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그리스 기행 (10)- 소크라테스 감옥 (7)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그리스 기행 (10)- 소크라테스 감옥 (7)
- 기자명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 입력 2023.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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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의 표결 결과 사형이 확정되자 소크라테스(BC 470∽399)는 최후의 변론을 하였다.
“아테네인 여러분! 여러분은 길지도 않은 변론 시간으로 인하여 우리 아테네를 헐뜯으려는 사람들에게서 현자 소크라테스를 즉였다는 오명을 얻고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여러분도 보다시피, 나는 이미 연로하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는 71세였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아닌, 나를 사형에 처하라고 투표한 배심원들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내가 여러분을 설득할 만한 말이 부족해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내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배짱이 두둑하지 못하고 뻔뻔스럽지 못했기 때문이고, 여러분이 나에게 가장 듣고 싶었을 말투로 화답하기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내가 울며불며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여러분이 사람들한테 익숙하게 들어온 온갖 말과 행동을 했다면, 여러분은 좋아했겠지요.
나는 변론할 때도 내가 위험에 처했다고 자유민답지 못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헸했지만, 지금도 이렇게 변론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변론하여 사느니 이렇게 변론하다가 죽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건 전쟁터에서건, 나도 그렇지만 다른 누구라도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잔재주를 부려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싸움터에서는 스스로 전투 장비를 내던지고 추격자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여 목숨을 건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그리고 어떤 위험에 처하더라도 무슨 짓거리든 무슨 말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죽음을 피할 방도는 그밖에도 많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전투에 3번 참전하였다. BC 432년 포테이다이아, BC 424년 암피폴리스, BC 422년 델리온 전투(보이오티아 지방 해안도시 델리온에서 아테네군과 테베군이 싸운 전투)이다.
BC 432년에 그리스 북부의 트라케 지방도시 포테이다이아를 둘러싸고 아테네군과 코린토 군이 싸웠다. 이 전투에서 38세의 소크라테스는 부상당한 19세의 알키비아데스를 도왔는데 그 기록은 플라톤(BC 428∽348)이 쓴 『향연(饗宴)』 말미에 알키비아데스의 소크라테스 찬사에 나온다. 1)
이를 읽어보자.
“언제 한 번은 나와 선생님이 같이 포테이다이아로 출정할 일이 있었는데, 보급이 끊겨 밥이 나오지 않았을 때에도 그분만은 태연했고 보급이 잘 들어와 잔치가 벌여졌을 때도 그분만큼 제대로 즐긴 이는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술을 잘 드시려 하지 않았지만 한번 드실 때에는 주량으로 모두를 이겨버렸습니다. 그분은 혹한도 놀랄 정도로 잘 견디셨습니다. 다른 이들이 옷을 껴입고 신발 위에 가죽을 덧대는 와중에 선생님만은 평소에 입던 외투에 맨발로 얼음 위를 걸어 다니셨습니다. 어느 날 새벽 그분은 사색에 빠져 자리에 서 계셨는데 그대로 다음날 새벽까지 그대로 계셔 사람들이 감탄했습니다. 전투에서는 내가 다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은 상처 입은 나를 구해주었습니다. 나는 그 전투에서 표창을 받았는데 사실 그 표창은 선생님이 받아야 마땅했습니다.
델리온에서 패배하였을 때 소크라테스는 볼 만 했습니다. 그 당시 나는 말을 타고 있었지만, 소크라테스는 중무장을 하고 도보로 종군하고 있었습니다. ... 다른 병사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는데 그분만은 ‘가슴을 펴고 태연히 사방을 돌아보며’ 침착하게 아군과 적군 사이를 헤쳐나갔습니다. 그 기세에 적군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였고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1) 『향연』의 원제목은 ‘심포지엄’이다. 소크라테스와 아가톤, 파이드로스, 파우사니아스, 아리스토파네스, 의사 에릭시마코스 등은 술 마시면서 사랑을 주제로 토론을 한다. 향연의 무대는 아카톤의 집, 비극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아가톤을 위한 술자리였다. 이들은 사랑(에로스)에 대한 찬사를 하면서 술판을 벌이고, 마지막에 합류한 미소년 알키비아테스는 소크라테스 찬양에 열광한다.
( 참고문헌 )
o 이진경 · 이정우 · 심경호 외, 고전의 향연, 한겨레출판사, 2007
o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숲, 2017, p 68-76
o 플라톤 지음·왕학수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 향연, 동서문화사, 2007, p 605-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