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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기행

의 義의 길을 걷자

  의 義의 길을 걷자 

               

   길이 대세이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순천만 갈대숲 길,  관동별곡 800리길 등  온통 길이 유행이다. 


    길 중에서 2009년에 가장 히트한 길은 제주도 올레 길이다. 15개 코스, 269km 해안 길은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 대표 길이 되었다. 제주도는 올레 길 하나로 대박을 터트렸다. 제주 감귤의 상표도 올레이고  KT의 휴대폰 광고도 올레이다. 



   왜 이리 올레길이 인기일까. 이 길에는  치유가 있다. 천천히 길을걸으면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들이 평화를 얻고 있다. 이 길에는 이벤트가 있다. 연예인 고두심, 최불암이 관광객과 같이 걷고,  소설가 조정래, 김주영이 팬들과 함께 문학을 이야기 하는 등 매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매스컴도 한 몫을 하였다. KBS ‘다큐 3일’이 방영되는 등 신문 방송에서 앞 다투어 홍보를 하여 사람들이 더 몰리고 있다.  

  

   이렇게 길이 돈을 벌어주니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길을 만든다고 야단이다. 전북에 순례자의 길이 만들어졌고, 광주도 무등산 옛길에 이어 생태 길을 만든다 한다. 


  그런데 말이다. 돈 많이 들여서 길을 새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미 있는 남도 길을 걸어 보면 어떨까.


   남도의 브랜드가 무엇인가? 의향 義鄕, 예향 禮鄕, 미향 味鄕이다. 그렇다면 남도의 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의의 길, 예의 길, 미 味의 길을 걸어보자.


   우선에 의 義의 길부터 걷자. 세상을 바르게 살려다가 화를 당한 조선 선비들의 이야기가 있는 길을 걸어 보자. 먼 곳까지 갈 것 없고, 광주에서 가까운 화순과 담양과 장성에 그런 길이 있다.


   화순에는 1519년 기묘사화의 희생자 조광조와 양팽손 그리고 최산두의 한이 서려 있는 길이 있다.   능주면의 적려유허지는 조광조가 귀양을 와서 사약을 마시고 죽은 곳이다. 죽수서원에는 조광조와 그의 시신을 수습한 양팽손의 신위가 같이 모시어져 있다. 학포당은  양팽손이 세상과 등지고 산 곳이고, 물염정과 적벽, 그리고 도원서원에는  최산두의 귀양살이 흔적이 남아 있다.



   담양에는 소쇄원부터 시작하여 식영정, 송강정, 면앙정까지의 의 義의 길이 있다. 소쇄원에는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식영정에는 동생과도 인연을 끊고 의리를 지킨 임억령이 있다. 송강정에서는 1545년   을사사화로 창평에서 살게 된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을, 면앙정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한 송순을 만나게 된다.


   장성에는 하서 김인후의 길이 있다. 황룡면 맥동 마을 입구의 붓바위에서 부터 백화정, 난산,  하서 묘소, 필암서원 코스가 하서 길이다. 난산은 하서와 인종 임금과의 인연이 스며있는 곳이다. 하서는 매년 7월1일 인종 기일 忌日에 난산에서 통곡하였다 한다. 백화정에는 호남 유학자 이항과 기대승 그리고 김인후 간의 태극 논쟁 이야기가 배어있다. 


   이외에도 남도에는 해남, 강진, 완도, 진도 등 곳곳에 의의 길이 있다. 이런 의의 길을 걸으면서 남도인의 정체성 正體性과 자긍심을 느끼자.

             

   그런데 의의 길 걷기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자세한 안내가 그것이다. 며칠 전에 소쇄원에서 어느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소쇄원이 별로 볼 것이 없다고 투덜댔다. 유인촌 장관이 좋은 곳이라고 방송에서 말하여 찾아 왔더니  집 두어 채와 대나무 숲 밖에 없어, 다른 곳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에게 소쇄처사 양산보의 한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제월당에 걸린 한시와 도연명의 귀거래사 글씨에 대하여 설명하여 주었더니 ‘아 ! 정말 그런 사연이 있네요.’하면서 자세히 둘러본다.


   역사 유적도 그냥 보면 다 집이요 정자요, 비석이다. 그러나 그 안에 스며있는  사연과 스토리를 자세히 알면  잔재미가 쏠쏠하다.


   이렇듯 울림이 있는 스토리와 길 안내 지도가 담긴 팜플렛을 만들자.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많이 활용하자. 또한  정자에 걸린 한시들을 한글로 번역하여 알기 쉽게 소개하자.  


  의義의 길을 걷자. 그 길에서 올곧게 살아간 남도의 선비들을 만나고 바르게 사는 길을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