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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poet 한 편

[스크랩] 이해인 수녀님의 신작 꽃시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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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 수녀님 신작꽃시 12편) ♧ 백일홍 편지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만남은 생각 보다 짧다 영원히 살것처럼 욕심 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백일만 산다고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은 고향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오는 백일홍 날마다 무지개빛 편지를 족두리에 얹어 나에게 배달하네 살아있는 동안은 많이 웃고 행복해지라는 말도 늘 잊지 않으면서-- * 해마다 여름 꽃밭에서 생각 보다는 오래 피어있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그 평범한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모.든.것.은.다.지.나.간.다... 이 말은 내가 삶의 길에서 어려움을 겪을적마다 스스로에게 새롭게 일러주곤 하던 말이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삶의 유한성을 새롭게 의식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 해야할 아름다운 의무가 아닌가요? ♧ 초롱꽃 내 마음은 늘 차고 푸른 호수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뜨겁게 움직이는 화산입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 조금 더 총명해 지고 조금 더 겸손해 지고 조금 더 믿음이 깊어지는 한 송이 꽃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을 들으면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이는 가만 있을 수가 없어 맨발로 뛰어나가는 참 어쩔 수 없는 초롱 초롱 초롱꽃입니다. * 초롱꽃은 여러종류가 있지만 나는 보랏빛 금강 초롱꽃을 좋아합니다. 이 시는 다소곳이 고개숙인 꽃의 모양과 같이 아주 부드럽게만 묘사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정열적인 연가가 되었네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러브 레터를 쓸 적에 인용하면 어울릴 것 같고 수도서원을 앞둔 이들이 신을 향한 찬가로 나직이 읊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시라고 생각해 봅니다만.... ♧ 달리아꽃 웬 생각이 그리도 많담? 웬 기도가 그리도 오래 걸린담? 달리아는 높이 높이 잎을 포개며 가슴마다 하늘을 담네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잠시 웃음을 잃어버린 성자와 같이 오늘도 경건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한 여름을 견디네 * 어린시절 서울 청파동 짐 꽃밭에서 달리아꽃을 손질하던 아버지의 모습은 항상 잊혀지 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6.25 전쟁으로 행방불명이 되신 아버지는 어찌 되신걸까? 항상 달리아 꽃을 볼 적마다 '아버지!...'하고 눈물을 아무도 몰래 눈물을 삼키곤 했답니다. ♧ 냉이꽃 눈으로 마음으로 부지런히 찾아보면 기쁨은 참 많기도 하답니다 어디서나 마다 않고 기쁨이 될 수 있죠 남의 눈에 띄지 않아도 누가 와서 데려가지 않아도 불행하다고 여긴 적이 없어요 조그맣게 살아있는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데요 태풍 속에도 웃을 수 있는 힘을 키우며 열심히 열심히 살고 있어요 행복하다고 말하는 내게 봄바람이 '그래. 멋지다!' 밝게 밝게 웃어줍니다 *풀밭을 무심히 지나가다 '아 참 이게 냉이꽃이지?'하고 다시 가서 바라본 적이 많습니다. 봄이 되면 여기 저기 널려있는 냉이꽃들이 흔해서 잊기 쉬운 일상의 기쁨에 대하여 하는 말을 듣던 날 나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 모란꽃의 말 좁은 땅에 있어도 이왕이면 큰 마음으로 살고 싶답니다 강물을 데려오고 바다를 불러다가 철철 넘치는 깊이와 넓이로 그렇게 한 세상을 살고 싶은 나의 염원이 커다란 꽃잎으로 피어난거에요 향기도 넓게 퍼지는 거에요 어서 와 내 곁에 앉아 보세요 두려워서 오므렸던 당신의 꿈을 이제 활짝 펼쳐보세요 * 5월에 피는 모란꽃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향기를 따라 걷다 보면 어서와 밥 먹어야지..!' 