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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 관람

황후화 - 국화 꽃을 보렵니다.

 

 

 

비극의 꽃이 뿌린 비극의 씨앗 황후와 배다른 아들의 연정…

[개봉영화]‘황후화(花)’

‘황후화’

셰익스피어식 비극, 화려한 중세 유럽풍 궁정으로 구축한 중국 중세의 풍경

중국영화의 야심과 장이머우 영화미학이 어울려 만들어낸 아름다운 무협사극

당나라 말의 중국 궁정. 가슴을 반쯤 드러낸 아름다운 무희들과 궁녀들 수백명이 일렬로 줄을 서 몸단장을 한다. 북쪽으로부터는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 떠났던 수만의 군대가 말발굽 소리로 지축을 울리며 돌아오는 중이다. 황실은 황제의 귀환과 황후의 중량절 맞이준비로 들떠있고 사뭇 긴장된 기운이 떠돈다. 장이머우 감독은 ‘영웅’ ‘연인’에 이은 무협대작 ‘황후화’의 시작에서 매우 화려하고 에로틱하게 묘사된 궁녀들의 황실 장면과 들판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기병의 남성적인 기운을 교차시킨다. 돌아오는 남성들과 그들을 맞는 여성들. 이를 둘러싸고 감지되는 육감적이고 섬세하지만 긴장된 분위기. 비극은 남녀의 사이에서, 남녀가 이룬 가족에서 비롯될 것임을 영화의 시작은 암시한다.

황제를 맞이하는 황후는 어찌된 일인지 병색이 완연하고 중량절에 쓸 국화 수놓기에만 집착한다. 황후가 기거하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선 황태자. 황후와 황태자 사이에 묘한 눈빛이 오간다. 황태자는 황후에게 배다른 아들이자 숨겨둔 연인이었다. 황후의 병색과 황태자와의 비뚤어진 관계는 비극을 잉태한 불길한 징조다. 황후를 독살하려는 황제의 음모와 이를 거역하고 역모를 꾸미는 황후. 가족이 잉태한 비극의 씨앗은 거대한 군사 대결로 치닫는다.

‘황후화’는 세익스피어식의 비극과 중세 유럽풍의 궁정으로 중국 중세의 역사와 문화를 유럽의 전통과 대등하게 놓으려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적 야심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빨강과 금색 등 중국 전통의 원색적인 색감과 장이머우 감독의 고유한 미감이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궁정의 풍모와 어울려 마치 유럽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여성의 가슴을 강조한 복식이나 갑옷으로 둘러싼 병사들의 전투복도 차라리 중국의 전통적인 미감보다는 중세 유럽의 귀부인들이나 기사들의 의상을 떠올리게 한다.

‘영웅’이나 ‘연인’에서 검술, 무술의 고수들이 그려내는 기하학적인 곡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무협 액션보다는 대규모의 스케일이 구현하는 충돌의 이미지와 격렬한 움직임을 강조했다. ‘영웅’이 춘추전국시대 고수들의 ‘내공 대결’을 그린 정통 영웅 무협물에 가깝다면 ‘연인’은 배신과 음모를 줄기로 써 간 멜로 무협영화였다. ‘황후화’에서는 영웅들의 대결이나 삼각로맨스를 버리는 대신 황실 가족극을 중심에 놓는다. 어머니와 배다른 아들이 연인이 되고, 아버지는 아들과 관계를 맺은 아내(황후)를 죽이려고 하며, 또다른 아들들은 부모 사이에서 흔들린다. 아버지와 어머니, 배다른 아들 사이에는 일종의 유사 오이디푸스 관계가 형성되고, 다른 아들은 ‘햄릿’처럼 주저하며 갈등한다. 결국은 모두 죽음으로 향하는 파국을 맞이하고 ‘여우처럼 간교하고 사자처럼 용맹한’ 황제만이 가족들이 흘린 피 위에서 최후 승리자의 웃음을 짓는다. 도덕이나 윤리를 초월한 최후의 승리자인 황제의 모습은 마키아벨리가 이상화한 ‘군주’의 덕목을 갖췄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묵공’이 중국 고대사라 할 수 있는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진법과 병술, 사상의 쟁투를 보여주는 남성적인 전쟁서사극이라면 ‘황후화’는 봉건 시대의 황실가족사와 무협액션극 위에 질투와 집착, 사랑과 음모의 여성적인 매혹을 더한 영화다.

‘영웅’과 ‘연인’을 개봉 첫 주 북미지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놓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던 장이머우 감독은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낯이 익은 저우룬파와 궁리를 황제와 황후로 캐스팅해 다시 한번 미국시장에서의 흥행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저우룬파와 궁리는 관록에 걸맞는 연기의 내공과 무공을 보여준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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