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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전쟁과 조약의 한국 근대사 (64)- 민명환,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하다

전쟁과 조약의 한국 근대사 (64)

- 민명환,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하다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한 지 1달 된 1896311일에 고종은 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의 대관식에 민영환(18611905)을 파견하였다. (민영환은 1882년 임오군란 때 피살된 선혜청 당상 민겸호의 아들로 고종의 최측근이었다.)

 

"러시아 황제가 즉위하여 대관식(戴冠式)을 가지는 경축일이 가까우므로 짐이 궁내부 특진관인 종1품 민영환을 특명전권공사(特命全權公使)로 임명하여 러시아에 먼저 가서 축하 의식에 참가하게 하겠다."

(고종실록 1896311)

 

319일에 고종은 학부협판(學部協辦 차관) 윤치호를 러시아 특명 전권공사 수원(特命全權公使隨員), 3품 김득련을 러시아 특명전권공사 2등 참서관(參書官), 외부주사(外部主事) 김도일을 러시아 특명전권공사 3등 참서관에 임용하였다. (고종실록 1896319)

 

41일 오전 8시에 민영환은 윤치호, 김득련, 김도일, 종인 손희영과 함께 고종을 알현했다. 민영환은 친서 한 통, 국서(國書) 한 통, 위임장 한 통, 훈유(訓諭) 한 통을 받아들고 물러나왔다.

 

그러면 고종의 친서를 읽어보자.

 

짐의 나라는 관습은 물론 언어와 문자도 고유해 외국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 불행하게도 짐의 나라 동쪽 이웃 나라가 일본입니다. 일본은

섬나라이며 관습은 짐의 나라에서 유래됐고 문자와 제도도 짐의 나라에서 가르쳐 주었습니다. ... 그때문에 일본은 짐의 나라를 자기의 조상과 주인의 나라로 섬겼습니다. ... 최근에 일본이 서양의 제도를 흉내내고 배워 동양의 맹주가 되려 합니다. ... 짐은 폐하가 짐의 나라의 실정을 동정하고 정의를 토대로 세계열강제국이 짐의 나라에 대한 일본의 불법적인 행위를 꾸짖고 나라의 독립을 침해하지 못하게 모든 조약 규정 위반을 즉시 중지하도록 권고하여 주시길 바라고 바랍니다. 끝으로 짐은 눈물로 폐하께 호소하며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강준만 지음, 한국근대사산책 3, 인물과 사상사, 2007, p 97-98)

 

이윽고 민영환 일행을 오후 5시에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하여 오후 7시에 상해로 향하는 러시아 전용 군함 크레마지 호에 탑승했다. 이때 민영환 일행을 도울 러시아 공사관 서기관 스테인(Stein)이 합류했는데 이 모든 것이 베베르 러시아 공사의 주선 덕분이었다.

 

4210시에 제물포항을 출발한 민영환 일행은 4일에 상해에 도착했다. 여러 날을 상해에서 머문 민영환 일행은 411일에 영국 상선 황후호를 타고 12일 오후 5시에 일본 나가사키 항에 도착했다.

 

민영환은 나카사키 항에 도착한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바다 위 산봉우리 자못 기이하다.

뱃사람이 가리키며 나가사키라 하네

일본의 새로이 넓힘을 이로써 보니

집과 누각, 거리, 항구 모두 서양식이라.

 

414일에 민영환 일행은 나카사키 항을 출발하여 시모노세키, 고베를 경유하여 16일 오후 1시에 요코하마 항에 도착했다. 민영환은 요코하마 도착 소감도 적었다.

 

상하이와 요코하마가 어떻게 비교될까?

부두와 거리, 상가가 다투어 새로우며

또한 기차가 있어 능히 번개같으니

도쿄까지 한 시간이면 이른다네.

민영환은 배에서 내려 기차를 타고 도쿄에 도착하여 조선영사관에 들렀다. 이후 러시아 공사관에서 스페이르 공사를 만나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도쿄에 들어가니 눈이 황홀하고

번화한 모양새가 오로지 이 이름이라

사람들을 맞아 참으로 한가할 시간이 없으니

산을 끊은 것 같은 컴컴한 길로 들어갔다네

 

417일 오전 8시에 민영환은 윤치호와 함께 의화군 이강(18771955,고종의 고종의 다섯째 아들)을 만나 잠시 이야기한 후에, 기차를 타고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정오에 일행은 황후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429일 오전 5시에 캐나다 벤쿠버에 도착했다. (민영환 지음·조재곤 편역, 해천추범(海天秋帆)-1896년 민영환의 세계일주,책과함께,2007, p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