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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 정치란 무엇인가?

김세곤 2022. 3. 3. 18:07
[역사이야기] 정치란 무엇인가?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청렴연수원 청렴강사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논어’에 나오는 자공과 공자의 대화가 압권이다.

먼저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자공: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 식량을 풍족히 하고, 군사를 넉넉히 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

자공: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이 셋 중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 군대를 버려라.

자공: 이 둘 중에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 식량을 버려라. 예로부터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바로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

그렇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더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은 주권자 국민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나 말장난 그리고 꼼수를 부리면 퇴출돼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을 때 언론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보 대통령’ ‘코미디언 대통령’으로 폄하했다. 어떤 정치인은 ‘6개월 초보 대통령이 침공의 빌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암살 1순위임에도 수도 키이우를 지키는 젤렌스키는 세계인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전쟁이 8일째이지만 키이우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사 항전으로 건재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틈타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8번째이다. 청와대는 ‘엄중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도발’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이는 남북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이나, ‘힘없는 평화’는 위험하다.

한편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은 면제받지 못했다. 2월 24일 미국 상무부는 유럽연합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 등 32개국을 허가 대상에서 면제시켰는데, 한국은 빠졌다. 미국의 대러 제재 동참에 미온적이어서 빠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시각이다. 뒤늦게 정부는 미국과 면제 협상에 나섰지만 언론은 ‘뒷북 외교’란 비판을 했다.

2월 25일 문 대통령은 원전이 주력이라며 원전 가동률 상향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임기 내내 탈원전하다가 임기 말에야 원전 부활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언론의 대통령 발언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탈원전 포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어떤 말이 맞는지 국민은 혼란스럽다. ‘K방역’도 신뢰 저하이다. 3월 2일 신규 확진자는 21만 9천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3차 접종자의 경우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1일부터 방역패스 해제, 확진자 동거인의 격리 의무를 면제했다. 감염검사와 치료는 각자도생의 ‘셀프방역’으로 전환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거리두기 조기 완화’를 시사해 국민들은 불안하다.

2월 27일에 더불어민주당은 다당제와 권력구조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런데 의구심도 여전하다. 민주당의 과거 전력 때문이다. 지난 2020년 4월 총선 직전 민주당은 정의당의 협조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한술 더 떠 위성정당을 두 개나 급조했다. 이러자 수혜를 기대한 정의당은 뒤통수를 맞았다.

송나라 유학자 정이천은 이렇게 말했다.

“위정자(爲政者)는 몸소 백성들에게 솔선수범해 죽음으로써 신뢰를 지켜야 할 것이요, 위급하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어떤 후보를 뽑을 것인가?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후보, 신뢰할 수 없는 후보는 절대 뽑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