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신이 그립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충무공 이순신이 승리한 23전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해전은 단연코 명량해전이다. 1597년 9월16일에 이순신은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에서 물리쳤다.
그런데 이순신의 승리에는 고난의 역정이 있었다. 선조 임금의 수군 폐지 명령, 유언비어 난무와 군사들의 공포심, 그리고 당일 전투 등 소위 3중고를 겪었다.
이순신은 8월3일에 전라좌수사겸 삼도수군통제사 발령장을 받자마자 단 10명의 군관과 함께 전라도로 달려왔다. 7월16일 거제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전멸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순신은 8월15일에 보성 열선루에서 선조의 편지를 받았다. “수군의 전력이 너무 약하니 권율의 육군과 합류해 전쟁에 임하라”는 명령이었다.
이순신은 착잡하였다. 그는 곧바로 장계를 작성하였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죽을힘을 다하여 싸우면 적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전선수가 적다하나 보잘 것 없는 신이 아직 죽지 않은 한, 적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는 못 할 것입니다.”
이순신은 수군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책임지고 신명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불태웠다.
두 번째 난관은 군사들의 기강과 유언비어 난무를 바로 잡는 일이었다. 8월19일에 이순신은 회령포 만호 민정붕이 군량을 사사로이 피난민에게 넘겨주고 술과 음식을 받아먹었기에 곤장 20대를 때렸다.
경상우수사 배설도 슬그머니 도망을 갔다. 군사들의 사기는 엉망이었다.
유언비어도 난무하였다. 8월25일에 이순신은 피난민의 소 두 마리를 훔쳐가면서 왜적이 왔다고 헛소문을 낸 포작인 匏作人 두 사람을 체포하여 목을 베고, 그 목을 매달아서 사람들이 널리 보도록 하였다.
이러하자 군대와 백성의 동요가 가라앉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스미싱 사기도 퍼지고 있다. 이런 일은 이순신처럼 초기에 강력 대응하여야 진정된다.
세 번째 고난은 9월16일 당일의 해전이었다. 9월15일 밤에 이순신은해남 우수영에서 휘하 장수들에게 일장훈시를 하였다.
병법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고, 살려고만 하면 죽을 것이다. (必死卽生 必生卽死)라고 하였고,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족히 천명이 와도 두렵지 않다”라고 했는데 이 두 마디 말은 지금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그대들은 이번 전투에서 살고자 하는 생각을 품지 마시오. 장수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군졸들도 뒤를 따를 것이요. 만약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기면 군법으로 엄히 다스릴 것이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조선 함대 13척과 왜선 133척의 싸움이 시작되자 휘하의 장수들은 한 순간 뒷짐을 지고 있었다.
이순신이 탄 대장선이 앞장서서 홀로 분전하였을 때, 여러 장수들의 배는 1마장 정도 뒤에 있었고 전라우수사 김억추의 배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순신은 중군에게 기를 세워 군령을 내렸다. 그러자 중군장 김응함의 배가 이순신 배 가까이 왔으며, 거제현령 안위의 배가 그보다 먼저 왔다. 이순신은 배위에 서서 직접 안위를 불러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 가서 살 것이냐?”하였다. 그러자 안위는 황급히 적선 속으로 뛰어들었다.
또 김응함을 불러 “너는 중군으로서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원하지 않으니 죄를 어찌 면할 것이냐? 처형하고 싶지만 급하므로 우선 싸워 공을 세우게 하겠다.”하였다. 그때서야 여러 배들이 전투에 가세하였다.
돌이켜 보면 조선이 임진왜란을 극복한 것은 이순신, 유성룡, 이원익,이항복, 이덕형 같은 공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조 임금은 약간 무능하였지만.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이순신 같은 공직자들은 안 보이고 VIP만 보인다. 그래서 지금 이순신이 그립다.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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