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귀려면 소리내 읽어 좋은 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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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시가 세상에서 잊혀져 갑니다. 그런데도 시 낭송회에 가면 ‘시와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돼요.” 그는 “사람들이 시에 무관심하다기보다는 시와 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며 “이들에게 시를 가까이 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사귀기 좋은 시는, “눈으로 읽어서 좋은 시보다는 소리 내어 읽기에 좋고, 남이 낭송하는 것을 들었을 때 좋은 시”다. 책 부제를 ‘신경림의 소리내어 읽고 싶은 우리시’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 천상병의 ‘귀천’처럼 온 국민에게 익숙한 시들은 물론,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박노해의 ‘시다의 꿈’ 등의 참여시들, 김선우의 ‘도화 아래 잠들다’, 고형렬의 ‘밤 미시령’ 등 최근 시들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의 유명 시가 두루 수록됐다. 신 시인은 “모두 우리 시의 자연스러운 운율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읽기 좋은 시에는 맛깔진 시평도 곁들였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최영미 ‘선운사에서’ 일부)
신경림 시인은 이 시에 대해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그것이 끝나기는 꽃이 지는 것만큼이나 빨랐다. 그것을 잊는 것도 그렇게 빨랐으면…’이라는 말로 헤어나기 어려운 실연의 아픔을 함께 한다.
‘…/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는 김광규의 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1970, 1980년대를 살아본 사람만이 가지는 좌절과 체험과 회한의 정서를 읽지 못한다면 이 시를 제대로 감상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리라’는 말로 이 시에 공감하는 시대를 살았던 이들을 위로한다.
김종해의 ‘항해일지 28’이라는 시에 대해서는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배를 타고 봄날의 한려수도를 달리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진다’고 적었다. 이별을 ‘시원섭섭(?)’해 하는 얄궂은 인간심사를 뒤트는 평이 아닐 수 없다.
김용택·정호승·안도현씨 등 유명 시인들이 최근 애송시 선집을 잇따라 선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를 써서 독자를 멀어지게 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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