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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문화 예술

광주 관광, 신발 끈을 다시 매자. 김세곤 (광주일보 월요광장 칼럼)

광주 관광, 신발 끈을 다시 매자


(2011.4.4 월  광주 일보,  월요광장)



주말에 전주 한옥마을을 갔다. 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깜짝 놀랐다. 외국인을 비롯하여 관광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을 모신 경기전도 달라졌다. 세종, 정조 등의 어진이 작년 11월에 개관한 어진 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강암서예관에서 전주의 명필 송성용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부러움조차 느꼈다. 전주는 7회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열고 있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촬영소인 전주향교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고택(古宅) 학인당도 구경했다. 임방울, 박녹주, 김소희 등 명창이 판소리 공연을 하였고 백범 김구 선생이 묵었다는 학인당은 한옥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곳은 숙박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전주시는 한옥마을 체험관광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박2일 관광을 하면서 쓰는 돈이 한나절 관광의 3∼4배 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두엽 선생이 교장인 전주학교는 한옥마을 체험관광의 대명사다. 서울에서 관광객을 모집하여 법고창신 전주를 강의하고 막걸리 마시고 쑥대머리도 들려주면서 전주의 맛과 멋 그리고 흥을 느끼도록 한다.


태조로와 은행로 교차점에는 임권택 감독의 100 그리고 첫 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 홍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공무원인 박중훈과 다큐멘터리 감독 강수연의 한지에 대한 열정을 담은 이 영화는 필자도 보았는데 우리 옛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어 인상적이었다.


오목대로 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기념품점에는 꽤나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도 한지 양말을 몇 켤레 사고 이강주도 한잔 마시었다. 길가에 있는 안내판은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로 되어 있어 한옥마을이 세계화로 성큼 다가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목대는 황산전투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개경으로 가던 이성계가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벌인 곳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한옥마을이 한눈에 잘 보였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과 전동성당도 방문했다. 전동성당이 순교자들의 처형지임을 알고 나니 숙연해 진다. 그리고 10여 분 정도 걸어서 전주 객사를 찾았다.


저녁식사로 전주비빔밥과 모주를 먹었다. 밥상에 깔린 종이에는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라는 전주 홍보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전주는 한옥, 한식, 한지, 한소리, 한춤, 한방 등 한(韓)을 바탕으로 세계로 향하고 있다. 흥과 어울림, 전통과 현대를 같이 아우르는 세계 관광명소를 꿈꾸고 있다.


광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객이 넘치는 점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볼거리, 먹을거리, 이야깃거리, 체험할 거리가 한곳에 모여 있어 그런 것일 것이다. 한옥마을이 슬로시티로 지정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으뜸 명소 8곳 중 하나가 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무튼, 전주는 관광산업의 덕을 톡톡히 보는 듯했다. IT산업은 10억 원을 투자하면 10명을 고용하지만 관광산업은 52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곁들여서.


그러다가 생각을 광주의 관광으로 옮겨 본다. 예로부터 광주는 예향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꿈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광주의 관광은 무엇인가 2%가 부족한 느낌이다. 궁동 예술의 거리는 10년 전보다 더 쇠락한 것 같고, 아시아문화전당 공사도 지연되고 있다.


서울에서 아시는 분이 왔을 때 광주의 어디를 구경시켜야 할지 망설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소쇄원, 식영정 등 담양의 가사문학유적지로 가게 되지만.  광주의 대표음식도 찾기가 힘들어서 고민한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라고 볼거리, 먹을거리, 이야깃거리가 왜 없겠는가 마는 광주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얼른 생각 안 난다.


며칠 전에 광주관광협회는 광주문화관광포럼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사는 광주의 관광자원이 인지도가 낮다고 하면서 문화예술을 접목한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매달 한 번 씩 포럼을 개최하여 관광종사자부터 변하자는 말도 했다. 참 고무적인 일이다. 광주 관광, 이제 신발 끈을 다시 맬 때다.


/김세곤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