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표 드라마, 왜 여전히 인기인가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 높은 시청률 속에 막내려 인물들의 심리 묘사 탁월… 탄탄한 대본이 큰 역할 | ||||||
1987년 방송돼 화제를 뿌렸던 김수현의 ‘사랑과 야망’. 올해 2월부터 리메이크돼 방송되면서 또 다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사랑과 야망’이 지난 11월 12일 27.3%의 최고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작가 김수현씨가 대본을 다시 썼지만 기둥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19년 전 작품과 같다. 어떻게 보면 ‘구식’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작품은 방영을 앞두고 과연 전작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를 두고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우선 대중이 안방극장에서 원하는 지점은 과거와 현재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사랑과 야망’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두 형제가 온갖 난관을 뚫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며 ‘야망’을 이룬다는 이야기. ‘성공담’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드라마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 ‘신데렐라 스토리’가 삽입되기도 하지만, 밑바닥에서 시작한 주인공이 화려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모습은 언제나 시청자의 환상을 자극한다. 그런데 ‘사랑과 야망’에는 거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해진다. 극명한 리얼리티다. 1985년에 이미 정교한 세트로 1960~1970년대를 고스란히 되살려냈던 작가와 제작진은 이번 작품에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 생생한 과거사를 현재화했다. 김수현씨는 올해 초 가진 인터뷰에서 “삼각관계, 혈통, 복수 이런 것은 원초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드라마가 빠져 나와야 될 부분”이라고 했다. “아직도 이런 요소를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되는 ‘기본 도구’로 생각한다면 대단히 불행하다”며 “우리 드라마는 이보다 훨씬 더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사랑과 야망’은 1980년대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극명한 삼각관계나 복수극과는 거리가 멀다. 인물 관계도 세심하게 묘사되지만 이 드라마의 ‘압권’은 개성 뚜렷한 인물들의 완벽한 심리 묘사. 김씨는 이런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요. 극중 인물을 실제 옆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그렸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죠. 전 특별한 소재를 찾기 위해 신경 쓴 적이 거의 없어요. 항상 극중 인물에 어떻게 숨결을 불어넣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그는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만 등장인물에 불어넣는다. “ ‘사랑과 야망’ 속 모든 인물이 제 마음속에 있다”며 “미자처럼 퇴폐적이고 불안하기도 하고, 태준이처럼 냉정하기도 하며, 태준이 어머니처럼 깐깐하기도 한 것이 저”라고 했다. 김수현씨는 요즘 들어 자신의 드라마에 특급 스타를 캐스팅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대본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연기자의 숨은 끼를 발굴해 살려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사랑과 야망’은 기본에 충실한 드라마다. 이미 드라마의 주 시청자인 40~50대에게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2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대본의 힘이다. 김씨 특유의 톡톡 쏘는 듯한 당찬 대사가 진중한 구성과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 김씨는 “드라마는 모든 것이 대본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작가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씨는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을 쓰며 인물 간 대화에 많은 신경을 썼다. 시대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요새 말이 튀어나올까봐 걱정했던 것. 제작 과정에 꼼꼼하게 개입해 잔소리를 하는 김 작가의 스타일도 중요한 부분이다. 김씨는 매주 배우들의 대본 연습에 참가해 이런 저런 조언을 한다. 물론 깐깐하다. 배우들은 이런 대작가의 열정에 감탄하며 더욱 열심히 연기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식이 있었다면 그 자식이 나를 부끄러워할 드라마를 써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그의 기준이다. ‘사랑과 야망’의 원전과 리메이크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한층 더 노련해지는 김씨의 모습이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김씨의 강렬한 대사가 다소 완화되면서 ‘가족 드라마’로서 화해의 이미지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 리메이크작의 특징이다. 김씨의 뚝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랑과 야망’은 방송 시작 후, 4개월여 동안 시청률 1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시청률이 올라가며 드라마는 50부작에서 80부작으로 연장방영이 결정됐고, 결국 마지막까지 고공비행을 지속했다. 그 과정에서 김씨는 조급한 속내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그는 자신을 능가하는 후배가 나오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런 작가가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다. ‘사랑과 야망’이 2006년에 이뤄낸 또 한 번의 성공은 어쩌면 많은 드라마 작가에게 깨달음을 주었을 것이다. 성균관대 백선기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는 “ ‘사랑과 야망’이 다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드라마적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 간 사랑, 가난한 자와 부자의 전복된 삶, 밑에서부터 올라와 야망을 이루는 사람의 이야기 등이 가득하지 않느냐”면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있게 천착할 수 있는 김수현 작가의 남다른 힘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또 “리메이크된 이번 작품은 1987년작(作)에 비해 서사구조가 훨씬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며 스피드도 넘친다”며 “심리 묘사가 한층 더 정교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무지개, 새 엄마, 강남 가족, 수선화, 안녕, 신부일기, 여고 동창생, 보통여자, 후회합니다, 청춘의 덫, 불행한 여자의 행복, 행복을 팝니다, 엄마 아빠 좋아, 고독한 관계 |1980년대| 잃어버린 겨울, 아롱이 다롱이, 옛날 나 어릴 적에, 첫 손님, 안녕하세요, 사랑의 굴레, 불타는 다리, 사랑합시다, 야상곡, 아버지, 어제 그리고 내일, 딸의 미소, 다녀왔습니다,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모래성 |1990년대| 배반의 장미, 여자 나이 마흔 다섯, 사랑이 뭐길래, 두 여자, 어디로 가나, 산다는 것은, 작별, 인생,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하니까, 청춘의 덫(리메이크), 아들아 너는 아느냐 |2000년대| 불꽃, 은사시나무, 내 사랑 누굴까, 혼수, 완전한 사랑, 홍소장의 가을, 부모님전상서, 사랑과 야망(리메이크) 최승현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vaidal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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