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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손의 후손들

김일손의 처가 단양 우씨...

성호전집 제50권 원문  원문이미지  새창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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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序)
《단양우씨족보》 서문〔丹陽禹氏族譜序〕


옛날에 명철한 임금은 나라를 세우고 나서 반드시 먼저 종통(宗統)을 세워 백성의 풍속이 통솔되고 소속된 바가 있게 하였다. 《시경》에 이르기를 “임금으로 받들고 주인으로 높이도다.” 하였고, 주자(朱子)는 “초(楚)나라가 융만(戎蠻)에 종통을 세웠다.”라는 것으로 증거를 삼았다. 오랑캐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문명(文明)의 나라에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만일 종통을 세우고자 한다면 보계(譜系)를 먼저 밝혀야 하니, 보계가 분명해진 뒤에야 종족(宗族)을 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학(譜學)이 융성해진 것은 중세부터 시작되었다. 퇴도(退陶) 이자(李子)가 영남(嶺南)의 예안(禮安)에 역동사(易東祠)를 창건하고서 손수 우씨(禹氏)의 족보를 필사하여 역동사에 보관하였다. 이것은 어진 이를 숭상하는 마음을 미루어서 위로 조상에게 소급하고 아래로 후손에게 흘러가게 한 것이니, 그 뜻이 지극함을 다하지 않은 바가 없었다. 비유컨대 한 구역의 명산(名山)이 훌륭하고 빼어나면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반드시 그 내맥(來脈)의 방위와 지간(枝幹)의 많고 적음 그리고 멀고 가깝거나 평탄하고 험준한 것을 살핀 뒤에야 그만두는 것과 같으니, 이것은 어진 이가 산을 좋아하는 절도(節度)이다. 이자(李子)가 훌륭한 행적을 기뻐하고 흠모한 것이 또한 이와 같았으니, 족보를 어찌 만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산이 있으면 물이 있고, 백 개의 물갈래가 순탄하게 흘러가서 마침내 하나로 모이게 되니, 이것이 또한 종합(宗合)의 뜻이다.
단양(丹陽)에 우씨가 있은 지 오래되었다. 좨주(祭酒) 선생에 이르러 이미 《주역》에 조예가 깊어서 일상생활에 발현하였고, 학교를 세우고 관복(冠服)을 바르게 하고 상기(喪紀)를 절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는 충선왕(忠宣王)이 음란하고 무도하여 뜻을 펼 수 없어서 다만 충성을 다해 바른말로 간언을 하고 물러났다. 아, 세상이 바야흐로 기나긴 밤중이었지만, 해가 뜨면 조짐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아서 끝내 광명한 시대가 되리라는 것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었다. 또한 충정공(忠靖公)에 이르러 나머지 가르침을 폈고, 이어 정포은(鄭圃隱) 선생과 함께 의논하여 행하였으니, 오늘날의 사학(四學), 군학(郡學), 삼년상의 제도가 그것이다. 이것이 어찌 한때의 명망과 덕행이겠는가. 실로 만세(萬世)의 규정이 되는 것이니, 우리나라에 후손이 번성한 것도 마땅하도다. 이 때문에 후손이 널리 퍼져서 종종 걸출한 인물이 나서 나라의 대성(大姓)과 명족(名族)이 되었음을 보첩을 통해 명백하게 볼 수 있으니, 성대하도다.
근래에는 이름난 대부 참판공(參判公)이 있는데, 선친의 좋은 벗이다. 나는 다행히 그 후손과 종유(從遊)하였는데, 지금 그의 증손 세겸(世謙)이 장차 영남으로 가려 하면서 나에게 와서 부탁하기를 “종인(宗人)들이 바야흐로 족보를 간행하려고 하니, 서문을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이에 서문을 쓴다.


 

[주D-001]임금으로 …… 높이도다 : 《시경》 〈공류(公劉)〉에 “후덕하신 공류께서 경구(京丘)에 편안히 계시니……밥을 먹이고 술을 마시게 하며 임금으로 받들고 주인으로 높이도다.〔篤公劉 于京斯依……食之飮之 君之宗之〕”라고 하였다.
[주D-002]초(楚)나라가 …… 세웠다 : 《춘추좌씨전》 소공(昭公) 16년 조에 “초나라 임금이, 오랑캐 나라에 난리가 났고 오랑캐 나라의 임금이 신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연단으로 하여금 오랑캐 임금 가를 유인하여 죽이게 하였다. 드디어 오랑캐 나라를 차지하고, 그 뒤에 다시 오랑캐 임금의 아들을 임금으로 세웠다. 그것은 예에 맞는 일이다.〔楚子聞蠻氏之亂也與蠻子之無質也 使然丹誘戎蠻子嘉殺之 遂取蠻氏 旣而復立其子焉 禮也〕”라고 하였다.
[주D-003]내맥(來脈) : 풍수설에서 주산(主山)에서 뻗어 내려온 산줄기를 이르는 말이다.
[주D-004]어진 …… 좋아하는 : 《논어》 〈옹야(雍也)〉에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며, 지자는 낙천적이고 인자는 장수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하였다.
[주D-005]종합(宗合) : 종족(宗族)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예기》 〈대전(大傳)〉에 “동성의 친족은 종(宗)을 중심으로 모여서 종족을 형성한다.〔同姓 從宗 合族屬〕” 하였다.
[주D-006]좨주(祭酒) 선생 : 우탁(禹倬, 1263~1342)을 가리킨다. 자는 천장(天章)ㆍ탁보(卓甫), 호는 백운(白雲)ㆍ단암(丹巖), 본관은 단양(丹陽)이다. 세상 사람들이 역동(易東) 선생이라 불렀다. 고려 말 정주학 수용 초기의 유학자이다.
[주D-007]충정공(忠靖公) : 우현보(禹玄寶, 1333~1400)를 가리킨다. 자는 원공(原功), 시호는 충정이다. 이색(李穡), 이숭인(李崇仁), 정몽주(鄭夢周) 등과 교유하였다.
[주D-008]정포은(鄭圃隱) : 정몽주(鄭夢周, 1337~1392)를 가리킨다. 자는 달가(達可), 호는 포은, 본관은 영일(迎日),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주D-009]참판공(參判公) : 우창적(禹昌績, 1623~1693)을 가리킨다. 자는 자무(子懋), 호는 죽계(竹溪)이다. 《星湖全集 卷62 禮曹參判禹公墓碣銘》
[주D-010]선친 : 이하진(李夏鎭, 1628~1682)을 가리킨다. 자는 하경(夏卿), 호는 매산(梅山)ㆍ육우당(六寓堂), 본관은 여주(驪州)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기빈 (역)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