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 공원에서 – 육각의 사육신 비 (1)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서울 노량진에 있는 사육신 공원을 갔다. 홍살문을 지나 ‘사육신 묘(死六臣墓)’ 안내판부터 보았다.
“이곳은 조선 제6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목숨을 바친 사육신을 모신 곳이다. (중략) 본래 이 묘역에는 박팽년 · 성삼문 ·유응부 · 이개의 묘만 있었으나, 그 후 하위지 · 류성원 · 김문기의 허묘도 함께 추봉하였다.”
아니 ‘사육신 묘’라더니 사칠신(死七臣)이 모셔져 있다. 뭔가 이상하다.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니 좌우에 육각(六角)의 사육신비와 신도비각이 있고 앞에는 의절사(義節詞) 사당이다.
‘육각(六角)의 사육신비’부터 보았다. 여기에는 성삼문 · 박팽년 ·이개 · 유응부· 하위지 · 류성원이 각 한 각씩 6각으로 둘러져 있다. 육각의 윗부분엔 육각비를 세운 내역이 적혀 있다.
“성삼문 · 박팽년 · 류성원 · 이개 · 하위지는 집현전 학사로 유응부와 더불어 세종대왕의 높은 신망과 깊은 은총에 감명하며 장손 단종을 보익하라는 간곡하신 고명을 무른 후 세종 · 문종의 뒤를 이어 단종이 등극하시매 나이 아직 어리신지라 정성으로 임금을 돕고 섬기는 중에 단종의 숙부 수양대군이 뜻을 달리하여 정승 황보인 김종서 정분을 죽이고 단종을 밀어내니 때는 단기 삼천칠백팔십팔년 윤6월 세조가 왕위에 오르매 사육신 의분을 참지 못하여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지극한 형벌과 무참한 죽엄을 당하여 버린 듯이 여기 누워 그 충성과 절개 천추만세에 으뜸 되리니 이에 사육신을 추모하는 삼천만 동포의 마음 여기 모여 서울특별시 시민과 역대 시장이 뜻한 바를 김태선 시장이 이루어 지성으로 이 비가 서다. 김광섭 짓고 김충현 쓰다. 대한민국 제1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 의명(依命) 단기 4287년 10월 서울특별시 건립”
단기 4287년을 서기로 환산하니 1954년이다. 그런데 사육신묘 안내판에는 ‘1955년 5월에 육각의 사육신 비를 세웠다’고 적혀 있어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린다.
한편 사육신의 각비에는 사육신의 절개와 충성이 담긴 시가 각각 새겨져 있다. 성삼문 비에는 유명한 시조가 적혀 있다.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 꼬 하니
봉래산 제1봉에 낙락장송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박팽년의 시조도 숙연하다.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 듯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아 가실 줄이 있으랴
유응부는 함길도 절제사 시절에 지은 한시가 적혀있다.
將軍持節鎭夷邊
紫塞無塵士卒眠
駿馬五千嘶柳下
良鷹三百坐樓前
번역하면 이렇다.
장군이 도끼 휘둘러 변경 오랑캐 진압하니
변방엔 흙먼지 가라앉고 사졸은 편히 잠자네.
오천 필 준마들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울고
삼백 마리 날쌘 송골매가 누각 앞에 앉아 있네.
하위지 비에도 한시가 적혀 있다.
男兒得失古猶今
頭上分明白日臨
持贈蓑衣應有意
五湖烟雨好相尋
이 시는 하위지가 고향인 선산으로 내려가자 박팽년이 도롱이를 빌려주었다. 하위지는 그 뜻을 「박팽년이 도롱이를 빌려주니 화답하다」란 시를 지었다. 한글로 읽어보자.
남아의 득실이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구나.
머리위에 밝은 달이 환히 비추는데
도롱이를 건네주는 뜻이 있을 것이라
강호에 비 내리면 즐겁게 서로 찾으리.
한편 생육신 김시습은 군기시(지금의 서울시청 본관 동쪽) 근처 저잣거리에 뒹굴어져 있는 성삼문 · 박팽년 · 유응부의 시신을 수습하여 노량진에 묻고 작은 돌로 묘표를 대신했다.
또한 남효온은 1489년에 박팽년·성삼문·이개·하위지·류성원·유응부의 충절을 기록한 「육신전」을 지었는데 이후 각종 역사 기록은 이들 여섯 사람을 ‘육신(六臣)’으로 지칭하였다.
'사관 김일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이야기] 이화정(梨花亭) (0) | 2018.03.23 |
---|---|
사육신 묘의 유래,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0) | 2018.01.17 |
역사이야기] ‘장릉의 유래’ 안내판, 다시 써야,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0) | 2017.12.14 |
탁영로와 사관 김일손 (2), 남도일보,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0) | 2017.12.12 |
탁영로와 사관 김일손(1) , 남도일보 게재,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0) | 2017.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