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세계여행

‘행복국가’ 북유럽 단상 세 가지, 김세곤

김세곤 2018. 7. 8. 13:13

‘행복국가’ 북유럽 단상 세 가지

¶글쓴이 : 김세곤 (칼럼니스트)

 

-‘청정’ 노르웨이는 전기차 왕국. 오슬로의 전기차 점유율은 2017년 12월 전체 차량의 47.7%

-특권 없는 덴마크 국회의원. 보좌관도 관용 자동차도 없는 ‘고달픈 임시직’. 특별활동비는 전무

-유연안정성 모델. 해고 자유롭되 실업수당 보장으로 안정성 확보하고 직업훈련으로 고용 촉진

 

 

 

 

청정, 투명, 행복한 북유럽이 부럽다. 우리는 어떤가? 어디로 가고 있나?

지난 4월 하순에 바이킹의 나라 북유럽을 다녀왔다. 노르웨이 · 덴마크 · 스웨덴 · 핀란드를 7일 동안 여행하면서 세 가지를 느꼈다. 청정(淸淨)한 자연, 특권 없는 사회, 행복국가가 그것이다.

 

먼저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는 청정 그 자체였다. 그런데 정작 놀란 것은 노르웨이의 청정 노력이다. 오슬로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테슬라 전기차였다. 인솔 가이드는 “노르웨이는 조상이 남긴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전기차 정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자동차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페리 운송료도 무료란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왕국이다. 오슬로의 전기차 점유율은 2017년 12월 현재 전체 차량의 47.7%이다. 반면 서울은 0.15%에 불과하다(서울연구소 ‘친환경차 보급동향과 서울시 정책방향’, 2018.6.7). ‘서울의 하늘. 미세먼지 프랑스 파리의 두 배’라는 YTN 보도, 그리고 중국 북경의 공기 질은 좋아졌는데 우리는 제자리란 뉴스를 접하면서 건강권도 잃은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둘째, 북유럽은 특권 없는 사회이다. 덴마크에서 인상 깊은 것은 국회의사당 정문 위에 조각되어 있는 ‘네 가지 고통’ 즉 두통, 복통, 이통, 치통의 얼굴이었다. 이 네 가지 고통은 무엇을 상징할 까? 그것은 안전, 생계, 자유억압, 차별의 고통일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러면 왜 얼굴들을 조각해 놓았을까? 그것은 항상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고 정치를 하라는 무언(無言)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감동인 것은 국회의사당 주차장이었다. 자전거가 즐비하고, 자동차는 단 한 대 있었다. 덴마크 현지 가이드는 ‘덴마크는 국민의 30%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데, 국회의원도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말해준다.

 

덴마크 국회의원은 특권이 거의 없다. 보좌관도 없고 관용 자동차도 없는 ‘고달픈 임시직’이다. 판공비는 공개되며, 영수증이 필요 없는 특별활동비는 아예 없다. 공무로 택시를 타는 경우도 비용을 정산하여 돌려받는데 택시를 지나치면 많이 이용하면 공금유용으로 지탄을 받는다.

 

비행기도 이코노미 석을 타고, 호텔도 2등급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니 우리나라 국회의원처럼 피감기관의 돈으로 비즈니스 석 비행기 타고 해외출장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왕실도 마찬가지다.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 처신한다.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던 시절, 국왕 크리스티안 10세는 말을 타고 혼자서 다녔고, 노르웨이 국왕은 경호원 없이 개 한 마리만 데리고 스키를 탔다. 핀란드 대통령은 지금도 관저 근처의 마켓광장에서 시민들과 커피를 자주 마신다.

 

그런데 덴마크에는 총 10개의 계명으로 된 ‘얀테(Jante)의 법칙’이 있다. 한마디로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인데, 이 법칙은 스웨덴 등 북유럽에 두루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북유럽은 청렴국가이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가 있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7년 부패인식지수’에 의하면 세계 180개국 중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는 뉴질랜드이고, 덴마크가 2위,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공동 3위, 스웨덴이 공동 6위, 한국은 51위였다.

 

셋째, 북유럽은 정치적으로는 자유와 민주를 지향하고, 사회 · 경제적으로는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이자, 고소득 국가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7년 12월말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은 노르웨이가 10만 달러로 세계 4위, 덴마크가 6만 달러로 8위, 스웨덴이 5만7천 달러로 10위이다(한국은 2만5천 달러로 33위이다).

 

그런데 고소득은 세계 최고의 세금부담률(덴마크 소득의 36∼60%, 스웨덴 29∼59%, 한국 6∼42%)을 통한 소득 재분배로 이어지고, 보편적 무상 교육, 무상의료 등으로 직업·재산·출신·남녀에 관계없이 평등을 지향한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 간 의무적으로 군대를 간다.

 

이러한 기저에는 높은 사회적 신뢰가 깔려있다. 정치가는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한다. 대표적인 노사정 상생이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이다. 기업은 해고를 자유롭게 하되, 근로자는 실업 수당 보장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며, 국가는 직업훈련을 통해 고용을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지속시킨다. 1석 3조인 셈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생산성을 낮추고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정책 도입을 권고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때문에 노사정 대화가 파국을 맞고 있는데, 이런 정책 추진이 가능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북유럽은 행복국가이다. 유엔의 ‘2018년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가장 행복한 나라는 1위가 핀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덴마크, 9위가 스웨덴이었다. 반면 한국은 57위였다.

 

청정, 투명, 행복한 북유럽이 부럽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무엇을 지향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