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반(反)부패칼럼]목민심서 톺아보기(10)- 제2부 율기 6조 칙궁 (8)
[김세곤의 반(反)부패칼럼]목민심서 톺아보기(10)- 제2부 율기 6조 칙궁 (8)
- 기자명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청렴연수원 등록 청렴 전문강사
- 입력 2025.02.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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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율기(律己) 6조, 제1조 칙궁(飭躬 자기의 몸가짐을 단속함)은 이어진다.
「시(詩)나 읊조리고 바둑이나 두면서 세월을 보내고, 고을 다스리는 일을 아전들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큰 잘못이다.
남창(南牕) 김현성(金玄成)이 여러 차례 고을을 맡아 다스렸는데, 깨끗하게 직무에 봉사하여 청렴한 명성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성품이 매우 소탈하고 담백하여 사무 처리에는 익숙하지 못하고 죄인을 매로 다스리는 일이 없었으며, 담담하게 동헌에 앉아서 종일토록 시만 읊조렸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말하기를, “남창(南牕)은 백성 아끼기를 자식처럼 하는데도 온 고을이 원망하여 탄식하고, 티끌만 한 것도 사사로이 범하는 일이 없는데도 관아 창고는 바닥이 났다.” 하였다.
이 말이 한때 웃음거리가 되었다.」
남창 김현성(1542~1621)은 1564년(명종 19)에 급제하여 벼슬은 양주목사, 여주목사 등을 거쳐 동지돈녕부사(同知敦寧府事)에 이르렀다. 그는 시(詩)·서(書)·화(畫)에 두루 능하여 명나라 사신 접대 때 글씨와 시로 명성이 높았다.
그런데 그는 지방 수령으로 근무할 적에 물욕이 없어 청렴하기는 하였으나 너무나 무능하여 여러 번 파직 당하였다. 1588년 2월에 가산군수(嘉山郡守) 시절에는 “용렬하여 군정(郡政)을 하리(下吏 아랫 아전)에게 위임하고 있으니 파직하라.”는 사간원의 탄핵을 받아 파직되었다.
(선조실록 1588년 2월 13일)
1607년 4월에도 여주목사 김현성은 “스스로는 청렴하나 모든 공무를 아전들에게 위임하였으므로 백성의 원망이 극심하다”하여 부임 4개월 만에 파직되었고(선조실록 1607년 4월4일), 1609년(광해군 1년) 8월에 삭령 군수(朔寧郡守)때 또 파직당했다. (광해군일기 1609년 8월 5일)
(이럼에도 불구하는 김현성은 1611년에 동지돈녕부사(同知敦寧府事)에 임명되었다.)
김현성은 “지방 정사를 아전들에게 맡기므로 그 폐단이 심하니 하루라도 관직에 둘 수가 없다“는 대간들의 탄핵으로 파직당한 것이다.
한편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아전 단속(束吏)’이 청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백성은 토지로 논밭을 삼지만, 아전들은 백성을 논밭으로 삼는다. 백성의 가죽을 벗기고 골수를 긁어내는 것을 농사짓는 일로 여기고, 머릿수를 모으고 마구 징수하는 것을 수확으로 삼는다.
이것이 습성이 되어서 당연한 짓으로 여기게 되었으니, 아전을 단속하지 않고서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자는 없다.”
아전은 지방 관청의 실무 집행자이고 전근 없이 한 곳에서 평생 근무하였다. 탐관오리(貪官汚吏)는 욕심쟁이 관리(탐관)와 썩은 아전(오리)을 말하는데, 조선 후기에는 탐관오리가 날 뛰던 세상이었다. 그러므로 다산정약용은 “목민관이 썩은 아전을 잘 다스려야 백성이 편안해진다.”고 하였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 중에 탐학만 일삼는 아전에 분노하였다. 1809년과 1810년 두 해에 걸쳐 전라도 지역에 극심한 흉년이 계속되었다. 유랑민들이 길을 메웠고 버려진 아이들이 길거리에 넘쳤다. 전염병마저 창궐하여 시신(屍身)들이 언덕을 메웠다. 이러함에도 아전들은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수탈만 일삼았다. 다산은 분개하여 <용산리(龍山吏)> · <파지리(波池吏)> · <해남리(海南吏)>, 소위 3리(三吏) 시를 지었다.
그런데 아전 중에서도 전라도 아전의 착취는 가장 심했다. 오죽했으면 매천 황현(1855∼1910)이 『매천야록』에서 ‘전라도 아전은 조선 3대 폐단’ 중 하나라고 적었을까.
“ 전주의 아전들은 돈 많고 성질이 사납기로 온 나라에서 으뜸이었다. 운현(흥선대원군)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조선에는 세 가지 커다란 폐단이 있으니 ‘충청도 사대부, 평안도 기생과 전라도 아전이 그것이다’. ”
(황현 지음 · 허경진 옮김, 매천야록, 서해문집, 2006, p 60)
( 참고문헌 )
o 한국고전번역원 홈피, 한국고전 종합 DB, 고전번역서, 목민심서
o 황현 지음 · 허경진 옮김, 매천야록, 서해문집,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