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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중환/택리지

김세곤 2016. 2. 4. 23:33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에 의해 쓰인 지리서다. 이 책은 현지답사를 기초로 저술되었는데, 내용은 크게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전의 군현별로 쓰인 백과사전식 지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를 인문지리적 방법을 통해 총체적으로 다룬 새로운 지리서의 효시로서 지리서이기는 하나 그 내용이 역사, 경제사회, 교통 등 인접 분야도 폭넓게 다루고 있어 당시 사대부들의 사회 문화 의식을 담고 있다. - 정옥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택리지>는 이중환이 말년에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택리지'란 살기 좋은 마을을 선택하는 것에 관한 책이라는 뜻이다. 이중환은 발문에서 "내가 황산강(지금의 낙동강)가에 머물 때 여름날에 아무 할 일이 없었다. 팔괘정에 올라 더위를 식히면서 우연히 저술을 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산천, 인물, 풍속, 정치 교화의 연혁, 치란의 득실을 차례로 엮어 기록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이 인문지리서임을 말해준다.

 

<택리지>는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 <총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핵심은 조선 팔도의 역사와 지리를 설명한 <팔도총론>과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조건을 설명한 <복거총론>이다.

 

<팔도총론>에서는 우리나라 국토의 역사와 지리를 서술한 다음 당시의 행정 구역인 팔도로 나누어서 그 지역의 산맥과 물의 흐름을 말하고, 그 지역과 관계있는 인물과 사건을 설명했다. 강원도 편을 예로 들어보자. 강원도의 위치와 자연환경을 설명하면서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된 단종, 고려 말의 학자 원천석, 조선 중기의 정승 이항복, 후삼국 시대 태봉의 왕이었던 궁예같이 강원도와 연관 있는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이중환은 <복거총론>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에 대해 네 가지 조건을 들어 설명한다. 이런 곳을 설명할 때는 인물보다 그 지역의 상업이나 경제활동과 연관지어 서술했다. 이익의 영향을 받은 실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살 만한 집을 잡을 때는 첫째, 지리가 좋아야 하고, 둘째, 생리가 좋아야 하며, 셋째, 인심이 좋아야 하고, 넷째,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곳에 아니다. 지리가 좋아도 생리가 모자라면 오래 살 곳이 못되고, 생리가 좋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지리와 생리가 함께 좋아도 인심이 착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고, 가까운 곳에 소풍 갈 만한 산과 물이 없으면 정서상 좋지 못하다.

 

첫째 조건으로 꼽은 지리는 풍수학적인 지리를 말한다. 그래서 "지리를 논하려면 먼저 물의 입구를 보고, 다음에 들판의 형세를, 다음에 산의 모양을, 다음에 흙빛을, 다음에 물이 흐르는 방향과 형세를, 다음에 앞산과 앞 물을 본다"라고 했다. 덧붙여 "물의 입구가 엉성하면 아무리 많은 살림이 있어도 여러 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저절로 없어진다"거나 "물은 재물을 관장하는 것이므로 물가에 부자가 많다"라고 했다.

두번째 조건으로 든 생리란 그 땅의 생산물에서 나오는 이익을 말한다. 이중환은 "재물이란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기름진 땅이 첫째이고, 배와 수레를 이용하여 물자를 교류할 수 있는 곳이 다음이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에 몰려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중환이 살았을 당시 이런 생각은 가히 혁명인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일생을 마치는 것을 당연시했다. 따라서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로 옮겨 살라는 이중환의 사고는 시대를 앞지른 것이었다.

세번째 조건인 인심에 대해 "풍속이 좋지 않으면 자손에게도 해가 미친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백성의 풍속을 논하는 것이고 사대부의 풍속은 다르다"라고 했다. 그리고 당쟁의 원인과 경과를 소상하게 기록하면서 "사대부가 없는 곳을 택하여 살며 교제를 끊고 제 몸이나 착하게 하면 즐거움이 있다"라고 말한다.

살기 좋은 곳의 마지막 조건인 산과 물에 대해 "산수가 좋은 곳은 생리가 박한 곳이 많다. 땅이 기름진 곳을 가려 살면서 10리 거리 혹은 반나절 거리에 산수 좋은 곳이 있으면 가서 시름을 풀고 돌아오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풍경도 좋지만 먹고사는 생리가 먼저라는 얘기다.

 

<고전의시작/역사자연과학13>

출처 : 책과 문제
글쓴이 : 따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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