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는 호찌민의 애독서인가? (1)
『목민심서』는 호찌민의 애독서인가? (1)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의 애독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인터넷 자료의 십중팔구는 목민심서가 호찌민 애독서라고 나온다.
2017년 1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조선시대 유학자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공개석상에서 언급하였으니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은 정설처럼 되었다.
이는 사실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 2019년 4월, 다산연구소 게시판의 질문과 답변
2019년 4월 24일에 다산연구소 게시판에 베트남 교민잡지사 ‘굿모닝베트남’이 ‘목민심서와 호치민 주석’에 대해 질문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베트남 호치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교민잡지사 굿모닝 베트남입니다. 목민심서를 호치민 주석이 탐독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박헌영이 목민심서를 호치민 주석에게 선물하였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위의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서 문의드립니다. ”
다산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안녕하세요~ 다산연구소입니다. 호치민 주석의 목민심서 탐독 이야기는 근거가 전무 합니다. 국제 레닌학교 시절, 박헌영과 호치민 주석의 목민심서 일화도 확인된 바 없습니다. 이상 다산연구소 입장입니다. ”
#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의 고해
2019년 11월25일에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목민심서와 호치민’ 칼럼에서 2004년에 쓴 칼럼에 대한 자신의 불찰을 시인했다.
'다산 정약용 평전'을 저술한 다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그는 “2004년 6월 4일에 다산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한 한 달 뒤쯤인 7월 9일 자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에서 ‘호치민이 책이 닳도록 목민심서를 읽고, 다산 선생을 너무도 존경하여서 다산의 제삿날까지 알아내서 해마다 제사를 극진하게 모시기도 했다.’고 쓴 것은 잘못이었다.” 고 고해했다.
2004년 7월9일에 쓴 글은 2004년 6월 22일 자 동아일보「동아광장/고승철 칼럼」에 ‘목민심서를 펼쳐보라’는 칼럼을 옮긴 것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특파원을 지낸 기자가 프랑스 작가가 쓴 ‘호치민 평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언급했으니 그대로 믿었단다.
이어서 그는 칼럼에서 “2006년 1월 베트남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호치민 박물관을 찾아가 관장에게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곳에서도 전혀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그곳이나 어디서도 다 닳은 목민심서는 보관되어 있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곳에서 연합뉴스 김 특파원을 만나(2006.1.6.) “호치민 박물관과 집무실에는 목민심서가 없다”라고 말하여 그런 내용의 기사가 바로 연합뉴스에 올라왔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이사장이 언급한 연합뉴스 기사는 김선한 특파원이 하노이에서 쓴 2006년 1월 9일 자 기사이다. 기사 일부를 읽어보자.
“프랑스로부터 베트남을 해방시킨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의 유품을 모은 호찌민박물관과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집무실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노이에 위치한 호찌민박물관의 응웬 티 띵 관장은 9일 오전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 한국방문단과 만난 자리에서 "호찌민박물관에는 고인과 관련된 유품 12만여 점이 소장돼 있지만 목민심서가 유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목민심서 소장 사실을 사실상 부인했다고 배석했던 한 인사가 밝혔다.
배석한 한 인사는 "그가 생전에 목민심서를 침대 한 편에 놓고 읽었다거나 공무원들에게 이 책을 권장했고 심지어는 그의 관 속에 목민심서가 부장돼 있다는 식의 주장은 와전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석무 이사장은 2006년 1월부터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2019년에 와서 사실이 아니라고 했으니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불찰을 인정했으니 그 용기는 존경할 만하다.
(‘호찌민 목민심서 애독설’의 뿌리는 깊다. 연재를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