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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문화 예술

박용철- 떠나가는 배

[남도문화체험] '떠나가는 배', 박용철 생가

기사입력 2009-01-19 18:37 고선주 rainidea@gwangnam.co.kr
광주 소촌동 용아 박용철 시인 생가

영랑 김윤식과 함께 일제시대 남도시단의 중추역할
돌담, 초가, 푸르른 詩心 그대로 …문학지망생 등 발길 이어져



'떠나가는 배'의 용아 박용철 시인 생가는 옛 건축미의 아름다움을 살려내고 있다.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두야 간다.

<시 '떠나가는 배' 전문>


영랑 김윤식 시인과 일제시대 남도시단의 중추역할을 했고 '시문학'(詩文學)을 창간해 한국시단에 뚜럿한 발자취를 남긴 '떠나가는 배'의 시인 용아 박용철(1904∼1938).

광산구 소촌동에 소재한 용아 생가는 초가형태로 보존된데다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모처럼 여유를 느껴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에 자리한 용아 생가는 1930년대 전후 광주시단의 중심지로 많은 시인들이 왕래하던 공간이며, 그의 시문학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이 배어있는 문학의 산실이다.

생가 마당에 겨울추위를 이겨낸 푸르른 나무 한 그루가 눈과 어우러져 푸른 시심을 불러일으킨다.

옛 돌담이 한껏 정취를 더해주는 용아 생가는 초가형태로 보존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3호로 지정돼 있는데 매년 많은 작가들과 문학지망생, 전공자들이 이곳을 찾아 용아의 삶과 문학적 자취를 아로새긴다.

용아 생가의 굳게 닫힌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용아가 금방이라도 뛰쳐나와 반갑게 맞아줄 듯 싶다.

19세기 후반 용아의 고조부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집은 안채 사랑채 사당 서재 행랑으로 구성돼 있으며 본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높다란 막돌 기단 위에 세워진 점이 특징이다.

송정공원(송정도서관)에 자리잡은 용아 '떠나가는 배' 시비로 이곳이 용아의 고향임을 짐작케한다.

또 용아의 생가 인근 송정공원(송정도서관)에는 시비가 세워져 있어, 이 두 곳을 연계해 둘러보면 생가를 둘러보는 묘미가 더한다.

생가 처마선이 가지런이 펼쳐져 있고 시커멓게 색 바랜 기둥들이 70여년전 떠나간 시인의 빈 자리를 말해주는 듯하다.

특히 용아 생가에는 사찰의 처마나 전통가옥에서 흔히 발견되는 곡선의 미학을 살린 건축학적 아름다움까지 접할 수 있다.

대문을 끝에 두고 '떠나가는 배' 시비가 자리잡고 있고 흙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진입로가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을 연출한다.

대문도 옛 모습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고 정원도 키작은 나무들로 식재돼 있는데다 주춧돌이며 옛 아궁이 부엌까지도 재현돼 있는데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고드름까지 돌담 처마에 매달려 있어 겨울 운치를 더해준다.

용아 생가 표지석.
어쩌면 용아는 자신이 당도하고자 했던 항구를 밟지 못하고 요절했으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항구를 찾아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을 터다.

그래서 시 '떠나가는 배'는 삶으로의 항해를 하다 만난 질곡과 절망의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데 손색이 없다.


고드름이 유년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용아 생가에서 굳이 이런 거창한 담론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문학소녀, 문학소년으로 돌아가보는 것도 무미건조한 삶을 촉촉히 적셔볼 수 있을 듯 싶다.

용아 생가를 여기저기 세세하게 둘러보며 거닐다보면 사랑채에서 영랑과 용아가 마주앉아 시대를 논하고, 이땅의 문학을 논하는 듯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 착각에 빠진다.

시골에서도 점차 보기드문 전통적 형태로 담장을 따라 쌓여있는 눈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매년 그를 기리기 위한 용아 문학의 밤 행사가 펼쳐지는 등 그를 조명하고 기리기 위한 행사와 때를 맞춰 방문하면 더더욱 생생한 생가체험을 해볼 수 있는만큼 이때를 맞춰 방문하는 것도 유익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용아 생가 가는 길 이정표.

한편 대동문화재단이 주도하는 문화콘텐츠 특성화브랜드상품 발굴 사업의 하나로 용아 박용철 시인을 다루는 다큐 2부작이 제작돼 오는 5월께 MBC 방송을 통해 전국에 소개될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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