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호남의병을 기억하자.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서울시 광화문에 있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1관 ‘대한민국의 태동’ 전시실에는 1866년 병인양요부터 1910년 국권상실까지 50년간의 자주적 근대국가의 꿈과 좌절이 전시되어 있다.
호남의병에 초점을 맞추고 전시물을 보았다. 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의병항쟁, 둘은 불원복 不遠復 태극기, 셋은 호남지역 의병진압 관련 사진이다.
먼저 의병항쟁부터 살펴본다.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의병이 봉기하였다. 1895년 을미의병과 1905년 을사의병, 1907년 정미의병이 차례로 이어졌다. 해산한 군인들이 합류하면서 의병투쟁은 1908년에 최고조에 달하였고, 일본군은 1909년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대토벌작전을 벌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 옆에는 의병항쟁 지도가 있는데 팔도 의병장들의 이름이 활동 지역과 함께 적혀 있다. 전라도에는 기우만, 최익현, 임병찬, 전해산, 안규홍의 이름이 보인다. 아쉬운 점은 후기 호남의병의 맹주 기삼연과 의병장 김태원의 이름이 없는 점이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불원복 태극기이다. 태극기 옆에는 “조선 말 전남 구례 일대에서 활약한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한 태극기이다. 중앙에 불원복 不遠復이라는 글씨가 홍색으로 수놓아져 있다. 불원복은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다.”라는 설명이 있다.
고광순(1848~1907)은 임진왜란 의병장 고경명의 후손으로서 60세에 구례 연곡사에서 순절하였다. 1896년부터 의병활동을 한 그는 지리산을 장기 항전의 근거지로 삼고자 피아골에 머물렀는데 불원복 석자를 새긴 태극기를 대장기로 삼았다.
고광순이 죽자 ‘매천야록’을 쓴 황현은 연곡사로 달려와 다음과 같이 애도하였고 해방 후에는 구례 군민들이 순절비를 세웠다.
연곡의 수많은 봉우리 울창하기 그지없네.
나라 위해 한 평생 싸우다 목숨을 바쳤도다.
전장터의 말들은 흩어져 논두렁에 누웠고
까마귀 떼 내려와 나무 그늘에 앉아있네.
나같이 글만 아는 선비 끝내 어디에다 쓸 것인가.
이름난 가문의 명성 따를 길 없다네.
홀로 서풍 향해 뜨거운 눈물 흘리니
새로 쓴 무덤이 국화 옆에 우뚝 솟았네.
세 번째 관심은 호남지역 의병 진압관련 사진이다. 1908년부터 1909년 사이에 호남의병들은 전국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의병투쟁을 하였다. 일본 자료에 따르면, 1908년에 호남의병들은 일본 군경과 교전횟수와 교전의병수에서 전국대비 25%와 24.7%를, 1909년에는 47.2%와 60%를 차지하였다.
한마디로 호남의병은 의병항쟁 최후의 불꽃이었고, 일본에게는 대한제국을 집어삼키는데 있어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1909년 7월6일에 일본각의는 한일병탄 건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강제병합하기로 하고 병탄을 위한 준비 작업을 착착 진행하였다. 그 중 하나가 ‘남한폭도 대토벌작전’이다.
사실상 호남의병 대학살이었던 이 작전은 1909년 9월1일부터 10월25일까지 이루어졌는데, 일본군 2개 연대 2,300명과 군함 10척이 동원되었고 103인의 의병장과 4,138명의 의병이 피살되거나 체포되었다.
한편 호남의병장 사진 아래에는 16명의 이름이 거꾸로 적혀 있다. 앞줄 6명은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이영준, 강무경, 모양현, 이강산, 오성술, 송병운이고, 강무경은 529, 모양현은 560이라는 번호가 옷 앞에 붙어있다. 뒷줄 10명은 맨 오른편이 나성화, 그 옆이 박사화, 강사문, 김병철, 안규홍, 조규문, 심남일, 양진여, 김원국이고 맨 왼편이 황두일이다.
11월17일은 을사늑약일이다. 1905년에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아 버렸다. 이 치욕의 날을 잊지 말자고 1939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1월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였다.
2015년은 을사늑약 110년이 되는 해이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내년에는 호남 의병을 기억하자. 영국 특파원 매켄지의 표현대로 ‘정의의 군대(Righteous Army)’를 현창하자.
(2014.11.17 남도일보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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