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남 인물 열전 100권 |
입력시간 : 2015. 03.30. 00:00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부럽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독립운동가 열전’ 60권을 발간하였다. 2005년부터 시작한 10년간의 결실이다. 60명의 작가가 60인의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였다. 인물들을 보면 신채호·박은식·민영환·서재필·최익현·이준, 이상룡·이회영·이시영, 김좌진·홍범도·유관순·윤봉길·김철 등이다. 독립기념관은 2019년까지 100권을 발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너무 부럽다. 경북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2014년에 국학자료 수집 40만점을 달성하였다. 2010년에 30만점 수집을 달성한데 이어 4년만의 쾌거이다. 1996년에 설립된 한국국학진흥원은 2006년에 유교문화박물관도 개관하여 한국 정신문화의 보고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국학진흥원은 교양서로 ‘퇴계 이황의 인물’ 시리즈 12권을 발간하였다. 여기에는 유성룡·김성일·정구·장현광 등 퇴계학파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2013년에 국학진흥원은 '퇴계생각' 책을 기획하였다. 이 책은 퇴계와 호남 선비들의 만남을 다루고 있는데, 김인후·임형수·송순·임억령·기대승·박순·김언거·문위세·박광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토록 한국국학진흥원은 활동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호남은 어떠한가. 호남인물열전 발간은 구상조차 못하고 있다. 우선에 호남에는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 같은 조직이 없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주·전남 첫 상생 사업으로 ‘한국학 호남진흥원’을 만들기로 합의하였으나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또한 광주광역시와 전남도의 관심도 투자도 부족하다. 몇 몇 시군 또는 문중, 개인들이 傳記를 발간하고 있을 따름이다.
장성군은 청렴교육을 위해 청백리 송흠과 박수량을 현창하였고, 광주광역시 광산구도 박순·임형수·김언거 등 관내 역사인물 알리기 작업을 하였다. 고봉 기대승 선양 사업은 기씨 문중에서 앞장서고 있고, 진원박씨 문중은 보성군 인터넷 홈페이지에 박광전을 연재하였다. 김인후 전기는 그 후손이, 김덕령 평전은 광주광역시 북구청 공무원이 발간하였다.
한편 호남은 역사인물에 대한 구호만 있고 실천은 부족하다. 광주지하철 농성역에 붙어있는 액자 글을 상기하여 보자.
한국 역사 지켜 온 지혜롭고 의로운 땅 호남은 한국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 새로운 이정표 세운 걸출한 인물들을 낳았습니다. 그 인물들은 일찍이 한반도를 동북아의 중심이자 선진문물의 전파지로 자리매김했고 깊은 사상과 혜안으로 미망의 역사를 밝혀왔습니다.
또한 호남 인물들은 국난 극복을 위해 목숨을 걸었으며 외세에 맞서 민족 지존을 지키고 독재의 폭력에 대항해 민주의 역사를 열었습니다. 뜨거운 저항과 실천의 역사는 오늘날 까지 호남정신으로 살았습니다.
이렇게 한반도를 넘어 일본과 중국 등에 이름을 날린 호남 인물이 여럿 있다. 왕인과 송희경 그리고 강항이 일본에서 추앙받고 있고, 장보고와 최부는 중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에 대한 현창도 부족하고 傳記 하나 변변찮다.
이들만이 아니리라. 광주 도로명의 인물들, 즉 고경명과 정충신, 박상과 박순, 이선제, 박광옥, 정지와 전상의 장군, 한말 의병장 김태원과 양진여를 기리는 인물 열전이 만들어 지면 좋을 것인데 이 작업은 요원하다.
호남역사인물을 기억하는 일, 역사대중화야 말로 호남인의 정체성과 자긍심, 그리고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일이다.
호남인물열전 100권을 발간할 수 있다면, 1년에 10권씩 10년간 발간한다면, 광주·전남·전북이 공동으로 이 작업을 추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여 호남인물열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발간하여 지역 도서관에 배포하고 역사인물 강좌를 연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그것이 바로 호남역사문화 융성이리라. 호남 역사인물 선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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