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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과 무오사화

유자광전 (柳子光傳)을 지은 남곤 김세곤 (칼럼니스트)

유자광전 (柳子光傳)을 지은 남곤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1519년 기묘사화의 악역 남곤은 1498년 무오사화의 악역 유자광에 대한 전기를 남겼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문총화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남곤이 유자광전을 지을 때 매우 교묘한 생각을 가졌었다. 특히 사화의 대목에서는 그 사정을 마치 그림처럼 그려 놓았으니, 자기의 마음속을 곡진하게 드러냈다고 이를 만 하였다.

 

어떤 이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마침내 자기의 마음속을 잘도 그려놓았네.

자신이 그 글 속의 주인공이 된 줄도 모르고

 

畢竟肺肝誰得似 필경폐간수득사

不知身作傳中人 부지신작전중인

 

출처는 이수광(15631628)이 지은 지봉유설이다.

 

참고로 유자광 (14391512)은 이극돈과 함께 1498(연산군 4) 7월에 무오사화를 일으킨 수악이다. 김일손이 사초에 세조를 모독하고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실었음을 알고 사림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는 무오사화를 일으켰다. 이때 국문을 주도한 공로로 숭록대부에 올랐다. 이후로도 연산군 시절 내내 총애를 받았으나 성희안의 권유를 받고 1506년 중종반정에 참여해 정국공신이 되었다. 이듬해에는 충훈부 당상이 되었으나 잇단 탄핵으로 마침내는 훈작을 삭탈당하고 유배되어 유배지에서 죽었다.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을 거치며 고비마다 재기를 발휘하여 영화를 누렸지만 역사에는 임사홍과 함께 희대의 간신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