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귀향, 동주, 그리고 사울의 아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귀향’, ‘동주’, ‘사울의 아들’ 영화를 보았다. ‘귀향(鬼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픈 역사를 담은 영화이다. 20만명의 소녀들이 전쟁터에 끌려갔고 성노예가 되었다가 죽임을 당하고 불태워졌다. 238명만이 돌아왔는데 이제 44명만 남아있다. 영화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암울한 시대를 산 윤동주와 송몽규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을 당하였고 8·15 해방 6개월 전에 옥사했다.
‘사울의 아들’은 독일 나치의 만행이 극에 달했던 1944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체 처리반원으로 일한 사울의 이야기이다.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들의 모습은 리얼하고 참혹했다.
그러면 세 영화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인종우월주의이다. 일본의 군국주의와 독일의 나치즘에는 인종차별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동주’에서 일본은 문명국가이고 조선은 야만국이라는 일본 형사의 말이나 ‘귀향’에서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다. 황군을 위한 암캐다”라는 일본군의 말이 그렇다.
더구나 일본은 1937년 12월부터 1938년 2월까지 6주간에 난징대학살을 자행했다. 약 30만명의 중국인들이 학살되었는데 일본군은 금수처럼 10살도 채 안된 어린이부터 70대 노파, 수녀와 비구니까지 여성들을 보이는 대로 능욕하고 참혹하게 살해했다.
난징 대학살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인은 중국인을 인간 이하로 여겼다. 중국인 살인이 벌레를 눌러 죽이거나 돼지를 도살하는 것보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찰스 패더슨 저, 동물 홀로코스트)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은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선전하면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히틀러의 나치당은 계획적으로 유대인과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 약 1천100만명을 학살했다. 유대인 희생자는 600만명이었다.
독일인들도 유대인을 ‘기생충, 해충, 육식동물, 한마디로 인간 이하’로 표현했다.(찰스 패더슨 저, 동물 홀로코스트)
한편, 인종차별은 유럽이나 미국에도 존재한다. 스페인이 멕시코와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일이나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원주민을 노예로 만든 일, 미국이 인디언을 학살한 것이 그 예이다. 오죽했으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미에서 원주민에게 행해진 모든 죄에 대하여 사죄하였을까.
그런데 미국은 지금 인종차별 논쟁이 뜨겁다.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라고 부를 정도로 외국인을 혐오하고, 자신이 관련된 사기 혐의 재판에 대해 “판결은 판사의 인종에 달려 있다”고 막말을 하였다.
트럼프가 파시스트이며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지만, 인종적 우월감을 품은 백인 남성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국가주의적 주장에 힘입어 그는 슈퍼 화요일 공화당 경선에서도 압승하였다. 노예해방을 한 공화당 링컨 대통령이 이를 보고 무엇이라 할까.
또한 백인 위주에 항의하여 윌 스미스 부부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들이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이콧한 가운데 사회자로 낙점된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아시아계
인종을 비하하는 농담을 하여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도 인종차별주의가 내재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나 조선족 동포를 차별하는 일이나 새로운 젊은 우파 ‘일베’가 전라도 사람을 ‘홍어’ ‘전라디안’이라고 비하하는 일이 그렇다. (박가분 지음, 일베의 사상)
인종차별은 인권의 문제이다. 인종 우열은 없으며 인간의 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948년 12월 10일에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제1조=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제2조=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