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김세곤칼럼>A1, 아우토반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김세곤 2016. 5. 26. 05:35

<김세곤칼럼>A1, 아우토반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김세곤(호남역사연구원장)무솔리니 · 히틀러 · 박정희 모두 불행한 종말의 반면교사

#1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로마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로마는 세계 정복을 하면서 도로부터 건설했다. 중간 중간에 ‘우산 소나무’를 심어 휴식처로 삼았다. 도로망 확충은 로마제국 건설의 촉매제였다. 

이에 걸맞게 세계 최초로 건설된 고속도로는 이탈리아 A1이다. 무솔리니가 집권한 지 2년 뒤인 1924년에 건설되었다. 무솔리니는 밀라노와 북부 호수지방 코모 주변을 잇는 80km의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이후 무솔리니는 1935년까지 500km를 개통시켰다. 나폴리에서 밀라노까지 남북으로 달렸다.


#2. 1933년에 히틀러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그는 A1을 주행하고서
'태양의 도로'라고 극찬하였다. 

 

 독일에 돌아가서 히틀러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까지 구간을 1935년에 개통했다. 이것이 아우토반(autobahn) 최초 구간이다.  히틀러는 총연장 약 1만4천㎞를 목표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건설이 중단될 때까지 약 3,860㎞를 완성했다.

히틀러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 타개책으로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실업이 줄어들었고 히틀러 인기는 치솟았다. 

더구나 아우토반은 독일을 세계 굴지의 자동차 대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폭스바겐(Volkswagen)도 히틀러가 ‘국민차’를 만들라고 지시한데서 시작되었다. 폭스바겐은 골프, 파사트 같은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고, 계열사가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트리 등 여러 개다.

#3. 1964년 12월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했다. 방문목적 중 하나가 서독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위안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주듯 광부들은 지하의 막장에서, 간호사들은 중증환자 간호 등 궂은일도 마다 않았다. 1억5천만 마르크의 제1차 경제개발계획자금도 광부와 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으로부터 빌린 것이었다.

12월10일 박정희 대통령은 루르 지방 함보른 탄광을 찾았다. 광부와 간호사 350명이 환영하였다. 애국가 제창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대통령은 즉흥 연설로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후손을 위해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광부와 간호사들이 크게 울자 박대통령도 함께 우느라 연설은 중단되었고 강당 안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조갑제,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 기파랑, 2009 p 334)

한편 박대통령은 본에서 쾰른까지 왕복 40km의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두 차례나 차를 세워 서독 관계자에게 아우토반의 건설과 관리 방법, 소요비용과 건설기간, 건설장비 등을 자세히 물었다.

3년 뒤인 1967년 11월7일 박대통령은 청와대회의에서 건설부장관에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지시하며 직접 진두지휘까지 하였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1일 착공하여 1970년 7월7일에 완공되었다. 길이는 428km이며 공정비용은 429억 원으로 일본의 도쿄-나고야 고속도로 건설비의 5분의 1로 건설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자동차공업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고, 토목 · 공정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이후 중동건설 붐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
#4. “모든 전략적인 도로는 전제군주에 의해 지어졌다. 로마, 프로이센, 프랑스가 그랬다. 그 도로들은 나라를 직선으로 가로지른다. 다른 모든 길들은 꼬불꼬불하고 사람들의 시간만 낭비한다.”

히틀러는 아우토반을 건설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슈퍼하이웨이, 경향신문, 2014.12.22.)

그랬다. 세 나라의 지도자들은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솔리니 · 히틀러 · 박정희는 모두 불행한 종말을 맞았다.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에 유신만 안했어도 그는  모든 국민에게 존경받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