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난,국, 죽, 4군자와 송, 연, 모란꽃

[스크랩] 중국적인 꽃 모란

김세곤 2006. 11. 18. 00:18


중국적인 꽃 모란

 

모란을 일러 부귀화(富貴花)라고 하기도 하고, 또 화중왕(花中王)이라고도 한다. 크고 소담스러우면서 여유와 품위를 지녀서이다.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란 말도 있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다는 뜻이다. 화려하고 풍염한, 그래서 어느 오월의 아침에 보는 성장한 여인네 같은 꽃이다.

 

<양화소록>에 보면, 모든 꽃을 아홉 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모란은 2등급에 속한다. 꽃에 무슨 등급을 매긴다는 것부터가 아니 될 말이지만, 게다가 2등급에 넣기에는 모란은 아까운 꽃이 아닌가 한다.

꽃을 등급에 따라 나누는 것에는 반대지만, 꽃과 어떤 민족과의 관계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에는 상당히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란은 가장 중국적인 꽃이라고 생각된다. 그 크고 넉넉함이 그렇고, 그 형태의 화려함이 그러하며, 또 그 농염한 색채가 그러하다. 그래서 모란에서는 늘 중국 여인의 냄새가 풍긴다고나 할까.

서양 사람들은 장미를 사랑하고, 일본 사람들은 국화를 좋아하고, 그리고 중국 사람들은 모란을 제일로 친다는 말도 결국은 같은 의미이다. 그만큼 모란은 중국적이다.

 

이 꽃은 원산지가 중국인데, 수나라 때부터 사랑을 받다가 당나라에 와서 극에 이르렀다. 궁중과 민가에서 다투어 심었다고 한다. 신라에까지 '모란도'와 함께 그 씨앗이 정해질 정도였으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시가 많다. 그런데, 꽃과 여인과 사랑을 노래한 시를 뺀다면 그 가운데 남을 시가 몇이나 될까? 서구에는 장미를 읊은 시가 많고 동양에는 모란을 노래한 시가 많다.

모란시로 유명한 것은 역시 이백의 시이다.

어느 봄날이었다. 침향정 앞에는 모란이 이슬을 머금은 채 활짝 피어 있었다, 난간에 기대 앉은 양귀비와 그 어깨너머 모란을 번갈아 보고 있던 현종은 두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명창 이구년이 노래를 불렀지만 그러나 흥미를 잃은 뒤였다. 그래서 현종은 당장 이백을 불러 들이게 했다. 어느 술집에 취해 있다 창졸간에 잡혀 온 그는, 그러나 거침엇이 일필휘지하니, 세 편의 시가 경각에 이루어졌다. 그것이 저 유명한 <청평조사>이다.

      

               어느 것이 사람이고

               어느 것이 모란인가

               임금의 입가엔 웃음이 넘쳐,

               못다한 한(恨)이사 다시 있으리

               지금 침향정엔

               한창 봄인 것을.

                                        

                                                     손광정의 <나의 꽃 문화 산책>

  

출처 : 木仁房
글쓴이 : 김만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