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근현대사기행] 대구 근대 골목투어 (5) 박정희와 육영수, 대구에서 약혼하다.
[김세곤의 근현대사기행] 대구 근대 골목투어 (5) 박정희와 육영수, 대구에서 약혼하다.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대한제국 망국사’ 저자)
1950년 9월 15일 맥아더 원수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날, 박정희는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하였다. 전황(戰況)은 급격히 호전되었다.
부산 문현동 부근에 있던 육본은 9월 22일에 대구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 전날 박정희 중령은 영도의 양과자점에서 육영수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약혼하기로 약속했다.
9월 23일에 박정희 중령은 육본의 대구 이송 수송책임자가 되어 부산진 역에서 체제의 편성을 지휘했다. 완전군장을 한 박정희 중령의 모습을 처음 본 송재천 소위는 절도 있고, 명쾌한 지휘 통솔에 감탄했다.
한편 육영수의 어머니 이경령은 박정희가 결혼한 적이 있음을 송재천으로부터 들었다. 이후 이경령은 육영수 사주를 들고 점치러 갔는데 “육영수는 재혼하는 사람에게 시집갈 팔자”라는 점괘가 나왔다.
이경령은 남편 육종관에게 박정희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육영수를 박정희와 결혼시키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육종관은 “군인에게 딸을 시집 보낼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한편 대구에 머문 박정희는 마음이 급해져 육영수와 약혼을 서둘렀다. 그는 송재천 소위에게 트럭을 한 대 주어 부산으로 내려 보냈다. 육종관 가족들을 옥천으로 태워 보내고 며칠 뒤에 대구로 모시고 와서 약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경령은 약혼식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시 한번 육종관을 설득했다. 육종관은 “너네 마음대로 해!” 라고 쏘아 붙였다.
육종관 일가가 충북 옥천 교동집에 도착한 며칠 뒤 이경령은 다른 이유를 대고는 딸들(육영수와 육예수)를 데리고 약혼 장소인 대구 동성로 네거리 자유백화점 옆 일식집 삼화식당을 찾았다.
(이경령은 육종관 사이에 1남 3녀를 낳았다. 큰 언니 육인순은 육영수 보다 11살, 오빠 육인수는 7살 많았고, 여동생 육예수는 4살 아래였다.)
그 시각 박정희는 전투정보과 사무실에서 이영근 중위에게 “나하고 식사나 하러 갈까? ”라고 말을 건넸다. 이영근은 영문도 모르고 지프에 올랐다. 약혼식장는 연애 중이던 김종필 대위와 박정희의 조카 박영옥도 참석하였다.
약혼식은 간단히 식사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윽고 이경령과 육영수·육예수는 옥천으로 돌아가고 며칠 뒤 박정희는 육본을 따라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로 올라와서 박정희는 맨 처음 육영수의 큰 언니 윤인순을 찾아갔다. 어느 날 육인순이 마당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데 한 군인이 마당으로 들어오더란다. 그녀는 가슴이 철렁했다. 동생이 군인과 약혼했다고 들었는데 저 군인이라면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뒤이어 키 작은 장교가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단다.
박정희 중령은 차 대접을 받았다. 육인순의 남편 홍순일이 납북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정희는 손수건을 꺼내더니 눈물을 닦았다.
“남편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육인순은 1935년에 춘천의 홍순일과 결혼했다. 그는 춘천고보,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를 거쳐 고등문관시험 양과에 합격한 후, 만주국 마정국 (馬政局) 과장, 광복 후 강원도 소방청장, 허정 교통부 장관 비서실장을 하다가 1950년 6.25 전쟁 때 인민군에 납치되어 행방불명되었다.)
이에 감동했을까. 육인순은 박정희를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며칠 뒤에 박정희는 서울고등학교 수학 선생이던 육영수의 오빠 육인수를 찾아갔다. 위치는 육영수가 알려주었다. 며칠 뒤 육영수가 올라와 육인수 집 2층 방에 머물렀다.
육영수가 물었다.
“오빠, 그 사람 어때요.”
“키가 참 작더구나. 그런데 사람 하나는 다부지게 생겼더라. 인상은 좋더구나.”
유엔군과 국군이 북진하던 10월, 박정희와 육영수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자주 만났다.
(조갑제 지음, 박정희 2- 전쟁과 사랑,p 137-155 )
( 참고문헌 )
o 이현희, 박정희 평전, 효민디앤피, 2007
o 조갑제 지음, 박정희 2- 전쟁과 사랑, 조갑제 닷컴, 2007
o 이영호·문무일 지음, 육영수의 사랑 그리고 또 사랑, 행복에너지,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