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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칼럼 남도일보, 이순신 백의종군길 '유감'

[김세곤 칼럼]이순신 백의종군길 ‘유감’

남도일보  |  webmaste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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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19  18: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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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관객 1,400만 명을 돌파하여 ‘아바타’의 기록을 추월하였습니다. ‘명량’ 영화에서 보여준 이순신 리더십이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관광지도 북적이고 있습니다. 방송은 연일 해남 울돌목과 아산 현충사를 소개하고 있고 여수와 완도도 이순신 유적지 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 여름은 온통 ‘명량’ 열풍입니다.
필자도 곧 발간될 ‘정유재란과 호남사람들’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하여 이순신 백의종군지인 경상남도 합천과 하동, 그리고 진주를 답사하였습니다.
1597년 4월1일에 감옥에서 풀려난 이순신은 경상도 초계현에 있는 도원수 권율 진영에서 백의종군하기 위하여 길을 떠났습니다. 그는 4월13일에 온양에서 모친상을 당하였고 이후 남원, 구례, 순천을 지나 5월말에 하동에 도착하였습니다.
6월2일과 3일에 이순신은 삼가현청에 머물렀습니다. 삼가현청은 경남 합천군 삼가면 사무소인데 여기에는 이순신 백의종군 행로지 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6월4일 늦은 밤에 이순신은 합천군 모여곡에 도착하였습니다. 모여곡은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낙민리 2구 매실마을인데 인근 초계현에 권율 원수진이 있었습니다. 이순신은 모여곡 이어해 집에서 6월5일부터 7월18일까지 기거하였습니다.
특히 이어해 집은 7월18일에 도원수 권율이 이순신을 찾아와서 칠천량 패전 소식에 침통해하다가 이순신이 전황 파악에 나선 곳이기도 한 매우 의미 있는 이순신 유적지입니다.
이어해 집을 찾아가는 도로에는 위치 표석이 있고, 마을 입구에도 이순신 백의종군로 표석이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어해 집은 표석 하나 없고 잡초만 무성하였습니다. 마을 입구만 번드레하고 이순신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 있을 집은 방치되어 있어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한편, 이순신은 7월21일에 노량을 찾았고 24일부터 26일까지 하동 이홍훈의 집에 지내다가, 27일부터 8월3일까지 진주 손경례 집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손경례 집은 8월3일 이른 아침에 이순신이 선전관 양호로부터 ‘전라좌수사겸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수임되는 교서를 받은 곳입니다.
필자가 찾은 하동군 옥종면 청룡리 이홍훈의 집은 초가집으로 지어져 있고 표석도 세워져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이어서 덕천강을 가로지르는 옥종면 문암교 건너편에 있는 손경례의 집을 찾았는데, 이곳에도 백의종군로 위치 표시가 있어서 마을 입구까지 쉽게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손경례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순신 기거지 표시가 없어 어느 집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어느 집 대문을 열고 아주머니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 집 사랑채가 바로 이순신이 머문 곳이었습니다. 사랑채 앞에 ‘삼도수군통제사 재수임 사적지’라고 써진 비가 서 있고 허름한 가옥 처마 아래에는 빛바랜 이순신 영정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대문을 나와서 살펴보니 우편함에 ‘백의종군로’라는 비표가 하나 끼어져 있었습니다. 역사 유적에 대한 세심한 보존과 꼼꼼한 안내가 필요함을 다시금 느낍니다.
한편, 경상남도는 전라남도에 비하여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
이순신이 8월15일에 그 유명한 “나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란 장계를 썼던 보성 열선루와 10월14일에 셋째 아들 면의 전사 편지를 보고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어쩌다 이처럼 이치에 어긋났는가?”라고 하면서 통곡했던 신안군 장산도에는 관련 표석 하나 없습니다.
문제는 관심입니다. 역사문화유산은 수 십억 원 들여 수년간에 걸쳐 유적 복원을 하는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관련 유적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안내판을 세우고 스토리 전시물을 설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곁들인다면 문화유산을 SNS나 동영상으로 널리 홍보하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보성군과 신안군이 이순신 역사 유적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호남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