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그리스 기행(11) - 소크라테스 감옥 (8)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3.10.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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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최후 변론은 계속된다.
“죽음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열함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죽음보다 비열함이 더 발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느리고 연로해서 둘(죽음과 비열함) 중 더 느린 죽음에 따라잡혔지만, 내 고발인들은 영리하고 민첩해서 둘 중 더 빠른 비열함에 따라 잡혔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여러분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법정을 떠나지만, 내 고발인들은 진리에 의해 사악하고 부정한 자라는 판결을 받고 떠날 것입니다. 또한 내가 내 판결을 받아들이듯이, 그들은 자신들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
이번에는 예언하고자 합니다. 내게 사형 판결을 내리신 여러분들이여! 내 이르노니, 제우스 신에 맹세코, 내가 죽자마자 여러분은 나를 죽게 한 처벌보다 훨씬 더 가혹한 벌을 받을 것입니다. (...) 만약 여러분이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여러분의 옳지 못함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타인을 억압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편이 훨씬 휼륭하고 가장 쉬운 일입니다. 그럼 나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여러분에게는 이 정도 예언만을 하고 그만 작별 인사하겠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무죄 투표를 해준 여러분과는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재판관들 여러분, 내가 하려는 일이 옳지 않을 때에는 항상 나에게 나타나서 경고를 하던 다이몬의 음성이 오늘 이 재판에 즈음하여서는 내게 아무것도 속삭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내게 일어난 일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죽음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내게는 이를 입증할만한 유력한 증거가 있습니다. (...) 우리는 생각을 바꿔 죽음이 나름대로 좋은 것이기를 바랄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죽음은 둘 중 하나입니다. 죽음은 일종의 소멸이어서 죽은 자는 아무것도 지각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말하듯 죽음은 일종의 변화이고 혼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주하는 것입니다. (...) 죽음이 이승에서 저승으로의 이주와 같은 것이라면, 사람들 말처럼 죽은 사람은 모두 그곳에 있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약 누가 이곳의 재판관들에게서 벗어나 저승에 가서 그곳에서 심판한다는 크레테 왕 미노스와 그이 아우 라다만튀스, 아이기아 섬의 왕 아이아코스, 엘레우시스의 왕자 트리프톨레모스 같은 진정한 재판관들과 이승에서 올바르게 살았던 반신(半神 신과 인간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을 모두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실망스러운 나들이가 아니겠지요. (...)
더욱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가운데 누가 진실로 지혜로우며, 누가 지혜롭지도 않으면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지 가려내기 위해 이곳에서 그랬듯이 그곳 사람들에게도 깨묻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겠지요.
배심원 여러분, 여러분도 자신감을 갖고 죽음을 맞아야 하며, 착한 사람에게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없으며, 신들께서는 착한 사람의 일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이 한 가지 진리만은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도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이제는 죽어서 노고에서 벗어나는 게 더 좋겠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에게 보내신 신호가 나를 어디에서도 말리지 않은 것이며, 나도 내게 유죄판결을 내린 이들과 나를 고소한 이들에게 전혀 화를 내지 않는 것입니다.
(...) 이제 나는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여러분, 언제인가 나의 아들들이 자랐을 때 미덕보다 돈이나 그밖의 것에 관심이 더 많다 싶으면 내가 여러분들을 괴롭힌 것과 같이 그들을 질책하여 괴롭혀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잘 난 체 하면, 내가 여러분을 나무랐듯이, 그 아이들이 해야할 일은 소홀히 하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도 자신들이 쓸모있다고 생각한다고 책망하여 주십시오. 여러분이 이렇게 해준다면, 그때야말로 나나 내 자식들은 여러분에게서 올바른 대접을 받은 것이 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내 크산티페 사이에 3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가 사형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장남 람프로클레스는 17살이었고, 차남과 막내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누가 더 좋은 운명을 만나게 될 지는 신 만이 아실 것입니다.”
최후 변론이 끝나자 소크라테스는 곧장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사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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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o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숲, 2017
o 플라톤 지음·왕학수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 향연, 동서문화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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