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이야기

김세곤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기행[3]-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2)

 

김세곤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기행[3]-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2)
  •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4.07.25 23:46
  •  

1475년 1월 28일 피렌체 산타크로체 광장에서 마상시합 경기가 열렸다.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의 동생 줄리아노 데 메디치(1453-1478)는 보티첼리가 그려준 ‘헬멧을 쓴 팔라스 아테네’ 깃발을 들고 출전하여 우승하였다.

 

이 자리에서 줄리아노는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미녀의 여왕"으로 지명했다. 줄리아노는 중세 시대 기사처럼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인 순수한 사랑으로 유부녀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선택한 것이다.

보티첼리 그림 (이상적 여인의 초상)

그러면 시모네타 베스푸치(1453-1476)에 대하여 알아보자. 시모네타 카타네오는 1453년경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가스파레 카타네오 델라 볼타라는 제노바 귀족이었다.

16세인 1469년에 그녀는 탐험가이자 지도 제작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아메리카를 발견한 탐험가)의 먼 친척인 마르코 베스푸치와 결혼하여 피렌체로 왔다.
특출난 미녀인 시모네타는 피렌체에서 이름을 날렸다. 메디치 형제인 로렌초와 줄리아노도 미인 시모네타에 관심을 가졌다.

화가 보티첼리 역시 시모네타를 흠모했지만 감히 내색도 못했다.

그런데 시모네타 베스푸치는 1476년 4월 26일 밤에 폐결핵으로 22세에 사망하였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었다. 그녀가 죽자 피렌체의 젊은이들은 그녀의 관을 들고 도시를 누볐고, 사후 숭배도 열렬했다.

안타깝게도 줄리아노도 시모네타가 죽은 지 2년 후인 1478년 4월 26일에 죽었다. 줄리아노는 메디치 가문의 급성장을 시기한 세습 귀족인 은행가 파치 가문과 이탈리아 패권을 장악하려는 로마 교황청의 음모로 피렌체 성당에서 부활절 미사 도중에 암살당했는데, 다행히도 형 로렌초는 부상을 입고 탈출했다.

로렌초 암살에 실패한 교황청이 나폴리 왕국과 손을 잡고 전쟁을 꾀하자, 로렌초는 비무장 상태로 나폴리를 방문하여 평화를 이끌어 냄으로써 피렌체 시민들로부터 ‘위대한 자 로렌초’라는 칭송을 받았다.

로렌초는 자신의 아들 조반니를 교황 레오 10세(재위 1513-1521)로, 암살당한 동생 줄리아노의 혼외 자식이자 유복자인 줄리오를 교황 클레멘스 7세(1478년 5월 26일-1534년, 재위 1523-1534)로 성장시켰다. (아버지 로렌초의 후광으로 13세에 추기경이 된 레오 10세는 세속적 교황이었다.
그는 베드로 성당 건립을 위해 면죄부를 판매하여 1517년 마르틴 루터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1520년에 레오 10세는 루터를 파문하여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다.)

줄리아노 살해자들은 모두 사형을 당했는데, 1478년에 보티첼리는 피렌체 세관 사무소 문에 줄리아노 암사자들인 지코포, 프란체스코, 레나토 데 파치와 주교 실비아티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은 피에로 데 메디치 도피 후인 1494년 11월14일에 지워졌다.)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초상 (미국 워싱톤 D.C. 국립미술관)

한편 보티첼리는 줄리아노의 초상화를 4점이나 그렸다.
3점(베를린, 베르가모, 워싱턴 D.C)은 줄리아노가 오른쪽을 향한 그림이고, 나머지 한 점(밀라노)은 왼쪽을 향하고 있다. 이 그림들은 줄리아노가 1478년에 살해된 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특히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소장품에는 줄리아노는 거의 눈을 감고 있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다.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초상 (이탈리아 밀라노, 1478년경)

반쯤 열린 창문에 메마른 가지 위에 산비둘기가 등장하는데 이는 죽음을 상징하지만, 또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당시 널리 퍼져 있던 믿음에 의하면 산비둘기는 배우자가 죽은 후에는 더 이상 짝짓기를 하지 않으며 슬픔에 빠져 잎이 떨어진 마른 나뭇가지만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476년에 죽은 시모네타에 대한 줄리아노의 영원한 애도, 즉 ‘기사도적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2005, p 24)

( 참고문헌 )
o 김영숙 지음, 우피치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휴머니스트, 2015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키아라 바스타외 지음 · 김숙 옮김, 보티첼리, 예경,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