하고 부르던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만 같아 다시 뒤돌아 보게 되는 너그러운 꽃. ♧ 만리향 그 달콤한 향기는 오랜 세월 가꾸어 온 우정의 향기를 닮았어요 만리를 뛰어 넘어 마음 먼저 달려오는 친구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꽃가루로 흩어져요 고요하게 다정하게 어려서 친구와 같이 먹던 별꽃 별과자 모양으로 자꾸만 흩어져요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우정은 영원하기를... * 천리향처럼 톡 쏘진 않지만 무척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만리향의 향기는 오래 맡아도 질 리지 않아 좋습니다. 사철나무 사이에서 늘상 향기로 먼저 나를 초대하곤 하던 만리향꽃. 오 랜 세월 우정을 가꾼 지인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이 시를 썼습니다. ♧ 자운영 부르면 금방 꽃구름으로 피어오르는 나의 이름을 오늘도 가만히 불러주세요 여러 동무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기쁨이 나는 참 좋아요 내 뜻을 고집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이 나의 기도랍니다 사랑이 있으면 좁은 땅도 넓어진다고 저 푸른 하늘이 내게 이야기 한답니다 '고마워요.고마워요' '모든게 은총이에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입에선 자꾸만 이런 말이 흘러나와요 참을 수 없는 노래가 꽃으로 꽃으로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는 이 동그란 그리움을 자운영이라 불러주세요 *들판 가득 물결치는 자운영을 보면 가슴에도 봄하늘 봄바다가 출렁입니다. 따에 피어나는 꽃구름 같은 자운영을 보며 사람들이 어디서나 사이좋게 함께 어울려사는 것이야말로 참된 기도임을 생각합니다.꽃이름이 곱다며 자운영을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지인들의 모습도 떠 올리며'자운영!'하고 불러봅니다. ♧ 연꽃의 기도 겸손으로 내려앉아 고요히 위로 오르며 피어나게 하소서 신령한 물 위에서 문을 닫고 여는 법을 알게 하소서 언제라도 자비심 잃지 않고 온 세상을 끌어안는 둥근 빛이 되게 하소서 죽음을 너머서는 신비로 온 우주에 향기를 퍼뜨리는 넓은 빛 고운 빛 되게 하소서 * 한꺼번에 많이 핀 연꽃을 보고 문득 두려움을 느낀적이 있습니다. 함부로 가까이 갈 수 없는 경외심과 함께 어떤 신령한 힘의 상징 같은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 은방울꽃 삶이란 종소리를 듣는 기쁨인가요? 오늘도 살아있다고 종을 치세요 작게 낮게 그러나 당당하게! 가슴에 쌓인 노래들이 마침내 터져나와 조롱 조롱 달려있는 하얀 기쁨들 원하시면 드릴게요 종소리와 함께. *영란화라고도 부르고 서양에서는 '성모님의 눈물'이란 별칭도 갖고 있는 이 꽃을 보면 아 기자기한 기쁨들 이 마음에 피어나는 느낌이 들어요. 조그만 종의 모양을 한 것 같기도 한 작은 꽃 고운꽃. ♧ 자목련 아가 사랑에 빠지고 나니 자꾸 자꾸 웃음이 나오네요 시키지 않아도 등불을 켜게 되네요 하늘은 나의 것 땅도 나의 것 기쁨은 나의 것 슬픔도 나의 것 당신을 알고부터 나의 것 아닌것은 하나도 없네요 많은 것 갖지 않고도 언제나 부자입니다 어느날의 상처도 꽃으로 치유하는 자색의 등불 꺼질줄을 모르네요 * 근래에 부쩍 자목련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얀 목련이 질때 쯤 피어나는 이 꽃나무를 보면 고운 등불을 밝힌 것 처럼 보입니다. 온 몸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아가의 신부같은 생각이 듭니다. ♧ 붓꽃 차갑게 절제할 줄도 알고 뜨겁게 휘일줄도 압니다 삶의 지혜를 지식 아닌 사랑에서 배우려고 오늘도 이렇게 두 손 모으며 서 있습니다 파도빛 가슴으로 서늘하게 깨어있는 기도입니다 * 종류도 여럿인 붓꽃(아이리스)을 보면 늘 단아하고 조심스럽게 긴장하며 사는 구도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늘 푸르고 고요한 평상심을 잘 지탱하고 사는 수행자의 모습이.... ♧ 유채꽃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거에요 같은 옷만 입어도 지루할 틈 없어요 노랗게 익다 못해 나의 꿈은 가만히 기름이 되죠 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어여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 수수한 행복 찾고 싶으면 유채꽃밭으로 오세요. 유채꽃이 만발한 들판을 직접 본지는 얼마 안되었어요. 같은 빛깔의 수수한 화려함, 공동체에 잘 적응하며 사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출처:http://www.ofskorea.org/technote/read.cgi

    출처 : 야생화
    글쓴이 : 햇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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