상이 있는데 그 위에는 종이와 필기도구 그리고 책들이 놓여 있다. 서재는 삼면이 서가이다. 서가에는 셰익스피어 · 괴테 · 단테 등 평소에 푸시킨이 즐겨 있던 책이 4500권이나 있단다. 서가 옆에는 소파가 있다. 치명상을 입은 푸시킨은 침실을 마다하고 이곳에서 지내다가 죽었다.
어느 화가가 그린 푸시킨 임종 때 그림 한 장이 인상 깊다. 푸시킨은 서재 소파에 누워있다. 그 옆엔 남자 3명과 여자 2명이 있다. 서 있는 남자는 주치의 같고, 의자에 앉은 여자는 아내 나탈리야, 그 옆의 여자는 하녀 같다. 줄무늬 바지를 입은 남자는 군인 같은데 심각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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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재에는 푸시킨과 친한 주콥스키(1783~1852)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1812년에 나폴레옹이 침입하자 주콥스키는 의용군에 들어갔다. 그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보로지노 전투 직후에 쓴 애국적 송시(頌詩)'러시아 용사의 진영에서 노래하는 시인'을 발표하여 일약 유명해졌다.
이후 그는 니콜라이Ⅰ세의 약혼녀였던 프러시아 공주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도록 초빙되었다. 1818년에 프러시아 공주는 알렉산드르 Ⅱ세를 낳았다. 주콥스키는 알렉산드르 2세가 성년이 될 때까지 가정교사를 하였다. 그는 문학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였고, 푸시킨과 가깝게 지냈는데 푸시킨이 러시아 황실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도왔다.
푸시킨이 죽자 주콥스키는 애통했다. 그리고 서둘러 아파트의 평면도와 가구 배치 등 집의 특이한 사항을 세세히 기록했다.
마지막 방은 대기실 혹은 현관이다. 이곳에는 푸시킨의 데드 마스크가 전시되어 있다. 푸시킨을 찾은 조문객 중 두고두고 회자 된 이는 소설가 투르게네프이다. 그는 관으로 다가가 푸시킨의 머리털을 잘라 은으로 만든 메달 속에 넣어 성물(聖物)처럼 간직했고 파리에서 죽으면서 이 메달을 러시아에 돌려주라고 부탁했다. (서정 지음,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모요사, 2016, p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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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시킨 박물관 옆에는 푸시킨의 삶과 작품을 모아 놓은 푸시킨 전시관이 있다. 이곳엔 푸시킨인 남긴 메모와 그림 · 낙서 등이 있다. 푸시킨은 작품을 쓰기 전에 인물 · 배경 등 떠오르는 단상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한다. 러시아 문학 애호가라면 이곳도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다. (이승은 지음, Enjoy 러시아, ㈜ 넥서스, 2017. p 244)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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