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반(反)부패 칼럼] 다산 정약용, ‘원정(原政)’을 짓다.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의 반(反)부패 칼럼] 다산 정약용, ‘원정(原政)’을 짓다.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4.08.22 04:00
- 수정 2024.08.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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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강진에서 1801년부터 1818년 봄까지 18년간 유배살이를 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원정(原政)이란 글을 썼다. ‘정치란 무엇인가?’를 캐묻는 글이다. 그러면 원정(原政)을 읽어보자.
첫째,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가장 질 좋은 토지를 소유하여 부유한 생활을 하고, 누구는 좋은 토지를 받지 못하여 가난하게 살 것인가. 이 때문에 토지를 개량하고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그것을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둘째,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풍요로운 땅이 많아서 남는 곡식을 버릴 정도이고, 누구는 척박한 땅도 없어서 모자라는 곡식을 걱정만 해야 할 것인가. 이 때문에 배와 수레를 만들고 저울과 되의 규격을 정립하여 그 고장에서 나는 것을 딴 곳으로 옮기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셋째,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제멋대로 삼켜서 커지고, 누구는 연약한 위치에서 자꾸 빼앗기다가 멸망해 갈 것인가. 이 때문에 군대를 조직하고 죄 있는 자를 성토하여 멸망의 위기에 있는 자를 구제하고 세대가 끊긴 자는 이어가게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넷째,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상대를 업신여기고 불량하고 악독 하면서도 육신이 멀쩡하게 지내고, 누구는 온순하고 부지런하고 정직 하고 착하면서도 복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이 때문에 형벌로 징계 하고 상으로 권장하여 죄와 공을 가리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또한 정(政)이다.
다섯째, 똑같은 우리 백성인데 누구는 멍청하면서도 높은 지위를 차지 하여 악(惡)을 전파하고 있고, 누구는 어질면서도 아랫자리에 눌려 있어 그 덕(德)이 빛을 못 보게 할 것인가. 때문에 붕당(朋黨)을 없애고 ‘공공의 도덕(公道)’을 넓혀 어진 이를 기용하고 불초한 자를 몰아내는 것으로 바로잡았으니 이것이 정(政)이다.
다산은 위 5가지의 불공정과 불합리를 바로 잡는 것이 정(政)이라고 논한다.
정(政)이라는 한자(漢字)는 正(바를 정)자와 攵(회초리로 치다 복)자가 합해진 모습이다. 正(정)은 성(城)을 향해 진격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정벌(征伐)하다’, ‘부정(不正)을 바로 잡다’란 뜻이다.
글은 이어진다.
“하나, 밭도랑을 준설하고 수리(水利) 시설을 함으로써 장마와 가뭄에 대비하고,
둘, 소나무ㆍ잣나무ㆍ의나무ㆍ오동나무ㆍ가래나무ㆍ옻나무ㆍ 느릅나무ㆍ버드나무ㆍ배나무ㆍ대추나무ㆍ감나무ㆍ밤나무 등속을 심어서 궁실(宮室)도 짓고, 관곽(棺槨)도 만들고, 또 곡식 대신 먹기도 하고,
셋, 소ㆍ염소ㆍ당나귀ㆍ말ㆍ닭ㆍ돼지ㆍ개 등을 길러 군대와 농민을 먹이기도 하고, 노인들 봉양도 한다.
넷, 우인(虞人 산림소택 山林沼澤을 맡은 벼슬)은 시기를 정하여 산림(山林)에 들어가서 짐승과 새들을 사냥함으로써 해독을 멀리하기도 하고, 또 고기와 가죽을 제공하기도 하며,
다섯, 공인(工人)도 계절따라 산림에 들어가서 금ㆍ은ㆍ구리ㆍ철과 단사(丹砂)ㆍ보옥(寶玉)을 캐다가 재원을 확보하기도 하고, 또 모든 쓰임에 공급도 하며,
여섯, 의사는 병리(病理)를 연구하고 약성(藥性)을 감별하여 전염병과 요절을 미연에 방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왕정(王政)인 것이다.
그런데 왕정(王政)이 없어지면 백성들이 곤궁하기 마련이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나라가 가난해지면 조세 거두는 것이 번거롭고, 조세 거둠이 번거로우면 인심(人心)이 이산(離散)되고, 인심이 이산 되면 천명(天命)도 가버린다. 그러므로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 정(政)이다”
원정 글의 마지막은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백성이 곤궁하면 인심(人心)이 이산(離散)되고, 인심이 이산되면 천명(天命)도 가버린다. 그러므로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 정(政)이다’
문득 <맹자>와 <춘추좌전>의 글이 생각난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가 가장 하찮다”
- <맹자> ‘진심 하’
“백성 보기를 상처 돌보듯이 하는 나라는 흥하고, 백성을 흙이나 쓰레기처럼 하찮게 여기는 나라는 망한다”
- <춘추좌전> 애공 1년(BC 494)’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