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 (newscj@newscj.com)
- 승인 2018.11.29 17:53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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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방에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보았다. 고통 속에서 죽임을 당한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림은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베이덴·루벤스·렘브란트 등 여러 화가들이 그렸다.
루벤스(1577~1640)의 그림은 비극적이지만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예수는 머리를 뒤로 하고 새하얀 천에 휘감겨 있는데, 손과 발에 박힌 못 자국이 선연하다.
예수의 시신 주변에는 남자가 3명, 여자가 2명이 있다. 이들은 요셉과 니고데모, 사도 요한 그리고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림 가운데에 두건을 두르고 있는 이는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다. 의회 의원인 요셉은 빌라도 총독에게 청하여 예수의 시신을 인수받았다. 왼편의 수염을 기른 남자는 니고데모인데 천으로 예수를 감싸고 있다. 오른 편에 진홍색 옷을 입은 이는 사도 요한인데, 두 발을 사다리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예수의 등을 받치고 있다.
한편, 왼편에 자주색 옷을 입고 예수의 옆구리를 만지고 있는 여인은 성모 마리아이고, 한 발을 꿇고 예수의 두 손을 잡고 있는 분홍 드레스의 여인은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런데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렸을 때 여러 명이 있었다. 요한복음 19장에 나온다.
“예수의 십자가 밑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레오파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서있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가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도 예수의 제자였지만 유대인들이 무서워서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요셉은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렸다. 그리고 언젠가 밤에 예수를 찾아 왔던 니고데모도 침향을 섞은 몰약을 백근쯤 가지고 왔다. 이 두 사람은 예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대인들의 장례 풍속대로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감았다.”
한편 루벤스가 1612년에 그린 벨기에 안트베르펜 노트르담 성당에도 제단화(祭壇畵)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가 있다. 이 그림은 일본 애니메이션 ‘플랜더스의 개’에서 화가 지망생 넬로와 개 파트라슈가 추운 겨울날,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보았던 그림이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그림에는 예수의 곁에 8명이 나온다. 요셉은 예수 바로 곁에 있고, 니고데모는 두 발을 사다리에 올리고 있으며 진홍색 옷을 입은 요한은 한 다리를 사다리에 걸치고 있다. 청색옷의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만지려고 손을 뻗고 있고, 막달라 마리아는 두 손으로 예수의 발을 잡고 있다. 사다리 꼭대기에는 한 남자가 흰색 천을 이빨로 물고 있다. 또 웃통을 벗은 남자는 흰 천을 잡고서 예수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두 그림 모두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의연하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루벤스는 성모 마리아를 왜 이렇게 의연하게 그렸을까? 그것은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 그리고 가톨릭의 반종교개혁과 관련이 있다.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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