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칼럼

탕왕의 반성 6가지, 김세곤

김세곤 2016. 1. 6. 22:06

탕왕의 반성 6가지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기원전 17세기에 중국의 탕왕은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추방하고 은나라를 세웠다. 탕왕은 걸왕이 포학(暴虐)하여 하늘이 명하시어 응징하려 한다.”고 백성들에게 포고하였다. 제후 탕이 천자 걸을 징벌한 것은 반란이 아니라 천명(天命)이라는 것이다. <서경>탕서(湯誓)’에 나온다.

탕왕은 공자가 성현(聖賢)이라 칭한 요순우탕문무주공” 7명중 한 사람이었다. 13년간 재위한 탕왕은 일신(日新)이라고 새겨진 대야에 세수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살겠다고 다짐하였다.

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탕지반명왈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탕왕의 반명(대야에 새겨진 글)에 이르길, ‘진실로 하루가 새롭게 되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 (<대학>친민(親民)’에서)

그런데 탕왕이 즉위하자마자 은나라는 가뭄이 들었다. 그것도 7년간 계속되었다. 이는 하나라 시절 보다 더 한 하늘의 재앙이었다.

 

어떤 무당이 사람을 제물로 하여 기우제를 지내야만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하자 탕왕은 사람을 제물로 써야 한다면, 자신이 제물이 되겠다고 나섰다. 그는 머리와 손톱을 깎고 목욕재계하고 뽕나무 들판으로 나가 여섯 가지 일을 반성(反省)하면서 하늘에 빌었다.

 

 

 

 

탕왕은 7년 내리 가뭄이 든 것이 제가 정치에 절제(節制)가 없어 문란해졌기 때문입니까? 백성이 생업을 잃고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까? 궁전이 화려하고 사치스럽기 때문입니까? 여자의 청탁이 심하고 정치가 공정하지 못한 때문입니까? 뇌물이 성행하여 정도(正道)를 해치고 있기 때문입니까? 참소(讒訴)로 인하여 어진 사람이 배척당하기 때문입니까?”라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그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고해하였다. 그러자 하늘도 감동하여 은나라 땅에 비가 내렸다.

 

탕왕의 반성 6가지는 이후 역대 군주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시대 임금들은 나라가 재난을 당할 때 마다 스스로 반성했다. 짐이 부덕하여 그렇다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성종 6(1475)에 가뭄이 들었다. 이러자 성종은 나에게 잘못이 있는지, 뇌물이 횡행하는지, 충신과 간신이 혼동되었는지, 언로(言路)가 막혔는지, 약자를 짓밟은 자가 많은지15가지를 자성(自省)하였다.

 

1650년에 효종도 가뭄이 심한 것은 그 죄가 나에게 있지 백성들이 무슨 죄이냐고 반문하였다.

 

이렇게 조선시대 임금들은 가뭄 · 홍수 등 재해가 일어나면 임금이 부덕하여 하늘이 벌하는 것으로 알았다. 신하들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고 엄정하게 자기반성을 하였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2014년에 세월호 참사, 2015년에 메르스 사태를 겪었다. 대학생들이 뽑은 2015년의 단어 1-3순위에 금수저와 흙수저 · 헬조선 · N포세대가 올랐고, <교수신문>이 뽑은 혼용무도(昏庸無道)2105년 대미를 장식했다.

 

 

 

국민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절망하고 있고, 장년들은 생계불안에 시달리며, 노년들은 빈곤 · 고독하다. 국민들은 길을 잃고 어두운 숲을 헤매고 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 · 국회의원 · 지도층이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라고 통렬하게 자성(自省)하고 있는가? 진실로 솔선수범하고 있는가? 국민과 소통하고 있는가?

 

한국고전번역원이 2016올해의 한자살필 성()’을 선정했다.

선정이유는 “2016년은 총선이 있는 해인만큼,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뽑을지 제대로 살펴보자는 의미란다.

 

그렇다. 4월 총선에는 기필코 선거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반성하지 않은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을 속이는 정치가, 몇 달도 못 되어 공약(空約)이 될 공약(公約)만 남발한 정당은 이번에야 말로 국민이 단호하게 심판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