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조약의 한국 근대사 (41)
- 고종, 이만손과 강진규를 위리안치하다.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1881년 4월 1일에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영남 만인소’ 소두(疏頭) 이만손과 전 참판 강진규를 처벌하도록 상소를 올렸다.
이러자 4월 3일에 고종은 이만손과 강진규를 잡아서 국청을 설치하고 실정을 알아내라고 전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청도 유생들의 척사(斥邪) 상소가 올라왔다.
5월 9일에 고종은 충청도에서 상소한 무리의 소두를 원배할 것을 전교하였다. 5월 10일에 형조는 호서 소두 한홍렬을 자산부(慈山府)에 원지 정배(遠地定配)하였다고 아뢰었다.
이윽고 고종은 5월 15일에 계속되는 척사 상소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척사윤음(斥邪綸音)을 반포하였다.(고종실록 1881년 5월 15일 2번째 기사)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 너희들 모든 관리와 온 나라의 백성들은 나의 말을 똑똑히 듣도록 하라. (...) 아아! 저것이 종교가 되어 말로는 하늘을 공경한다 하지만 그 귀결은 신을 업신여기고, 말로는 선(善)을 권장한다 하지만 결국은 악(惡)을 전파시키는 것이니, 이것은 진실로 금수(禽獸)만도 못하고 독사와 같은 것이다.
(...) 오늘날 거짓을 없애고 도적을 없애 우리 백성들을 안정시키는 방도는 진실로 사당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데 있다. 그러나 만약 완전히 청산해버리는 방도는 옛날에도 부족함이 없었으니 지금이라 해서 어떻게 더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뿐이다. 병이 침노하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은 원기(元氣)를 보충하는 것만 같은 것이 없고 더러운 때를 없애려는 사람은 몸을 깨끗이 씻는 것 밖에 없다. 지금 사교(邪敎)의 오염을 씻어버리려고 하는 사람은 우리의 유술(儒術)을 더 잘 닦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무릇 선비의 갓을 쓰고 선비의 옷을 입고 공맹의 가르침을 강론하고 정주의 학설을 외우는 사람이 진실로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할 때에 성인의 훈계를 떠나지 않고 급한 때나 위태로운 때에도 반드시 성현의 경전(經傳)을 따르며 정도(正道)를 행하고 좋은 풍습을 일으킨다면, 이른바 사교에 물든 무리들을 비록 적발해내고 소굴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머리를 쳐들고 지나가지 못할 것이고 올빼미 같은 소리도 변할 것이며 짐승 같은 마음도 고쳐질 것이다. 도적질하는 무리와 같은 이들도 본래는 모두 선량한 백성들이니 토벌하지 않아도 그만둘 것이고, 민심을 소란시키는 거짓말도 원래는 근거 없는 말이니 반드시 꼬치꼬치 따지지 않아도 없어질 것이다. 이에 민심은 스스로 안정되어 편안해지고 순박한 풍속이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 이후로부터 만약 다시 사교에 깊이 물들어서 자기 습성을 고치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고 유인하여 깨끗한 것을 더럽히는 자가 있다면 가족과 종족을 멸살시키는 처벌이 부득이 행해질 것이다. 그리고 법을 쓰는 것은 가라지를 제거하여 곡식의 싹을 보호하듯이 악을 제거하여 덕을 심는 것이 곧 우리 열성조의 유민(遺民)을 보호하는 지극한 뜻이다. 이에 분명히 하유(下諭)하니, 모두가 나의 애통한 마음을 잘 알아주기 바란다."
5월 18일에 고종은 이만손, 강진규를 삼배도로 압송하도록 전교하였다.
“마땅히 사형(死刑)에 처해야 하겠으나,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뜻에서 한 번 특별히 용서한다. 죄인 이만손과 강진규에게 모두 사형을 감하여 원악도에 위리안치(遠惡島 圍籬安置)하라."
이러자 이 날 승정원에서 죄인 이만손, 강진규를 사형에 처할 것을 청했지만 고종은 들어주지 않았다.
이어서 양사(兩司)에서도 연명 차자를 올려 ‘이만손·강진규를 위리안치시키는 명을 거두소서.’라고 하니, 강경하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비답하였다. (고종실록 1881년 5월 18일 4번째 기사)
결국 5월 27일에 의금부는 이만손을 강진현 신지도에, 강진규를 흥양현 녹도에 위리안치하였다.
이렇게 고종은 강경책을 썼지만 지방 유생들의 위정척사 상소는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7월 초에 강원도 유생 홍재학이 올린 상소는 격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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