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병의 날’ 단상 |
입력시간 : 2014. 06.09.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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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일은 제59회 현충일이었다. 그러면 6월1일은 어떤 날인가? ‘의병의 날’이다.
정부는 숭고한 의병의 넋과 자발적인 희생정신을 나라사랑 운동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2010년 5월에 ‘의병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하였다. 6월1일을 ‘의병의 날’로 한 것은 홍의장군 곽재우가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1592년 4월22일(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사실 ‘의병의 날’ 제정에는 경상남도 의령군의 노력이 컸다. 의령군은 1971년에 의병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1975년에 '의병의 날' 제정 청원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특히 2008년에는 의령군수 등 1만5천586명이 서명한 ‘호국 의병의 날 기념일 제정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이후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에 의병 관련 용역을 의뢰하고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국가기념일 제정을 이끌어 냈다.
2011년 6월1일에 제1회 ‘의병의 날’ 행사가 의령군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 날 곽재우 의병장을 모신 충의사 등 임진왜란 유적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영광을 안았다.
‘의병의 날’ 기념식은 2012년에 경상북도 청송군, 2013년에 충청북도 제천시, 2014년에는 강원도 춘천에서 열렸다.
안전행정부는 해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모를 거쳐 ‘의병의 날’ 기념식 개최지를 선정하는데 2014년에는 춘천시가 선정되었다. 의병의 고장인 장성군도 신청했으나 아쉽게도 탈락하였다. 임진왜란 장성남문창의, 유학자 기정진의 위정척사운동, 기우만·기삼연의 한말 의병활동 등 콘텐츠는 좋으나 의병교육과 군민들의 열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춘천시가 선정된 것은 한말 의병장 류인석을 모신 의암사와 의암기념관 등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고, 의병학교와 의병수련관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의령은 임진왜란 의병장 곽재우, 춘천은 한말 의병장 류인석 한 사람의 힘으로 ‘의병의 날’ 기념식을 하였다. 의향으로서의 이름을 얻은 것이다.
그러면 광주광역시는 어떠한가? 내용면에서 본다면 광주는 ‘의병의 날’ 기념식을 진즉하고도 남을 지방자치단체이다.
임진왜란 의병을 살펴보아도 1592년 7월에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고경명·고인후 부자와 유팽로·안영, 1593년 6월 진주성 싸움에서 순절한 고종후와 양산숙 그리고 충장사에 배향된 팔도의병장 김덕령은 물론이고, 박광옥·송제민·기효증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광주목사 권율 밑에서 이치전투를 승리로 이끈 정충신과 노인도 있다.
한말 의병도 김태원과 김율 형제, 양진여·양상기 부자 등 여러 명이다.
이렇게 광주는 명실상부하게 의향이다. 그 피를 이어받아 일제 식민지 시절인 1929년 11월에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났고, 1980년 5월에 광주민주화 운동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광주는 의향 구호는 있어도 실천이 약하다. 광주지역 임진왜란 의병, 한말 의병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고, 수 년 간 지속하고 있는 광주의병 관련 강좌나 답사 활동 하나 없다.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도 의병교육이나 체험활동은 뒷전이다.
금남로가 정충신, 제봉로가 고경명, 회재로가 박광옥, 죽봉로가 김태원, 서암로가 양진여를 기리는 의병의 도로임을 아는 시민들도 그리 많지 않다.
행정관청의 관심 또한 부족하다. 의병 정신 고양에 관한 지원도 미약하고, 광주광역시가 주관하는 의병 강좌나 세미나, 연구 활동도 거의 없다. 의향 광주 대중화와 홍보에도 소홀하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호남의병유적보존회원 30명이 금년에도 6월1일에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호남의병 합동 추모위령제를 지낸 일이다. 올해로 4년째 추모 행사이다.
이제 윤장현 시장이 앞으로 4년간 광주시를 이끌게 됐다. 그의 재임 중에 의향 광주가 속살이 채워지고, 광주에서 ‘의병의 날’ 기념식이 치러질 수 있으려나?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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