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

[김세곤의 반(反)부패칼럼]선관위 공무원들의 ‘아빠찬스’ 채용비리 (2)

김세곤 2023. 6. 26. 19:24

[김세곤의 반(反)부패칼럼]선관위 공무원들의 ‘아빠찬스’ 채용비리 (2) 

  • 기자명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청렴연수원등록 청렴강사 
  •  입력 2023.06.15 04:00
  •  댓글 0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NS 기사보내기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톡(으)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밴드(으)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블로그(으)로 기사보내기 다른 공유 찾기 기사스크랩하기
김세곤 청렴연수원등록 청렴강사.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며 어떤 견제도 받지 않은 선관위는 1년 예산 4000억원, 직원 3000명 규모의 거대 조직이다. 더구나 선거가 없는 해는 일이 별로 없는 조직이고, 진급도 잘되는 ‘신의 직장’으로 공무원 사이에 인식되어 왔다. 
 
# ‘아빠 찬스’ 이어 ‘휴직 찬스’ 

6월 7일에 정우택 의원(국민의힘)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2013~2022년 연도별 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진 2022년의 휴직자 수는 190명(육아휴직 109명)을 기록했다. 전국 12개 선거구에서 재보궐선거를 실시한 2021년엔 2020년 휴직자(107명)에 비해 193명(육아휴직 140명)에 달했다. 이를 두고 선관위 직원들이 일이 적은 비선거 시즌에는 휴직을 미루다가, 선거로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 휴직을 신청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선관위가 휴직자 대체 인력을 계약직이나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경력채용으로 대거 보충한 점이다. 선관위 경력 채용은 2018년 26명에서 2022년 75명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반면 신규공개채용은 2018년 110명에서 2022년 77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를 두고 선관위 간부들이 경력 채용을 자녀 특혜 채용을 위한 통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채용비리 백화점 

지금까지 밝혀진 선관위 채용비리는 입사 지원부터 면접, 채용 결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작동했다. 어떤 선관위 간부는 경력직 채용 공고 전에 자기 자녀에게 채용 정보를 미리 전한 사실이 밝혀졌고,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선관위 재직 사실 등을 기재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인천선관위 간부 딸은 2011년 10월 인천선관위 전입 특별채용에 응시하면서 낸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선거 관련 공직에 계셔서 선관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중략) 알게 됐다”고 적었고, 김정규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딸은 자기소개서에서 “공직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일상 속에서 쉽게 준법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런 성장 환경 덕분에 저도 공무원이 되어서 법령을 준수하여 처리하는 습관이 형성됐다”고 썼다. 

 

따라서 선관위 인사 담당자들은 선관위 직원 자녀의 지원 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것이다. 심지어 송봉섭 전 사무차장은 인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자신의 딸을 추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면접위원은 아빠 동료 

선관위는 2015년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은 선관위 소속이 아닌 공무원으로 구성하라’고 내부 규칙을 개정했지만, 경력 채용 과정에서는 이 규칙이 작동 안되었다. 외부면접관을 제외한 내부 면접관 상당수가 ‘아빠 동료’로 채워졌는데,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인천선관위 김모씨 자녀들의 경력 채용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 (4명의 면접관 가운데 내부 면접관 2명은 지원자 부친과 근무지가 겹치는 직장 동료였다.) 

# 고용 세습 

더욱 황당한 것은 충북선관위 간부의 아들은 2019년 11월 충북선관위 경력 채용에 지원해 아버지의 동료 3명에게 면접을 봐 합격했다. 당시 충북선관위는 1명을 뽑겠다고 공고했다가 서류 접수가 끝난 후 채용 인원을 3명으로 늘려 전형을 다시 진행했다. 
 충남선관위 간부의 아들도 2015년 11월 충남선관위 경력 채용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선관위 직원 3명에게 면접을 본 뒤 합격했다. 

이러자 국민들은 이런 고용세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선관위는 채용비리에 대하여 국회의 국정조사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는 수용하면서,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다가 9일에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아빠 찬스’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감사원 감사 수용 불가에서 일주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인데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드러나며 커진 여론의 압박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7일 연합뉴스의 여론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73.3%가 ‘노태악 선관위 위원장이 책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받는 것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한 것에 대해 “선관위가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