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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텍대학

전 노동위원장의 ‘친정’ 상대 법정 투쟁… 불합리 관행에 맞서 부당해고 구제신청

전 노동위원장의 ‘친정’ 상대 법정 투쟁… 불합리 관행에 맞서 부당해고 구제신청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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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전 폴리텍대 강릉캠퍼스 학장

<b>2년 전 미리 쓴 사직서</b> 김세곤 전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이 2011년 9월1일 임기 3년의 학장에 임명되면서 학교 측 요구에 따라 1년9개월 후인 2013년 6월30일자로 미리 작성한 사직서.

2년 전 미리 쓴 사직서 김세곤 전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이 2011년 9월1일 임기 3년의 학장에 임명되면서 학교 측 요구에 따라 1년9개월 후인 2013년 6월30일자로 미리 작성한 사직서.



“다른 곳도 아니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근로자의 차별시정 사건을 취급하는 고용노동부가 이래선 안되죠.” 

2011년 전남지방노동위원장을 끝으로 노동부에서 25년의 공직생활을 마친 김세곤 전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60·행시 27회)은 노동위원회 문턱을 다시 넘나들고 있다. 2년 만에 처지는 180도 달라졌다. 노동위원장이 아니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해직근로자 신분으로 ‘친정’을 향해 법정 투쟁에 나선 것이다. 

“내가 고작 임기 1년 더 보장받으려고 시작했다면 (이 싸움을) 벌써 그만뒀을 거예요.”

지난 6월 임기 3년의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학장직에서 1년9개월 만에 면직된 그는 “자꾸 ‘노욕’으로만 바라보는 노동부의 시선을 볼 때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고 있는 답답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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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 차별 시정 다루는 노동부가 
임기 찾으려는 노력을 ‘노욕’ 치부
“정년규정 없는데 60세 퇴직 강요”
 

노동부 퇴직 후인 2011년 9월1일 강릉대학장에 임명되면서 그는 학교가 요구한 ‘사직서’를 미리 제출했다. 2년 뒤 60세가 되는 날에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더 이상 근무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각서였다.

“지역대학장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어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별 고민없이 사직서를 제출했지요. 그런데 노동부가 아닌 외부기관에서 온 인사들은 60세가 넘어도 임기 3년의 학장에 임명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취업규칙·인사규정 어디에도 정년 규정이 없었던 겁니다.”

그는 “정년 없이 임기가 보장되는 근로자를 명시적 근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60세에 면직시키는 것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정면 위배된다”고 말했다. 출신에 따라 노동부와 외부기관을 나눠 정년 차별을 두는 것도 법을 어긴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김 전 학장은 박종구 폴리텍대학 이사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노동부 출신은 공무원 정년인 60세에 (학장직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노동부의 인사방침이어서 그대로 따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친정인 노동부에 차별적인 인사조치를 시정해달라는 편지를 보냈으나, 후배 과장으로부터 ‘60세까지 근무하면 됐지 뭘 더 근무하려 하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그는 60세가 되기 두 달 전쯤인 지난 4월 대학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임용장에 적힌 대로 2014년 8월 말까지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학 측은 외려 사직일자(6월30일)보다 5일 앞서 의원면직처리 방침을 통보했다. 


그는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낸 첫 전직 노동위원장으로 기록됐다.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말 “지역대학장은 사업경영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은 사업경영담당자에 해당되어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2008년 중앙노동위원회가 폴리텍대학 순천대학장의 부당징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지역대학장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음에도 뚜렷한 근거없이 상급심 판정을 번복한 것이다. 노동위 안팎에선 서울지노위가 노동부의 부당 차별에 대한 본안 판단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성을 문제 삼아 각하 결정을 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교수 채용이나 교원의 승진·임용 권한이 없고 교직원 징계권한도 없는 사람이 사업경영담당자라는 서울지노위 결정을 인정하게 되면 사업주의 일부 권한을 위임받아 업무를 행하는 공기업·기업의 중간관리자, 지사장, 영업소장, 은행 지점장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학장은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는 “3년 동안 전남노동위원장을 하면서 숱한 사건을 맡아봤지만 명시적 근거 없이 사직서를 미리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년에 차별을 두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차별을 시정해야 할 노동부가 관행이란 이유로 차별을 당연시하는 고질병을 바로잡을 때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정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투쟁이 이제는 ‘개인의 권리구제’ 차원을 벗어나 그만두고 싶어도 멈출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112123111&code=940702#csidx98d6a56ce41c4c199d21a2589a85f8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