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해방정국 깊이 보기 ⑤박헌영의 조선공산당 재건
[프라임경제] 해방 이틀 후인 8월17일에 전라도 광주(지금의 광주광역시)에서 서울로 올라온 박헌영은 곧바로 조선공산당 재건에 나섰다. 그는 20일 명륜동에서 조선공산당 재건 준비위원회를 열고 '현 정세와 우리의 임무 (8월 테제)'를 발표했다.
◆현 정세와 우리의 임무
1. 현 정세
독일의 붕괴,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2차 세계 대전은 마침내 끝나고 말았다. 국제 파시즘과 군벌 독재의 압박으로부터 전쟁의 고통으로부터 전 세계 인류는 구원되어 해방과 자유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에 이겼다는 것으로 만족할 것은 아니다. ... 그것은 우리의 주관적 투쟁적인 힘에 의해서 보다도 진보적 민주주의의 국가 소·영·미·중 등 연합국 세력에 의하여 실현되었던 것이다.
2. 조선 혁명의 현 단계
금일 조선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계단을 걸어가고 있나니 민족적 완전 독립과 토지문제의 혁명이 가장 주요하고 중심되는 과업으로 서 있다. ... 반동적 민족부르주아지 송진우와 김성수를 중심한 한국 민주당은 지주와 자본계급의 이익을 대표한 반동적 정당이다. ...
5. 혁명이 높은 단계로 전환하는 문제
조선의 혁명이 그 발전에 따라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높은 단계인 푸로레타리아 혁명에로 전환하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이론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금일에 있어서 벌써 우리가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주요 과업 - 완전 독립과 토지 혁명- 을 완전 해결은커녕 이제 그 시초의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처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그 중요 과업이 완수되었다고 규정함은 절대로 옳지 못한 가장 큰 정치적 오류이다.
(최익한 일파와 이것을 지지하는 동지들의 주장) ... 조선의 객관적 정세(경제, 정치, 사회적)는 우리로 하여금 무조건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제 과업의 수행을 강경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요, 조선에서는 푸로레타리아 혁명의 단계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힘있게 주장한다. ... 이렇게 이 문제를 옳게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만이 가장 혁명적인 것이요, 가장 옳은 정치노선이 되는 것이다.
조선 혁명 만세. 조선인민공화국 만세, 조선공산당 만세, 중국 혁명 만세, 만국 푸로레타리아트의 조국 쎄쎄르(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즉 소련) 만세, 세계 혁명운동의 수령 스탈린 동무 만세 (김남식 편, 남로당 연구 II, 돌베개, 1988 : 류승렬 지음,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현대, 솔출판사, 2003, p 254-255 재인용 )
박헌영의 ‘8월 테제’는 단순한 이론 문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산당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선언이었다. 박헌영은 ‘8월 테제’를 통해 최익한 등 장안파 공산주의자들을 사이비 혁명가로 매도하였다.
이어서 박헌영은 장안파에서 홍남표·노동우·최원택, 여운형파에서 이강국과 최영달 등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냈으며, 건준에서 다수의 장안파를 제거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그리하여 장안파는 박헌영의 공세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8월24일에 해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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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대한제국 망국사’ 저자
그런데 건준에서 박헌영 파의 영향력 강화는 곧바로 부위원장 안재홍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9월4일에 안재홍 등 중도 우파세력은 좌경화된 건준을 탈퇴하고 임정을 지지하면서 ‘조선 국민당’을 결성했다.
9월4일에 건준은 전체회의를 열어 부위원장에 좌파 변호사 허헌(나중에 월북하여 1948년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10월 김일성대학 총장)을 선출하는 등 집행위원을 개편하였다. 이러자 건준은 좌경화되었고 곧 해체의 길을 걸었다. (강준만 저, 한국 현대사산책 1940년대 편 1권, p 57-60 ; 김기협 지음, 해방일기 1, p 163-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