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해방정국 3년 톺아보기 (8) 미군정 시대 (1)
<김세곤 칼럼> 해방정국 3년 톺아보기 (8) 미군정 시대 (1)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대한제국 망국사’ 저자 )
1945년 9월 8일 미국 제24군단(사령관 하지 육군 중장, 병력 7만여 명)이 인천항에 입항했다.
입항 하루 전인 9월 7일에 태평양 방면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는 포고령 제1호와 제2호를 발표했다. 포고령 제1호는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의 지위로 한반도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고 발표했고, 포고령 2호는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은 용서 없이 사형이나 그 밖의 형벌에 처한다고 했다.
그런데 하지 중장의 미 제24단 본대가 인천항에 상륙하던 9월 8일에 일본 경찰의 발포로 유혈사태가 있었고, 쓰러진 사람들은 미군을 환영하러 나온 한국인들이었다.
1982년 4월 5일 자 「동아일보」 기획취재 기사 <미군정 3년>을 읽어
보자.
“하지 중장의 미 제24단 본대가 인천항에 상륙하던 9월 8일, 부둣가에는 진군을 환영하려는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태극기를 든 사람, 집에서 급조한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뒤섞여 붐볐다. 일제의 쇠사슬을 풀어준 고마운 미군들을 환영하려는 인파였다. 사람의 물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어났고 자연히 부둣가는 어수선해졌다.
바로 그즈음에 총소리가 울린 것이다. 부둣가로 밀리던 인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을 이루면서 흩어졌다. 처음엔 누가 누구를 쏜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선혈을 흘리며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치안 유지를 위해 발포했다“는 일본 경찰의 총에 맞아 2명의 한국인이 현장에서 절명한 것이다. 해방을 맞은 나라의 시민이 패전국 관헌의 총에, 그것도 해방을 안겨준 미군 앞에서 숨졌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택곤 지음,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1950, 맥스미디어, 2021, p 120-121)
9월 9일에 미군은 서울에 진주하여 군정을 선포했다. 미군정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 날 오후 4시 30분에 조선총독부에서 하지 중장과 아베 노부유키 총독은 조선에 대한 통치를 미국에게 이양하는 항복 조인 문서에 서명하였다. 이 시간 조선총독부 정문에 걸린 일장기가 내려지고 성조기가 게양되었다.
이윽고 하지 중장(1893-1963)은 한국인을 상대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선 인민 제군이여!
태평양 방면 육군 총사령관이요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 대장을 대신하여 본인은 오늘 남조선 지역의 일본군의 항복을 받았다. 주(駐)조선 미합중국 사령관으로서 본인은 아래에 적은 항복에 관한 제 조건을 굳게 지키게 하노라. 본인은 이에 법률과 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조선의 경제상태를 앙양시키며 인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며, 기타 국제법에 의하여 점령군에게 과하여진 제 의무를 이행하노니 점령지역에 있는 제군도 또한 의무를 다하여라. 본인의 지휘하에 있는 제군은 연합국군 총사령관의 명령에 의하여 장차 발할 본인의 각종 명령을 엄숙히 지켜라.
제군은 평화를 유지하며 정직한 행동을 하여라. 이를 지키는 이상 공포의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만약 명령을 아니 지킨다는지 또는 혼란 상태를 일으킨다면 본인은 즉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단을 취하겠노라. (...) 조선 인민을 위하여 정부의 정책은 장차 필요에 응하여 개정될 것이다. 법제, 상업, 공업, 학교교육에 있던 종래의 여러 가지 인류적
차별은 곧 끝이 날 것이다. 신앙의 자유, 언론·사상의 자유는 제군에게 돌아갈 것이다. 신문, 라디오는 금후 곧 조선사람을 위한 기관이 될 것이다.
본인은 조선인 제군이 장구하고 또 귀중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아노라. 또 제군이 과거 수십년 간 제 압박에 신음하여 온 것도 잘 알고 제군의 대망이 무엇이라는 것도 잘 아는 바이며, 제군이 생활상태 개선을 하루바삐 수행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 것도 잘 아노라.
이 점에 관하여는 제군이 그때가 올 때까지 좀 기다려 주기 바란다.
제군이 참아온 수십 년에 걸친 폐정을 수일 사이에 전부 교정코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어다.
장차 다가올 몇 개월에 걸친 제군의 언어 행동으로써 제군은 전세계 민주주의 국민및 그들의 대표자인 본인에게 전세계라는 일가족의 구성분자로서의 명예 있는 지위를 받을 일민족의 자격능력을 표시하게 될 줄 아노라.
1945년 9월 9일
(김기협 지음, 해방일기 1, p 19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