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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호남이여!

호남역사인물에 대한 관심을, 남도일보 김세곤 칼럼 2014.9.2

[김세곤 칼럼]호남 역사인물에 대한 관심을…

남도일보  |  webmaste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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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01  19: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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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하철 농성역. 금남로 가는 노선 개찰구 앞에 붙어있는 액자에 시선이 멈추었습니다.
한국 역사 지켜 온 지혜롭고 의로운 땅 호남은 한국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 새로운 이정표 세운 걸출한 인물들을 낳았습니다. 그 인물들은 일찍이 한반도를 동북아의 중심이자 선진문물의 전파지로 자리매김했고 깊은 사상과 혜안으로 미망의 역사를 밝혀왔습니다.
또한 호남 인물들은 국난 극복을 위해 목숨을 걸었으며 외세에 맞서 민족 지존을 지키고 독재의 폭력에 대항해 민주의 역사를 열었습니다.
뜨거운 저항과 실천의 역사는 오늘날 까지 호남정신으로 살았습니다.
누가 이 글을 지었는지 알 수 없으나 가히 명문(名文)입니다. 글의 전반부는 지혜의 땅 호남을, 후반부는 의향 호남을 이야기하면서 호남이 걸출한 인물들을 낳은 고장임을 한껏 추켜올리고 있습니다.

# 8월 하순에 일본 다카마쓰의 한 서점에서 문고판 ‘노송당 일본행록’책을 샀습니다. ‘조선 사절이 본 중세일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표지에는 ‘15세기 일본사회의 다채로운 양상을 세밀히 파 헤친 일본 기행시문집. 1420년에 일본 사절로 서울에서 교토까지 왕래한 송희경(1376∼1446)이 9개월간 견문과 감개를 적은 것으로, 해적·도시·성(性) 풍속·농경 등 당시 일본 사회의 실정을 자세히 기록한 중요한 사료이다. 조선인이 쓴 가장 오래된 일본 기행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책을 훑어보았습니다. 본문은 주(註)를 달아서 어려운 부분을 쉽게 풀이하고 있고, 부록에는 원문과 세종실록 관련 부분, 그리고 왕복 노정 지도를 붙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이 책을 교주(校注)한 촌정장개(村井章介)의 해설이 있었는데 ‘일본행록 배경과 의의, 송희경에 대한 소개와 학계의 연구’등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책이 4판이나 출간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1판은 1987년에 발행되었고 4판은 2008년에 발행되었습니다.

 

# 노송당 송희경이 누구인지 아시는 지요? 아마 금시초문인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기야 필자도 작년에야 그를 알았습니다. 송희경은 담양 떡갈비 원조이고 면앙정 주인 송순의 고조부입니다. 그는 충남 논산군 연산면에서 태어나서 태종과 세종 시절에 벼슬을 하였습니다. 1419년 6월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이 있은 다음해인 1420년(세종2년) 1월에 그는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10월에 돌아왔습니다.
말년에 송희경은 함양부사를 하다가 은퇴하고 담양으로 내려와 살았습니다. 담양 구산사에 그의 신위가 배향되었는데 지금은 유허비만 남아 있습니다.

# 한국은 노송당 송희경의 일본행록에 대해 그리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의 해행총재에 ‘일본행록’으로 번역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기야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취임사에서 언급한 강항(1567∼1618)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는 강항을 일본 주자학의 아버지로 추앙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였고, 에히메 현 오즈시 초등학교 사회과 부교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간양록’ 번역 책만 있을 뿐 강항 평전 한 권 발행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영광군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강항에 대하여 한 시간이라도 가르치는지, 내산서원 답사라도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 우리는 말로만 의향·예향을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호남역사인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중화는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역사인물 조명에 책 발간비용을 포함하여 3천만 원이면 가능한 데도 이에 인색합니다. 수십 억 원 드는 기념관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인물에 대한 스토리 작업도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은 문화 콘텐츠 시대입니다.
이번 기회에 전남 담양군이 나서서 송희경을 재조명하였으면 합니다. ‘2015 담양세계대나무 박람회’에 인기를 끌 담양 떡갈비에 스토리를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 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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