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33) 슈테델 미술관-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 8옥 ‘사기 지옥(예언자, 탐관오리)’

김세곤 2025. 2. 25. 07:49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33) 슈테델 미술관-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 8옥 ‘사기 지옥(예언자, 탐관오리)’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5.02.25 04:00
SNS 기사보내기
EmailShareScrapPrint
본문 글씨 줄이기본문 글씨 키우기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제8옥 사기 지옥,  제 4구렁 예언자, 점쟁이   

제8옥 제4 구렁에는 거짓 예언자, 점쟁이 등이 모여 있다. 

단테는 돌다리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죄인들은 목이 완전히 돌아간 상태에서 천천히 걷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턱과 가슴 사이가 비틀린 듯이 보였다. 얼굴이 등을 향해 돌아가 있고, 그에 따라 앞을 볼 수 없기에 뒷걸음 치며 걸어야만 했다.  

단테는 이 모습을 보고 연민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핀잔을 주었다. 

 
 

“ 넌 여전히 다른 멍청이들과 다를 것이 없구나.

  이곳에서는 죽어야 좋은 연민을 살리고 있으니!

  하느님의 심판에 인정(人情)을 느끼는 것 보다 

  더 큰 죄가 무엇이겠느냐? ”  

이어서 베르길리우스는 고대의 예언자와 점쟁이 몇 명을 말하기 시작한다. 

“봐라! 테이레시아스를 그는 먼저 자심의 사지를 완전히 바꿔

 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했지. 

 나중에 다시 남자의 용모로 돌아가기 위해 

 엉켜 있는 두 마리의 뱀을 막대기로 후려쳐야만 했다.”

테베의 장님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 이야기는 오비디우스가  지은 『변신이야기』에 나온다. 

소년 테이레시아스는 뒤엉켜 교미하는 뱀 두 마리를 보았다. 테이레시아스가 뱀들을 떼어 놓으려  막대기로 때리자 그는 여자로 변했다. 

7년이 지나 테이레시아스는 교미하는 동일한 뱀을 발견했다. 다시 그가 막대기로 교미하는 뱀을 치자 그는 다시 남자로 돌아왔다. 

그런데 주피터와 주노가 남녀 중 누가 사랑에 탐닉하는 자인가에 대하여 언쟁을 벌였다. 그들은 답을 결정하고자 양성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에게 의지했다. 그가 여성이라고 답변하자 주노가 막대기로 그를 쳐서 장님으로 만들었다. 이러자 주피터가 보상으로 그에게 예언 능력을 부여했다. 

# 제5 구렁  탐관오리 

점쟁이 아래 구렁에는  탐관오리들이 있다. 탐관오리는 국가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국가를 타락시키는 좀벌레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의 벌은 끓는 역청이다.  역청은 그들이 살아있을 때 행했던 부패들의 끈적끈적하고 더러운 성질을 상징한다. 

탐관오리등은 역청뿐만 아니라  악마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한다.

시꺼먼 악마들은 뾰쪽한 어깨에 날개를 갖고 있는데, 칼퀴를 들고 죄인들을 고문한다.  

단테 일행이 다리에 이르자 마귀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말레브란케(마귀의 별칭)들이여! 성녀 지타(피렌체 근처의 도시 루카의 수호성인)를 다스리건 관리라네. 이 놈을 밑에 처박으라고 

그곳에는 본투로말고는 다 도둑놈들이야.  거기서는 돈이라면 ‘아니요가 예’로 변한다네”

본투로는 루카에서 최악의 탐관오리이다. ‘본투로 말고는 다 도둑놈들이야’라는 말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피렌체 근처의 도시 루카의 관리들은 모두 다 부패했다는 의미이다.

마귀는 그 죄인을 밑으로 던지고는 거친 돌다리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죄인을 역청 아래로 쑤셔 박는다. 악마들은 백 개도 넘은 갈퀴로 그를 찔러댔다.  

갈퀴로 죄인을 찌르는 악마(윌리스 파울리 지음 · 이윤혜 옮김, 쉽게 풀어쓴 단테의 신곡 –지옥편, 2013, p 211)사진=김세곤 제공

이윽고 베르길리우스가 갈고리에 걸린 죄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어디서 왔는지 묻자 죄인이 답했다.  

“ 나는 나바로 왕국에서 태어났지요. 

  아버지가 흥청망청 탕진하고 자살해버린 부랑자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나를 어떤 귀족의 하인으로 보냈지요.

  그러다 어지신 테오발도 왕의 신하가 되었는데 

  거기서 사기치는 법을 배웠고  그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오.”

  그의 이름은 치암폴로였다.

베르길리우스는 다시 치암폴로에게 “저 역청 못 밑에 있는 죄인중에 

라틴 사람들이 있는지 말해보라”고 하자 치암폴로가 대답하였다.

“라틴 사람으로서 역청 못 밑에 잠겨 있는 자는 지중해 중부 사르데냐 섬의 수도사 고미타인데, 그는 갈루라의 영주 밑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신임을 얻자 자기 마음대로 뇌물을 받고 포로들을 놓아주었오. 이외에도 여러 업무에서 돈을 엄청나게 받은 탐관오리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