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세계여행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49) 라스콜리니코프의 이중살인(2)

김세곤 2020. 7. 13. 09:42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49) 라스콜리니코프의 이중살인(2)

승인 2020-07-13 08:32:23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첫째 날, 마르멜라도프를 만나다.

전당포를 사전 답사한 라스콜리니코프는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마셨다. 그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퇴직 관리인듯한 사람에게 흥미를 느꼈다. 상대방 역시 그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그 사람은 라스콜리니코프를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실례지만, 형씨, 우리 점잖은 대화를 나눠보면 어떻겠습니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9등관 마르멜라도프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어느 관청에서 근무하시는지요?”

“아닙니다. 아직 학생입니다. ...”

이러자 그는 자리에서 청년 옆으로 와서 마주 앉았다.

“형씨” 그가 의기양양하게 말문을 열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데, 이건 진리입니다. ... 하지만 극빈이라면, 형씨, 극빈은 죄랍니다. 그냥 가난한 정도라면 아직은 타고난 감정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극빈한 상태라면 아무도 그럴 수 없지요. ...”

이어서 그는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애가 셋이나 있는 여자 와 재혼했는데 그 역시 전처가 남기고 간 딸이 있는 홀아비였다. 그런데 살기가 어려워 전처의 딸 소냐는 매춘부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아내가 숨겨둔 첫 월급을 몽땅 훔쳐 한 푼도 남김없이 술값으로 써버린 것도 모자라, 굶고 있는 가족을 보다 못해 창녀가 된 딸 소냐를 찾아가 30 코페이카를 얻어 지금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마르멜라도프는 녹초가 되어 주저앉았고,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자기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은 밤 11시가 넘었다. 별수 없이 그는 마르멜라도프를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는데 마르멜라도프 아내는 그에게 ‘당신도 한통속’이라고 소리쳤다. (도스토예프스키 지음·김연경 옮김, 죄와 벌 1, 민음사, 2012, P 27-55)

# 둘째 날, 어머니의 편지를 받다.

라스콜리니고프는 하녀 나스타시아가 잠을 깨워 일어났다. 그는 하녀가 가져온 차와 양배추 스프를 먹으면서, 하녀로부터 하숙집 주인이 그를 경찰서에 고발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편 하녀는 어제 그녀가 받아 놓은 어머니의 편지를 내밀었다.

어머니는 지금은 두냐와 한 달 반째 같이 있다고 하면서, 작년에 송금한 60루블의 출처를 밝힌다. 그 돈은 여동생 두냐가 100루블을 받고 가정교사로 들어갔는데, 남자 주인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두냐에게 추근거리는 통에 큰 곤욕을 치렀으며, 가정교사를 한 집 여주인의 먼 친척인 루쥔이라는 변호사와 곧 결혼할 것이라는 등이 적혀있었다.

편지를 읽은 그는 밖으로 나가 바실리예프스키 섬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이후 그는 지쳐서 벤치를 찾았다. 그런데 그 앞에 한 소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고, 그 뒤에는 그녀를 성추행하려는 신사가 따라오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다짜고짜로 그 신사의 덜미를 잡았고, 이윽고 경찰이 와서 말렸다. 그는 경관에게 20 코페이카를 주면서 소녀를 마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주라고 하였다.

이후 그는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풀밭에서 낮잠을 잤다. 그런데 그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 7살 때 그는 아버지와 함께 교외를 산책하는 중에 주인이 커다란 짐 마차를 끄는 적색 암말을 학대하다가 잔인하게 죽였고 군중들은 깔깔대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군중을 뚫고서 암말에게 달려가 숨이 끊어진 말의 피투성이 얼굴을 붙들고 입을 맞춘 후에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 아버지는 그를 붙들고 우리 일이 아니라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 순간 그는 꿈에서 깨었다. 그는 부르짖었다.

“설마, 설마 내가 정말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게 될까. 설마 그 두개골을 박살내려는 걸까. .... 맙소사, 설마?”

그는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었다.

밤 9시경에 그는 센나야 광장을 지나갔다. 그런데 k 골목의 모퉁이에서 상인 부부와 전당포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뜻밖에도 내일 저녁 7시에 리자베타가 전당포를 비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셋째 날, 노파를 살해하고자 도끼를 훔치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하루 내내 집에 있다가 오후 7시가 넘어서 서둘렀다. 그는 조심스럽게 13계단을 내려갔다. 부엌에서 도끼를 훔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의자 밑 두 개의 장작더미 사이에 놓여 있는 도끼를 끄집어내어 옷의 올가미에 고정시키고 집을 나왔다. (위 책, P 129-135)

하숙집의 13계단. 사진=김세곤 제공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