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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이번 지방선거에서 앞으로 4년간 광주를 이끌 지도자로 선출됨을 축하드립니다. 광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당선 축하 겸 세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그것은 포용(包容), 법고창신(法古創新), 그리고 ‘광주정신’ 실천입니다.
먼저 새로 뽑힌 지도자께서는 낙선하신 분을 포용하였으면 합니다. 낙선자를 직접 찾아가시어 그동안 고생하시었다고, 본인이 승리하여 미안하다고 하시고 포옹하십시오. 앞으로 함께 빛고을 광주를 잘 이끌어 가자고 화합의 손길을 내미십시오.
둘째, 법고창신 하시기 바랍니다. 옛것을 배우되 새롭게 하고, 새롭게 하되 옛것을 제대로 살피십시오.
전주가 법고창신의 대표적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국내외 관광객이 미어터집니다. 전주비빔밥이 세계의 대표 음식이 될 줄은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데 광주 오리탕 식당가는 이제 찾아 볼 수 없고, 판소리와 한국화, 서예도 시들합니다. 지도자들께서는 법고창신의 묘책을 고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광주는 선조로부터 훌륭한 혼과 얼을 이어 받았습니다. 고봉 기대승의 깊은 학문과 고상한 식견, 제봉 고경명의 충의, 눌재 박상의 문장과 절의, 금남군 정충신의 공적과 충장공 김덕령의 용기, 금호 임형수의 호기(豪氣)는 모두 오늘의 광주가 있게 한 소중한 가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들의 행적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합니다. 금남로가 정충신의 군호를 따서 지은 도로라는 것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호남역사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필자는 탄식하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지도자들께서는 포충사, 충장사, 월봉서원, 무양서원 등의 제향일에 참석하시어 수범을 보여 주시기를 앙망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광주정신’ 실천입니다. 사실 이번 광주선거는 ‘광주정신’ 선거였습니다. 각 후보자 마다 ‘내가 광주정신을 실천 고양할 적임자’라고 외쳤습니다. 이제 선출된 지도자들께서는 약속대로 ‘광주정신’을 드높이고 실천하는데 힘쓰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광주정신’이 5·18 정신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정신)과 같은가요 아니면 다른지요?
‘광주정신’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요?
작년 가을에 북경을 갔는데 북경에는 북경정신이 있더군요. 거리마다 붙어 있는 표시판에 ‘북경정신(北京精神) - 애국(愛國), 창신(創新) , 포용(包容), 후덕(厚德)’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2011년 11월 초에 북경시는 북경정신을 공표하였는데, 이 공표에 북경시는 1년 이상의 연구와 논의를 하였고 북경시민 1,500만 명중 29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합니다.
지도자들께서는 먼저 광주정신의 개념정립과 구체적 내용부터 확정하십시오. 그래야 광주정신을 실천할 것 아닙니까?
마침, (재)광주비엔날레와 (사)광주연구소가 광주비엔날레 20주년에 맞춰 ‘광주정신’의 탐색을 위한 본격적 학술 연구 작업을 하고 있다 합니다. 지금 학계·문화예술계·시민사회계가 참여하여 3차의 원탁회의를 마무리하였는데, 광주의 행정관청과 의회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사실 ‘광주정신’ 개념정립과 내용은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광주정신이 5·18 정신과 같다면 3·1 정신이나 4·19 정신처럼 5·18 정신이라고 하면 되지 왜 ‘광주정신’이라고 해야 하는지요?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분명하여야 합니다.
광주정신이 5.18 정신과 다르다고 한다면 광주정신은 조선시대 사림정신과 한말의 의병정신, 일제시대의 항일정신과의 관련성도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광주정신이 구속력을 가지려면 광주광역시 의회가 광주정신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광주광역시장이 광주정신을 선포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경처럼 시민 투표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한 각 구청장과 의회 의원님들, 다시 한 번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아시아 중심 도시 광주, 아니 세계의 중심 광주 만들기에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