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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사리(私利)의 유혹

[역사이야기] 사리(私利)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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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청렴연수원 청렴강사

‘하필왈리(何必曰利)’는 ‘맹자’ 첫머리에 나온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말했다.

“천리 길을 멀다 않고 오셨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시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王何必曰利? 亦有仁義).…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운 것은 제후나 대부, 선비와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리(私利)만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위아래가 다투어 사리를 앞세우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왕께서는 오로지 인과 의를 말씀하시옵소서. 어째서 이익을 말씀하려 하십니까?” 한편 사마천은 사기 ‘맹자·순경 열전’에서 “사리는 난(亂)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일찍이 ‘맹자’ 책을 읽다가 양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읽던 책을 덮고, ‘아, 이(利)는 진실로 난(亂)의 시작이로구나’라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자가 이(利)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그 난(亂)의 근원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이(利)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다’라고 했던 것이다. 천자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利)를 좋아하는 데서 생긴 폐해가 어찌 다르겠는가?”

작년 11월에 서울고등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은 유재수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청와대 감찰을 무마하려 했다는 혐의로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금년 2월 16일에 김원웅 광복회장이 자진 사퇴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으로 줄 카페 수익금 6천만원을 ‘쌈짓돈’으로 챙겼단다.

한편 L 대통령 후보 부인 김씨의 ‘법인카드(법카)’ 유용이 논란이다.

2월 2일 KBS는 ‘김OO 측, 경기도 법인 카드 바꿔치기 결제… 사적 유용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이는 L 후보 측근인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씨 지시에 따라 김씨 심부름을 한 7급 공무원 A씨의 제보에 따른 것이다. KBS는 A씨가 소고기 안심 4팩 값 11만 8천원을 개인 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법카로 ‘바꿔치기’했다며 영수증도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2월 9일에 부인 김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공직자 배우자로서 모든 일에 조심하고 공과 사를 구분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2월 11일에 A씨는 추가로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는 배씨 지시에 따라 경기도 법카로 결제한 초밥, 샌드위치, 복어요리, 닭백숙 등을 10여 차례 L 후보 자택으로 배달했다. 그런데 초밥은 10인분이나 시켜 배씨는 A씨와 통화 중에 ‘기생충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L 후보는 2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아내가 법인카드를 쓴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강조하면서도 “어쨌든 제 아내가 공직자에게 사적인 일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그건 잘못이라며 저의 불찰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L 후보 아내의 경기도 법카 유용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利)는 화(禾)와 도(刀)를 합한 ‘벼를 수확한다’는 뜻이지만, ‘재물을 취하려는 자는 칼날을 각오하라’는 뜻도 있다. 공자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 했고, 퇴계 이황도 ‘사(私)는 마음을 파먹는 좀도둑이고 모든 악의 근본’이라고 했다. 무릇 공직자는 사리(私利)의 유혹을 철저히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