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림 우산(虞山)공원에 있는 우제묘(虞帝廟)를 답사했다. 우제묘는 순임금(舜 기원전 2255-2208 재위)을 모신 사당이다. 그는 요순시대를 이끈 임금이다.
우제묘 입구 안내판은 한자와 영어 그리고 한글로 되어 있다. 한국 관광객의 파워를 실감한다.
우제묘 들어가는 곳은 다리가 세 개다. 관운교 · 재운교 · 평안교. 관광가이드는 “출세를 원하면 관운교, 돈을 원하면 재운교, 장수를 원하면 평안교를 건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세 가지를 다 얻고자 세 다리를 모두 건너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사당 안에는 빨간 목패들이 무수하다. 중국인들이 소원을 비는 표시인데 일본 신사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우제묘(虞帝廟)에는 순임금 영정이 있다. 순이 임금이 된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서민 출신인 순은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는 역산(歷山)에서 밭을 갈고 황하 강가에서 질그릇을 구웠으며 뇌택(雷澤)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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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묘 | 한편 순의 아버지 고수는 장님이었는데 완고하였다. 그는 순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재혼하여 아들 상을 얻었다. 그런데 고수는 후처의 꾐에 빠져 그녀의 말만 믿고 순을 괴롭혔다. 그렇지만 효도와 우애를 다했다.
이 소문이 요임금에게도 들어갔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요임금이 임금이 된 지 70년이 되자 그는 후계자를 물색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 장가도 안 든 사람이 민간에 있사온데 우순 (虞舜)이란 사람입니다. 요임금은 “나도 이야기는 들었소. 어떤 사람이요?”라고 물었다.
“장님의 자식으로 아비는 어리석고, 어미는 간사하며, 아우인 상은 오만합니다. 그러나 효로써 잘 화해시키고 성심껏 다스림으로써 간악함을 크게 감화시켰다 합니다.” “내 그를 시험하리라. 그에게 딸들을 주고 두 딸을 통하여 그의 행동을 살펴보리라.”
요임금은 아황(娥皇)과 여영(女英) 두 딸을 순에게 시집보내 순의 품성을 관찰하게 하였다. 그런데 순의 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이복동생의 학대는 더욱 심해져서 마침내 순을 죽이려 하였다.
하루는 순의 아버지가 순에게 창고의 지붕을 고치도록 하였다. 순이 지붕위로 올라가자 아버지와 계모 그리고 이복동생은 합세하여 사다리를 치워버리고는 밑에서 불을 질렀다. 이런 일을 예상한 순은 미리 준비해간 두 개의 삿갓을 어깨에 묶고는 날듯이 내려와 위기를 모면했다.
순을 죽이려는 가족들의 시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순에게 우물을 파게 했다. 위험을 눈치 챈 순은 우물을 파면서 옆으로 빠지는 통로를 미리 파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순이 우물을 파고 있을 때 순의 가족들은 돌로 우물을 메워버렸다.
이윽고 순의 이복동생 상은 ‘두 형수들에게 잠자리 시중을 들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순의 집에 들어섰다. 그랬더니 순이 태연하게 거문고를 타고 있는 것 아닌가.
두 딸을 통해 순의 행실을 알게 된 요임금은 마침내 순을 요직에 앉혔다. 순의 나이 30세였다. 이후 순은 30년간 요직을 맡았고, 요임금이 돌아가시자 순은 61세에 즉위하여 39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순 임금 시절도 요임금 못지않게 태평성대였다. 특히 순임금은 우(禹)에게 치수사업을 맡겨 황하의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
순임금은 말년에 계림에 왔었고 우산에도 올랐다. 100세 때 순 임금은 남쪽을 순행하다가 창오(蒼梧 지금의 호남성 영원현)에서 병사(病死)했다.
순임금을 따라 상수(湘水) 부근까지 와 있던 두 왕비 아황과 여영은 갑작스런 비보에 눈물을 흘리고 상수 물에 빠졌다. 그런데 두 왕비가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져 얼룩이 생겼다. 후에 상수 부근에는 반점이 있는 대나무가 자랐는데, 이 반죽(斑竹)이 그녀들이 흘린 눈물의 흔적 ‘상비죽(湘妃竹)’이다.
한편 우제묘 좌우에는 순임금의 두 왕비를 모신 아황전과 여영전이 있다. 그들은 ‘상군(湘君)’ 혹은 ‘상부인(湘夫人)’으로 불리면서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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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황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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