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사화와 김일손 49회
- 중종, 유자광을 광양에 유배 보내다.
김세곤 (칼럼니스트, ‘대한제국 망국사’ 저자)
1507년 4월 23일에 영의정 유순 · 좌의정 박원종· 우의정 유순정이
육조 당상을 거느리고 와서 아뢰었다.
삼정승 : 일전에 신 등에게 유자광의 일을 하문하시므로 신 등이 의논하여 아뢰기를, ‘파직이 마땅하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근일에 논하는 이가 모두 들 ‘그 죄가 맞지 않는다.’ 하면서 중형에 처하기를 청하였는데, 전하께서는 공이 있다 하여 받아들이지 않으시니, 조정이 흉흉합니다. 청컨대 공론(公論)에 따르소서
중종 : 대간의 논계로 인하여 이미 조정에 의논하고 파직하였다. 더구나 유자광은 당대의 공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익대(翊戴)의 공이 있었으니 갑자기 죄를 더할 수 없다.
삼정승 : 전하께서 유자광을 공훈 있는 신하로 대우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간뿐만 아니라 온 나라의 공론이 이러하니 죄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 등은 한때 유자광과 같이 벼슬하던 처지인데 감히 여기 와서 아뢰는 것은 공론을 따르려는 것입니다. 유자광은 오늘의 과실만이 아닙니다. 전에도 죄진 일이 많았기 때문에 사림이 통분하여 기회를 기다린 지 오래였습니다. 죄를 더하심이 마땅합니다.
중종 : 대신에게는 파직이 가벼운 벌이 아니다. 나는 차마 죄를 더하지 못하겠다.
삼정승 : 성상께서 머물러 두고 어렵게 여기심을 신 등이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국론(國論)이 모두 중형(重刑)에 처하여야 한다는데도 죄주지 않는다면 말한 자가 도리어 위구심(危懼心)을 품을 것이요, 또
대간이 사직하였으니 속히 결단하소서.
이조 판서 성희안 : 유자광은 조정뿐만 아니라 유생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쾌하게 여기니, 지금 죄주지 않으면 나라에 불미한 일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듣건대 무사들은 논계(論啓)하려 한다고 합니다. 유자광의 죄를 그 누구들 알지 못하겠습니까? 공론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중종 : 여러 조정의 훈신(勳臣)에게 내가 차마 죄를 더할 수 없다. 그러나 온 나라가 논계하기 때문에 부득이 들어주겠는데, 무슨 죄를 가해야 되겠는가? 의논해서 아뢰라.
이어서 중종은 홍문관에 전교하였다.
"훈신에게 죄를 가하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온 나라가 논계하기 때문에 들어주는 것이니, 사직하지 말라."
(중종실록 1507년 4월 23일 2번째 기사)
이어서 유순 등이 의계(議啓)하였다.
"대간이 유자광이 함부로 1등 공신에 참여하였다 하는데, 신 등의 생각 역시 처음에는 참록(參錄)되지 못하였다가 1등에 기록된 것이 온당치 못하게 여겨지니 강등하여 2등으로 하고, 먼 지방에 부처(付處)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또 유승건과 손동은 훈적(勳籍)에서 삭제하고, 아들 유방(柳房)과 유진(柳軫)도 범행이 있으니 역시 먼 지방에 귀양보내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이에 중종이 전교하였다.
" 2등에 녹훈(錄勳)하는 것은 마땅하나, 먼 지방에 부처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유방·유진을 먼 지방에 부처하는 것도 너무 과하니 그들이 자원하는 곳에 부처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유승건·손동 등의 훈적을 삭제하는 일 역시 애매하니, 다시 의논해서 아뢰라."
유순 등이 다시 아뢰었다.
"유자광의 죄를 전하께서 훈구라 하여 어렵게 여기심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공론이 용납하지 않는 바이니 먼 지방에 귀양보내심이 옳습니다. 유승건과 손동은 건의공신(建議功臣) 자제의 예와는 다르니 고치심이 마땅하며, 유방과 유진을 먼 곳에 부처(付處)하는 것 역시 타당합니다."
마침내 중종은 윤허하였다.
"여러 대 조정의 원훈(元勳)을 죄주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론이
이러하므로 허락한다."
(중종실록 1507년 4월 23일 3번째 기사)
4월 23일에 의금부가 유자광은 전라도 광양(光陽)에, 유진은 경상도 양산에, 유방은 산음(山陰)에 유배하기를 계청(啓請)하니, 중종은 그대로 따랐다. (중종실록 1507년 4월 23일 8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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