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필암서원을 답사하였다. 필암서원은 도학과 절의와 문장의 선비 하서 김인후(1510-1560)를 모신 서원이다. 확연루를 지나 강당인 청절당에 이르렀다.
청
절당은 송시열이 쓴 신도비문 중 ‘청풍대절(淸風大節)’이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청절당 벽에는 시판(詩板)들이 여러 개 붙어 있다. 그런데 한자로만 되어 있어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알 수 있는 한자는 ‘송강(松江)’이다. 송강 정철의 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띄엄띄엄 읽었더니, 시의 마지막 부분이 ‘통곡난산중(痛哭卵山中)’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이 발간한 <하서 김인후와 필암서원> 책에서 송강의 시를 찾았다.
동방에는 출처를 잘 한 이 없는데
유독 담재(김인후의 또 다른 호)옹만 있구려.
해마다 칠월의 그 날이 오면
난산에 들어가서 통곡하였다네.
관광객을 위해 시판에 적힌 여러 한시들을 원문과 번역 글로 정리하여 서원에 비치하였으면 좋겠다.
청절당 앞 왼편에 경장각(敬藏閣)이 있다. 경장각은 인종이 세자 시절에 직접 그려 김인후에게 하사한 ‘인종대왕묵죽도(墨竹圖)’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하서는 묵죽도 그림 아래 부분에 시를 적었다.
뿌리·가지· 마디·잎이 모두 정미롭고
석우(石友)의 정신이 그 안에 들어있네.
성스러운 조화를 바라는 마음 비로소 깨달으니
천지를 아우르는 뜻 어길 수가 없어라.
그런데 문이 닫혀 묵죽도를 볼 수 없다. 김인후의 신위를 모신 우동사로 발길을 옮겼으나 사당도 문이 잠겨있다.
금년 7월에 필암서원은 소수서원 · 도산서원 · 병산서원 ·옥산서원 · 도동서원 ·남계서원 · 무성서원 · 돈암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필암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 몰려 올 관광 수요에 대비할 필요를 느낀다. 장성군에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문화관광해설사를 상시 근무시키고 교육을 강화하자. 작년 12월 초에 전북 정읍시 무성서원을 답사하였는데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시 근무하고 있었다. 해설도 엄청 잘하고 기타를 치면서 ‘정읍사’를 노래할 때는 감동이었다.
둘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고 울림이 있는 스토리이다. 하서 선생은 이런 스토리가 많은 분이다. 그는 정이 넘치는 스승이고 친구요, 아버지였다. 대표적인 곳이 김인후가 태어난 장성군 황룡면 맥호리 맥동마을이다. 거기에는 필암(筆巖 붓바위), 백화정, 난산, 하서의 손자며느리이고 기대승의 딸인 기씨부인의 팔뚝 묘소, 그리고 신도비와 하서 묘소가 있다. 이 길을 관광자원화 하자. 답사 스토리를 장성군청 홈페이지에 연재하자.
셋째, 안동 도산서원에 배향된 퇴계 이황(1501-1570)의 경우는 <퇴계처럼> · <퇴계생각- 퇴계와 호남선비들의 만남과 교유>등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책들이 여러 권이다.
하서 선생도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사돈인 소쇄처사 양산보 · 미암 유희춘 · 일재 이항, 제자인 정철 · 기효간 · 양자징 · 조희문, 친교한 퇴계 이황, 고봉 기대승, 금호 임형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장성군도 <퇴계 생각> 같은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넷째, 주말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서를 비롯한 호남 선비 강좌를 하자. 필암서원 안에 있는 평생교육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더구나 센터에는 청백리 전시실과 장성아카데미관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더 해 줄 것이다.
다섯째, 가능하다면 필암서원과 하서가 강학한 전북 순창군 훈몽재 그리고 48영 시를 쓴 담양 소쇄원등을 연계한 광역 관광코스도 개발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