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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후손들

해바라기 -한시

 

 

  

해바라기

 

                     김일손



한 길 남짓한 이름난 꽃

가는 봄을 알아서


줄기 끝 노란 송이

담장에 기대었네.


발 싸주는 간신들

아첨을 어디 쓰랴.


마음 바친 열사들

그 의리는 친할 만해.



꽃무리 퍼지자

고개 숙임 자랑스럽고


씨앗이 반 쯤 보여

입술을 여네.


알겠노라, 해바라기야.

당신은 해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천성이어서


주인을 배반한 자를

천추토록 부끄럽게 하는 줄을.






向日葵花              향일규화


一丈名花解殿春             일장명화해전춘

梢頭緗萼倚墻垠             초두상악의장은         奸臣衛足倭焉用             간신위족왜언용

烈士傾心位可親             열사경심위가친



鵝畢初勻誇點額             아필초균과점액

犀瓠半露見開脣             서호반로견개순

知渠向日元天性             지거향일원천성

愧殺千秋背主人             괴살천추배주인


  해바라기는 일편단심 一片丹心, 임금에 대한 신하의 절개와 충성을 상징하는 꽃이다. 김일손의 시는 해바라기 신하도 충신과 간신을 구분한다.

해바라기는 꽃 모양이 잡히면 고개를 숙인다. 이는 겸양이다. 또한 씨앗을 반쯤 벌려 입술을 보인다. 이 모습은 말을 아낀다는 뜻이다. 이런 겸손과 과묵이 충신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으로 해바라기는 해만 바라보고 충성한다. 그런데 충신인척 하다가 배반하는 간신이 있기 마련이다. 진짜 충신이 있음으로 주인을 배반한 자는 역사에 천추토록 부끄럽게 된다.


 탁영 김일손(1464-1498). 그는 연산군에 의해 능지처참을 당한 붓 한 자루에 목숨을 건 사관 史官이다. 성종의 사초 史草에 스승 김종직(1431-1492)이 지은 조의제문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 일어난 무오사화의 희생자이다. 조의제문은 중국의 항우가 초나라의 의제를 폐한 것을 애달파 하는 시인데, 이는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것에 대한 비유로 훈구파에 의해 해석되어 사림들은 화를 당한다. 이미 죽은 김종직은 관을 꺼내어 다시 죽이는 부관참시 剖棺斬屍를 당하였다.  


한편,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단종임금을 변절한 가짜 충신에 대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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